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책 읽는 시간 - 무엇으로도 위로받지 못할 때
니나 상코비치 지음, 김병화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365일 동안 매일 한 권씩 읽고 쓴 책들의 기록!

   일 년 동안 일주일에 책 한 권씩 읽고 서평을 쓰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적이 있었습니다. 몇 달 동안 매일 포스팅하기에 도전한 적도 있었습니다. 일 년 동안 읽는 책들이 100권이 넘으니 매주 한 권의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건 쉽게 해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주말에 읽고 쓸거라며 미뤄뒀다가 주말에 일이 생겨서 겨우 시간을 맞춘 적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매일 포스팅하기였는데, 매일 무언가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말은 살아 있고 문학은 도피가 된다. 그것은 삶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삶 속으로 들어가는 도피이다." (p.35)

 

   그런데 니나 상코비치는 일 년 동안 매일 한 권의 책을 읽고 매일 한 편의 서평을 썼습니다. 그녀가 이렇게 어려운 도전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 덕분 입니다.

   니나 상코비치는 3년 전 언니를 암으로 잃은 후 바쁘게 살았습니다. 가족들이 언니의 빈자리를 느끼지 않도록, 3년 동안 이리저리 쫓아다니며 보냈습니다. 그녀 자신과 가족의 삶을 끊임없는 움직임으로 채웠습니다. 그러나 그 무엇으로 삶을 빽빽하게 채워도, 아무리 빨리 달리고 돌아다녀도, 슬픔과 고통에서 헤어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마침 그 때 400쪽이 넘는 묵직한 『드라큘라』를 하루만에 읽어내고는 모든 일을 멈추고 '독서의 한 해'를 보내기로 결심합니다. 그녀의 결심에 남편은 매주 한 권을 추천했지만, 이미 묵직한 『드라큘라』를 하루만에 읽어낸 그녀는 충분히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나는 독서를 하나의 규율로 정해두려고 한다. 독서에는 즐거움도 있는 줄은 알지만, 그래도 스스로를 어떤 일정에 맞출 필요가 있다. 그렇게 몰두하지 않으면 삶의 다른 부분들이 슬금슬금 침범해 들어와 시간을 훔쳐 가버릴 수 있다. 읽고 싶은 만큼 읽지 못할 수도 있고, 필요한 만큼 충분히 읽지 못할 수도 있다. 책을 우선순위로 두지 않으면 도피는 불가능하다. 청소해야 할 먼지라든가 개켜야 할 옷은 언제나 있게 마련이다. 우유도 사야 하고 저녁 식사도 마련해야 하며 설거지도 해야 한다. 하지만 1년 동안은 그런 일이 절대로 나를 방해하지 못한다. 나는 1년 동안 달리지도 않고 계획도 세우지 않고 가족도 돌보지 않으려고 한다. 1년 동안 '…… 하지 않기'를 하려 한다. 걱정하지 않기, 규제하지 않기, 돈을 벌지 않기. 물론 우리 가족은 다른 수입원을 가질 수도 있지만, 워낙 오랫동안 한 사람의 수입으로만 살아왔으니 한 해 더 그렇게 해도 괜찮을 것이다. 가외의 지출은 뒤로 미루고 지금 가진 것으로 지낼 것이다.

   내 계획에 따르면 매일 책 한 권씩 읽는다는 프로젝트는 마흔여섯 살 생일에 시작된다. 그날 첫째 권을 읽고 다음 날 첫 서평을 쓴다. 한 해 동안의 계획은 단순했다. 어떤 저자의 책도 한 권 이상은 읽지 않는다. 이미 읽은 책은 읽지 않는다. 좋아하는 작가의 옛날 책을 읽는다. 예를 들면 『전쟁과 평화』는 안 되겠지만 톨스토이의 최후작인 『인연』은 읽을 수 있다. (p.43~44)

 

   하지만 매일 한 권의 책을 읽고 서평을 쓰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느날 갑자기 아이가 아플 수도 있고, 꼭 참석해야만 하는 집안 행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그녀는 무려 네 아이의 엄마입니다. 비록 매일 출근해야 하는 직장은 없다고 하더라도, 네 아이의 엄마로서, 한 남자의 아내로서, 누군가의 딸로서 그녀가 해야 하는 일들은 어마어마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이 도전을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가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남편과 네 아이들은 그녀의 도전을 응원하고, 그녀가 잘 해낼 수 있도록 그녀의 일을 분담하고 도와 줍니다.

 

   "난 운이 좋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매일 책 한권씩 읽고 있어. 너희들이 내가 그걸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지. 무라카미 하루키도 나만큼 도움을 받지는 못했을 거라고 장담해. 가족이란 게 바로 그런 거지. 서로를 돕는 거." (p.224)

 

   그녀는 매일 한 권의 책을 읽기 위해 책 선정에도 신중을 기합니다. 한 시간에 70쪽 정도를 읽는 그녀는 대략 250에서 300쪽짜리 책을 선택합니다. 그녀의 도전 소식을 접한 지인들이 책 추천을 할 때면 곤란해 합니다. 독서란 지극히 사적인 취향이 반영되기 때문에 지인들이 추천하거나 선물한 책이 그녀와 맞지 않을 확률도 많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고 서평을 써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매일 한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매일 서평을 쓰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특히,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거나 매우 재미있게 읽은 책들의 서평은 더더욱 힘듭니다. 그때의 그 감정과 재미를 글로 옮긴다는 건 정말 쉽지 않습니다. 니나 상코비치 또한 이런 고민에 빠집니다.

 

   책들을 검색하면서 제목이 좋은 책은 뭐든 골라내는 것은 여전하지만, 두께가 1인치 이하인 책만 골라낸다는 점에서 조금은 달라졌다. 보통 크기(세로 9에서 10인치)에 두께가 1인치인 책이라면 대략 250에서 300쪽짜리이다. 나는 한 시간에 70쪽 정도 읽으므로 300쪽짜리 책은 네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다. 서평을 쓰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하지만 서평을 시작한 지 며칠도 안 되어 서평을 쓰는 데 얼마나 걸릴지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반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다섯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그 책이 내게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그 책이 뜻하는 바를 컴퓨터 화면에서 말로 옮기기가 얼마나 쉬운 책인지에 따라 달랐다. 평균 두 시간을 예상했는데, 실제로도 그 정도의 시간이 들었다. (p.67)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사람들이 흔히 겪곤 하는 일들을 그녀 역시 겪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반갑습니다. 우리는 다른 공간, 다른 시간에 살고 있지만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동질감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그녀가 읽었던 책들 가운데 상당 부분을 함께 공유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에는 있지만, 아직 한국에는 없는 책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책들이 더 많았더라면, '혼자 책 읽는 시간'을 더 즐겁게 즐길 수 있었을텐데요.

 

   독서는 나의 상실과 혼란이 예상치 못하게 일어나는 두렵고 피할 수 없는 일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세계의 다른 사람들의 것과 일치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 감정이입을 함으로써 살아간다. 공포와 혼란감, 고독과 슬픔의 부담을 나누어 짐으로써 나는 내 부담을 가볍게 할 수 있었다. 부담은 이미 덜어지고 있다. 나의 욕망은 다시 파종되고 나의 필요는 다시 심어진다. 나는 들장미 가시와 잡초가 돋아나지 않는 정원에 있고, 혼자가 아니다. 거기에는 잡초를 뽑고 태양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 우리 모두가 있다. (p.190~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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