불면의 등불이 너를 인도한다 - 장석주의 서재
장석주 지음 / 현암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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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의 최종 목적은 스스로 사유하는 것!

   '수졸재'에는 해마다 장서가 1천 권씩 늘어난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한 창백한 독서광이 사계절 내내 책을 읽고 있습니다. 시인이지만 다독가로 더 유명한 장석주는 사계절 동안 책을 읽으면서 써내려간 문장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냅니다.


   어떤 책을 읽었을 경우, 우리는 그 책을 읽기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된다. 존재의 생물학적, 인지적 형질이 미묘하게 바뀌어버려 우리는 더 이상 예전의 우리가 아니다. 책과 그것을 읽는 사람은 역동적 상호작용을 한다. (p.257~258)


   그는 왜 이렇게 열심히 책을 읽는 것일까요? 그는 "책 읽기가 주는 청정한 즐거움 때문"(p.113)이라고 말합니다. "책을 읽으면 앎의 즐거움과 사유의 즐거움으로 가슴이 터질 듯 벅차오른다"(p.113)고 합니다. 그는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과 단순히 책만 읽는 사람들을 향해 당부의 말까지 전합니다.


   독서인은 단순히 책을 읽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책 읽기의 최종 목적은 지식의 습득이 아니다. 스스로 사유를 하는 것! 책 읽기를 통해 지식의 전체상에 접근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식을 '통섭'할 수 있는 사유 능력의 총량을 키워야 한다. 읽는 행위의 능동성은 뇌 회로를 새롭게 여는 수단이 되고 궁극적으로 사유의 복잡성을 견뎌낼 수 있게 한다.

   책 속의 지식과 지식들이 충돌하며 일으키는 사유의 불꽃들과 함께 타오르며, 즉 책 읽기의 열락(悅樂)을 사유의 향연으로 바꿀 때, 그리하여 독서의 총량을 지렛대 삼아 지식 생산자로 나설 때 비로소 진정한 독서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 진정한 독서인만이 자기를 넘어서서 초인류가 될 수 있다. (p.113~114)


   『불면의 등불이 너를 인도한다』는 시인 장석주가 사계절 동안 읽으면서 사유한 것들의 결정체 입니다. 그는 130여 권에 달하는 책들을 읽고, 300권에 이르는 책들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그는 날마다 책만 읽는게 아닙니다. "날마다 밥을 먹듯"(p.332) 쓰기도 합니다. 혹자들에게는 한 권의 책을 읽고 한 편의 서평을 쓰는 것이 매우 힘든 작업이기도 합니다. 그가 책을 읽고 이토록 깊이있는 사유를 글로 보여줄 수 있는 것 또한 날마다 책 읽는 것과 함께 밥 먹듯 쉬지 않고, 미친 듯 몰입해서 글을 쓰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는 정말 다양한 책들이 등장합니다. 작가는 책을 읽을 때 절대 편식하지 않습니다. 문학, 철학, 미술, 경제, 여행 등은 물론이고 야구나 축구에 대한 책들도 읽습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발터 벤야민의 『일방통행로』 입니다. 작가가 책 읽기의 최종 목적으로 꼽은, 스스로 사유하기에 가장 적합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장석주와 발터 벤야민은 닮은 부분이 많습니다. 다양한 스펙트럼은 물론이고 방대한 독서력에, 사유를 중시하는 글쓰기까지 닮아 있습니다.

   작가는 자신이 몇 번이나 읽은 발터 벤야민의 『일방통행로』를 이렇게 말합니다.


   표제와 씌어진 단상 사이의 접합점은 모호하고 아득하다. 그 모호함과 아득함은 벤야민이 제 글에서 자주 구사하는 시적 상징성과 비의성에서 비롯된다. 표제와 씌어진 단상 사이의 텅 빈 곳을 물론 벤야민 특유의 사유의 비약이 가로지른다. 우리는 그 비약 앞에서 얼어붙는 대신에 그것을 상상과 추론의 질료로 삼을 수 있다. 그래야만 이 책을 '사유의 유격적을 위한 현대의 교본'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p.16~17)


   책 읽기의 방향성을 잃어버린 분들, 혹은 진정한 독서가의 면면을 들여다보고 싶은 분들께 『불면의 등불이 너를 인도한다』를 추천합니다. 이 책을 읽고나면 한동안은 위축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내 분발하게 될 것입니다. 일반인들은 사계절 내내 읽어도 넘치는 독서 리스트를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책 속의 책 소개 http://heeya1980s.blog.me/220275601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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