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 보급판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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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근원에 대한 명쾌한 해답 제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소개된지 벌써 30년이 지났고, 그가 골수성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지도 10년이 훌쩍 넘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것이 과학 기술인데, 게다가 이후 새롭게 발견된 사실들을 업데이트해 줄 저자도 없는데 아직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코스모스』의 힘은 무엇일까?

 

   대중들이 과학을 이해하고 과학적 사고를 하길 원했던 칼 세이건은 1976년부터 3년동안 《코스모스》라는 13부작 TV 시리즈 제작에 참여한다. 『코스모스』는 이 TV 시리즈의 연장선상에서 기획된 것으로, TV 시리즈에서 보여주지 못한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 우주는 어떻게 생성되었을까? 우리 인류의 조상은 진짜 원숭이인가? 우주 저 너머에는 또다른 생명체가 살고 있지 않을까? 아니면 이 모든 것이 진짜 신이 만들어 놓은 것일까? 우리가 한 두 번쯤 던져보았을 이 질문에 칼 세이건은 과학적으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그의 가설 혹은 주장에 따르면, 이 우주는 100억에서 200억 년 전에 빅뱅이라고 불리는 대폭발에 의해 생성됐으며, 대폭발 이후 오랫동안 쉬지 않고 팽창을 계속해 오다가 우주에 분포된 어떤 물질들이 중력에 의해 뭉쳐지고 한 덩어리가 돼서 은하들이 생겨났다고 한다. 그렇게 형성된 수많은 은하들과 행성 혹은 그보다 더 작은 어떤 물질들이 태초에는 불규칙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서로 부딪쳐 폭발하고 소멸하는 과정에서 어떤 규칙적인 회전 운동을 하는 행성들만 살아남아 지금의 형태가 됐다. 즉, 혼돈(Chaos) 속에서 질서(Cosmos)가 성립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다윈의 자연선택설과 같은 것이 우주에서도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지구라는 행성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우주의 대폭발과 이후 발생한 여러 사건들에 의해 발생한 잔해들이 서로 결합해 어떤 미생물을 탄생시켰으며, 그 미생물들이 자연 선택을 거쳐 지금의 인간으로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와 '우리'라는 지적생명체는 순전히 우연과 자연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와 같은 과정을 거쳐 탄생한 또다른 생명체가 있지 않을까? 20세기 이후 급격히 발달한 기술을 토대로 탐사에 나섰지만 우리 은하 안에서는 아직까지 그 어떤 생명체도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직접 탐사에 나설 수 없을만큼 먼 거리에 있는 또다른 은하에는 생명체가 존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을거라는 상상은 하지 말라고 한다. 왜냐하면 우리 또한 우연과 자연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이기 때문에 그들 또한 그들의 행성에서 생존하기에 적합하도록 진화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규명할 수 없는 부분을 신의 영역으로 떠넘기려는 경향이 많다. 이러한 경향은 과학 기술과 문명을 역주행하게 만든다.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 살았던 고대 이오니아인들은 우주에는 내재된 질서가 있으며 그 질서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려고 했고, 그런 노력으로 지구가 둥글다는 것과 지구의 크기 등 놀라운 우주의 신비들을 알아냈다. 하지만 우리도 알다시피 태양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했던 코페르니쿠스와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했던 갈릴레오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오히려 그것들을 부정하며 신의 영역이라 주장했다. 칼 세이건은 당시 이오니아인들이 이룩했던 과학적 발견과 지구상의 모든 지식들을 수집했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불태워진 것을 안타까워 한다. 신의 존재에 대한 규명은 그의 또다른 저서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 : 신의 존재에 관한 과학자의 견해』에서 보다 깊이있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그는 대량살상무기와 핵무기로 인한 전 지구적 파멸을 우려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보다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로켓과 핵연료를 개발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핵연료의 힘을 빌려 로켓을 우주로 쏘아올리기도 하지만, 이 로켓에 핵무기를 싣고 같은 지구인을 향해 쏘기도 한다. 게다가 무기 개발과 전쟁에 소모되는 예산을 아낀다면 훨씬 더 우주탐사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단다.

   우리는 왜 이토록 우주로 나아가려는 것일까? 우리는 별의 잔해로부터 비롯된 존재이다. 그러므로 우주를 이해한다는 것은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것과도 같으며, 무한한 우주에 대해 알게 되면 자연에 대해 경외심을 가지고 스스로 겸손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쉽고 재밌는 과학 교양서, 꼭 읽어보시길!

   앞서도 언급했듯이 출간된지 30년이 지난 과학서지만, 칼 세이건 서거 10주년을 맞이해 2006년 특별판을 내면서 역자 홍승수가 꼼꼼하게 '옮긴이 주'를 달아놓았다. 역자 또한 천문학 박사이기 때문에 그동안 변화된 과학 환경을 놓치지 않았고, 덕분에 독자들은 최신의 과학 기술까지 접할 수 있다.

   칼 세이건의 이력을 잠시 살펴보면 독특한 것이 있다. 천문학과 천체물리학으로 유명한 그는 대학에서는 인문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대학 졸업 후에는 의과대학 유전학 조교수로 활동한 적도 있다. 그가 여러 과학 분야뿐만이 아니라 인문학을 아우르는 쉽고 재밌는 글쓰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이력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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