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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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도 다 외롭다는 사실마저 위로가 되지 않을 때 읽어보세요!

   지금은 음악을 들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언니네 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 리듬감 있지만 잔잔하게 깔리는 선율을 따라 낮게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와 가사가 참 인상적입니다. "나는 보통의 존재 어디에나 흔하지. 당신의 기억 속에 남겨질 수 없었지. 가장 보통의 존재 별로 쓸모는 없지. 나를 부르는 소리 들려오지 않았지."


   이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보통의 존재』를 쓴 이석원 입니다. 제목과 노란색 표지가 그의 목소리만큼 인상적인 이 책, 노래만 부르던 그가 무슨 하고픈 말들이 많아서 산문집까지 냈을까요? 그의 음악에 귀를 기울였던 것처럼, 이제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1996년에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이름으로 첫 앨범을 냈던 그는, 1998년에 결혼을 한 뒤 6년을 함께 지내다가 2004년에 이혼을 합니다. 그리고 신경정신과에 드나든 경험도 있습니다. 이혼 이후 부모님 댁에 들어가서 살다가 형편이 나빠져 아파트에서 주택으로 이사를 하기도 합니다. 조카 5명에게 용돈 만원씩을 주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어느날 후배 셋이 모인 술자리에서 각자 살아온 내력에 대해 털어놓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후배 셋이 자신의 불행이 상대의 불행보다 더하다며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을 때, 그는 이런 이야기를 던지며 그 자리를 정리해 버립니다.


   첫째, 우리집은 신경정신과에 드나든 사람이 가족 중 세 명이고 자살 시도 경험 있는 사람은 네 명이 되며… 여기까지 했더니 아이들은 벌떡 일어나 "형님 잘못 했습니다" 하더라. 사건사고가 유난히 많은 집에 태어난 탓에 별 말 같지 않은 것으로 유세를 하게 되는구나 싶어 마음이 씁쓸했지만 내가 살아온 환경이 그랬다. (p.91)


   이렇게 거침없이 털어놓는 그의 이야기를 통해, 그의 후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나마 우리는 '보통의 존재'처럼 살고 있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보다 잘 나가는 누군가 혹은 태어날 때부터 금숟가락을 물고 태어난 사람들을 보며 씁쓸해 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그의 이야기를 들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미안함이 솔솔 올라옵니다.


   『보통의 존재』는 그가 이혼한지 5년이 지난 때에 나온 책입니다. 이쯤되면 건드리기만 해도 터질 것만 같았던 사랑의 상처와 대면할 수 있는가 봅니다.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랑'에 대한 것입니다. 그래서 종종 제목을 '보통의 연애'라고 착각하기도 합니다. 참고로, 백영옥 작가가 쓴 『아주 보통의 연애』라는 책이 있는데 이 소설은 2011년에 쓰여진 것입니다.

   '보통의 존재'인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참 사소하고 시시콜콜합니다. 이런 걸 다 책에 쓸까 싶지만, 생각해 보면 그런 것들이 우리와 같은 '보통의 존재'들의 일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공감가는 부분이 참 많습니다. 특히, '꿈'에 대한 이야기가 그랬습니다.


"그럼, 하고 싶은 게 없는 사람은 어떡하지요?"

   나는 무릎을 쳤다. 그래, 저게 진짜 얘기다. 나도 꿈 같은 건 없던 청소년이었으니까.

   하지만 황정민은 거듭 주장했다. '그렇지 않다'고. '누구나 하고 싶은 게 있는 법'이라고. 그러자 강호동은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자기는 어렸을 때 하고 싶은 게 없었다고. 다만 부모의 권유로 운동을 시작했을 뿐이라고.

   꿈에 관한 둘의 이야기가 어떤 결론을 맺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난 꿈이라는 게 누구에게나 쉽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내가 알기로는 꿈이 없어서 고민하고, 꿈을 찾으려 애쓰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그래서 학교 다닐 때 내가 가졌던 의문도 학교라는 곳은 왜 꿈과 재능이 있는 사람만을 위한 곳일까, 하는 점이었다. 꿈도 재능도 없는 평범한 아이들도 살아갈 방편을 가르쳐주어야 하는 것 아닐까? (p.36~37)


   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가 글을 쓴 이유를, 아니 쓸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늦은 새벽, 모든 사람들이 잠든 시간에 작은 스탠드의 불빛에 의지해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정말 외로움이 휘몰아쳐서 당장이라도 책장을 덮게 만듭니다. 그저 막연하게 외롭다고 느낄 때 한번 읽어보세요. 정말 미치도록 외로워질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밤엔 여러분들도 그의 이야기에 귀를 한번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요? 노래만큼 감성적이고 매력적인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남들도 다 외롭다는 사실마저 위로가 되지 않을 땐 책을 읽어봐. 조금은 나아질 거야.' (p.224)


   감정이 글을 압도하게 되면 정작 표현하고 싶은 감정을 담아낼 수 없게 된다.

   글은 현실과 달라서 눈물의 양이나 표정의 절박함, 울음으로 일그러진 얼굴이 드러내주는 진정성 등을 확인시켜줄 수 없기 때문에 슬프다, 슬퍼죽겠다, 라고 되뇌는 것만으로는 감정의 울림을 갖기 어려운 탓이다. (p.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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