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합본 메피스토(Mephisto) 13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 / 책세상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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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가 가능한 책! 

   정혜윤 PD는 침대 위에서 책 읽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라고 말합니다. 나는 매일 세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를 즐기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그런 독서가 불가능한 것처럼 보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5권의 소설을 한권으로 합친 합본이기 때문입니다. 매일 베고 자는 베개보다도 더 두꺼운 이 책, 4일만에 세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를 완성했습니다. 처음 목표는 5권의 합본이니 5일동안 1권에 해당하는 페이지를 읽는 것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예상보다 빨리 읽게 됐습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꽤 두꺼운 편이지만 읽기 시작하면 페이지가 술술 잘 넘어가는 편입니다. 일단, 내용을 요약해 보자면 이렇습니다.

   어느 목요일 아침의 런던, 아서 덴트가 살고 있는 집으로 우회도로가 생길 예정이니 집을 철거하겠다고 합니다. 그런 얘기는 듣지 못했다며 아서가 반발하자 아무도 보지 못하는 어느 사무국 지하 게시판에 6개월 전부터 공지를 띄워뒀다고 합니다. 세상에나! 아서는 불도저가 자신의 집을 짓밟지 못하도록 목욕 가운에 슬리퍼를 신은채 불도저 앞에 눕습니다. 그 순간 자신의 고향은 우주 저 멀리라고 주장하는 친구 포드 프리펙트가 나타나 지금 아서에게는 이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며 술집으로 데려 갑니다. 그 일은 엄청나게 충격적인 일이므로 약간의 알콜을 섭취하는게 도움이 될거라고 합니다. 곧, 노란 우주선이 나타나 지구를 관통하는 고속도를 건설할 예정이라 지구를 철거하겠다고 합니다. 세상에나! 이젠 집도 모자라 지구 자체를 철거하겠다니.


   "나는 은하계 초공간 개발 위원회의 프로스테트닉 보곤 옐츠다. 모두들 분명 잘 알고 있겠지만, 은하계 변두리 지역 개발 계획에 따라 너희 항성계를 관통하는 초공간 고속도로를 건설하게 되었다. 애석하게도 너희 행성은 철거 예정 행성 목록에 들어 있다. 이 과정은 너희 지구 시간으로 이 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경청해줘서 고맙다. (……) 우리 말에 깜짝 놀라는 체해봤자 아무 소용없다. 모든 계획 도면과 철거 명령은 알파 켄타우리 행성에 있는 지역 개발과에 너희 지구 시간으로 오십 년 동안 공지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너희에게는 공식적으로 민원을 제기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 이제 와서 야단법석을 떨기 시작해봐야 이미 너무 늦은 일이다." (p.52~53)


   지구에서 알파 켄타우리 행성까지는 사 광년이 걸린다는데, 과연 오십 년 동안 그 공지를 보고 올 수는 있었을까요? 아무튼 지구인이든 우주인이든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방법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다행스럽게도 ─ 진짜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 아서의 친구 포드는 진짜 우주에서 온 외계인이었습니다. 그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조사원으로 지구에 왔다가 지나가는 우주선을 발견하지 못해 15년동안 지구에 머물게 된 것입니다. 지구가 철거되기 직전 포드는 아서를 데리고 지구를 철거하러 온 보고 해성의 공병 함대에 올라타게 됩니다. 그런데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따르면 '보고 행성의 공병 함대'는 탈게 못된다고 합니다. 그들은 바로 발각되어 우주선 밖으로 쫓겨나게 되는데, 그 순간 또다른 우주선에 올라타게 됩니다. 그 우주선은 불가능한 확률을 가능하게 해주는 우주선이라고 합니다. 즉, 두 사람이 우주선 밖으로 쫓겨나 죽기 직전에 또다른 우주선에 올라탈 수 있는 확률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낮은데, 마침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우주선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해서 지구인인 아서는 자신의 지구가 사라졌다는 충격도 느낄 겨를이 없이, '우주의 끝에 있는 레스토랑' 등 다양한 공간과 시간을 여행하게 됩니다.

   이야기 자체도 재미있지만, 또 하나의 재미는 책 속의 책인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있습니다. 그 책 속에는 우주 생활에 필요한 각종 팁과 상식들이 담겨 있습니다.


   타월이란 행성 간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가 지닐 수 있는 물건 중 최고로 쓸모 있는 것이다. 타월은 어떤 점에서는 대단히 실용적이다. 자글란 베타 행성의 차가운 달들 사이를 여행할 때는 몸에 둘러서 보온용으로 쓸 수 있다. 산트라기누스 5호 행성의 눈부신 대리석 모래 해변에서는 타월을 깔고 누워, 머리를 어찔하게 하는 그 바다 수증기를 들이마실 수도 있다. 카크라푼 행성의 사막에서는 불타는 듯 반짝이는 별들 아래서 덮고 잘 수도 있다. 느리고 둔중한 모스 강을 따라 조그마한 뗏목을 타고 여행할 때는 돛으로 사용하라. 맨주먹 싸움이 붙으면 적셔서 사용하라. 머리에 감으면 유독 가스를 물리치거나, 트랄 행성의 레이브너스 버그블래터 비스트의 시선을 피할 수도 있다(이 녀석은 깜짝 놀랄 정도로 멍청해서, 당신이 녀석을 보지 못하면 녀석도 당신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머리빗만큼의 지능도 없지만 식욕만은 엄청나다). 위급 상황에서는 조난 신호로 타월을 흔들어댈 수도 있고, 그러고도 충분히 깨끗해 보이면 물론 몸의 물기를 닦는 데도 쓸 수 있다. (p.45)


   TV 시리즈가 인기리에 방영될 때는 관련 상품들이 많이 출시됐는데, 그 중 '타월'이 인기 아이템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원래 더글러스 애덤스는 4권으로 이 소설을 마무리하려고 했다가 5권까지 쓰게 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읽다보면 개연성이 떨어지거나 의문이 생기는 부분이 더러 있습니다. 그리고 더글러스 애덤스가 아닌 오언 콜퍼라는 작가가 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6권이 있습니다. 2001년 더글러스 애덤스가 세상을 떠나자 다음 이야기를 손꼽아 기다리던 팬들을 위해 출간 30주년을 맞이하는 해에 나온 책이라고 합니다.


   꽤 오래 전에 나온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소설 속에 나오는 유머들은 지금 시대에도 잘 들어 맞습니다. 특히, 어떤 유머들을 보면 개그콘서트 작가가 이 책을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가던 길을 멈추고 히치하이커를 태우다니. 좋아, 스타일로 보면 만 점짜리지만, 현명한 걸로 따지면 마이너스 몇백만 점이야."(p.106)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고 '우주'에 관심이 생겼다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읽기에도 한번 도전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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