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라뇨 전염병 감염자들의 기록
에두아르도 라고 외 지음, 신미경 외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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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라뇨. 우리는 외친다. 볼라뇨라고! 

   로베르토 볼라뇨는 가르시아 마르케스 이후 라틴 아메리카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그는 1953년 칠레에서 태어나 2003년 스페인에서 숨을 거두기까지 방대한 양의 문학 작품들을 내놓았습니다. 어마한 분량의 『2666』은 그가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매달린 작품으로, 그는 이 작품으로 스페인과 칠레, 미국 문학상을 모두 흽쓸어 버립니다.

   이런 그였기에 그를 추종하고, 그에게 감염된 사람들이 많습니다. 『볼라뇨 전염병 : 감염자들의 기록』은 바로 그런 사람들의 기록을 모아 펴낸 책입니다. 이 책에는 20명이나 되는 국내ㆍ외 추종자들의 기록들이 실려 있습니다. 국내 추종자들 가운데는 방대한 독서로 유명한 작가 장정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그는 로베르토 볼라뇨의 『야만스러운 탐정들』을 읽고 볼라뇨가 소설 속에 그려 넣은 그림을 흉내내어 그린 그림까지 선보이고 있습니다.

   앞서 로베르토 볼라뇨가 스페인, 칠레, 미국에서 문학상을 휩쓸었다고 언급했었는데 장정일은 볼라뇨 문학의 국적까지 걱정합니다. 볼라뇨 문학을 읽다보면 서로 문학의 국적을 탐낼만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로베르토 볼라뇨의 『야만스러운 탐정들』은 칠레에서 태어난 작가가 스페인에 살면서, 청년기의 고향이었던 멕시코에 관해 쓴 소설이다. 이 작품이 빚어낸 풍요로움 가운데 일부는 이처럼 복잡한 다국적성으로부터 왔다. 그런 까닭에 작품의 귀속처가 애매해진 것은, 문학 사가들이 겪을 곤경이다. 칠레에서 태어나 청년기를 멕시코에서 보내고, 스페인으로 건너가 살았던 볼라뇨가 스페인어로 쓴 이 작품은 어느 나라 작품일까?

 

   또, 번역가 이경민은 '로베르토 볼라뇨 삼각형'이라는 것을 언급하며 그의 문학의 특징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기도 합니다.

 

   볼라뇨는 자신의 문학 세계를 <메타텍스트적 유희>로 규정한 바 있다. 문학을 일종의 <인용 체계>로 간주한 보르헤스처럼 그 또한 (자기) 인용과 변용을 창작으로 이해한 것이다. 그런 이유로 그의 문학은 (단편) 소설과 시 문학 장르를 불문하고 상호 의존적으로 교차하는 분절적 연속체를 형성한다. 예를 들어, 『제3제국』의 주제인 나치즘은 『아메리카의 나치 문학』을 거쳐 『먼 별』, 『칠레의 밤』, 『2666』 등의 작품으로 투사되며, 『아메리카의 나치 문학』의 마지막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라미레스 호프만은 『먼 별』에서 카를로스 비더로 재등장했다가 R.P. 잉글리시로 바뀌는데, 이 인물은 『전화』의 단편 「조안나 실베스트리」의 증언에서 다시 나타난다. 또한 『먼 별』에서 비더의 글을 비형한 이바카체나 비비아노라는 인물은 『칠레의 밤』에서 재등장한다. 마찬가지로 『제3제국』의 배경인 코스타 브라바는 『아이스링크』의 배경이 되며 이 작품이 지닌 다성적 목소리는 『야만스러운 탐정들』과 『2666』에서 극대화된다. 더불어 『야만스러운 탐정들』에 등장한 아욱실리오의 이야기는 『부적』으로 확장되고 죽음과 폐허의 공간인 소노라는 『2666』의 산타 마리아와 아날로지적 상응 관계를 형성한다. 이렇듯 볼라뇨의 작품은 인물, 배경, 사건, 주제, 형식 등 다양한 지점에서 서로 맞물리며 움직인다. 그로 인해 볼라뇨의 작품은 문학적 유희가 되며 그 안에서 독자는 텍스트 추적자로 변모한다. 더불어 볼라뇨를 읽는 독자라면 볼라뇨의 작품 안에 흩어진 연쇄의 고리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드릐 작품의 흔적을 찾아내는 즐거움을 누리게 될 것이다. (p.311~312)

 

   '로베르토 볼라뇨 삼각형'을 설명한 이 글을 보는 순간, 쉽게 덤빌 수 없는 작가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번 그의 문학의 매력에 빠지면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 아닐까요?

 

   작가로 태어나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추종해 준다면 얼마나 기쁜 일일까요? 게다가 이 책은 가격까지 '2,666원'으로 책정되어 있습니다. 로베르토 볼라뇨에게 관심이 생겼다면, 가볍게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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