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얼마나 공정한가 - 세계 50개 기업에 대한 윤리 보고서
프랑크 비베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기업이 미래에 우리에게 어떤 혜택을 가져다 줄 것인지 생각해 보세요!

 

마이크로소프트 ★★★★★ / 구글 ★★★★☆ / 삼성전자 ★★★☆☆ / 애플 ★★★☆☆

 

세계를 대표하는 전자ㆍIT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네 기업에 매겨진 별점은 어떻게 산정된 것일까요? 지금은 다소 주춤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별점 5개로 1위, 항상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애플은 겨우 별점 3개를 받았습니다.

이 별점은 독일의 경제 전문 저널리스트인 프랑크 비베가 독일의 전문 평가기관 세 곳의 점수와 자신의 생각을 토대로 지수화한 것입니다. 그가 평가한 것은 기업의 혁신 아이디어나 경영 상태가 아닙니다. 그는 기업의 윤리성을 평가했고, 특히 그 중에서도 지속 가능성에 대해 집중했습니다. 즉, 기업의 과거와 현재가 아닌 미래를 평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은 근본적으로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으로, 무엇보다 기업의 이윤이 우선시 됩니다. 이렇게 이윤을 추구하다 보면 비윤리적이고 공정하지 못한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기업은 원래 그런 목적으로 설립된 곳이니, 돈만 잘 벌면 그만일까요?

저자는 소비자들이 그들을 감시해야 한다고 합니다. 또, 기업 스스로도 윤리 기준을 만들고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위에 언급된 별점은 이런 저자의 생각이 반영돼 나온 것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컴퓨터를 팔면서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끼워 팔고 시장을 독점적으로 지배한 것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기업 윤리가 바닥이어야 할텐데, 왜 별점을 5개나 받았을까요? 그것은 모두 창업주인 빌 게이츠의 게이츠 재단 덕분입니다. 비록 독점적인 시장 지배를 통해 어마어마한 돈을 벌긴 했지만, 재단을 만들어 그것을 다시 기부하면서 최소한의 노력을 보였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세상에는 돈 잘 버는 기업도 많지만, 이렇게 많이 기부하는 창업주도 드문 일이니까요.

 

게이츠 재단의 재산이 결국 게이츠가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서 거둔 천문학적인 수익에서 비롯되었다는 비난은 맞다. 그러나 독점적 지위로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은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다만 규모가 작을 뿐이다. 게다가 다른 기업은 그렇게 번 돈을 재단에 기부하지도 않는다. (p.139)

 

한국에서는 상황이 다르지만, 해외에서는 검색을 하려면 구글로 갑니다. 한국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되지 않으면, 역시 구글로 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구글을 통해 정보를 공유합니다. 구글 역시 자사의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합니다. 이는 개인의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는 범죄가 될 수 있지만, 사람들은 자신 또한 구글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 삼지 않습니다. 저자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구글에게 별점 4개를 주며 면죄부를 주고 있습니다.

 

최근 가장 떠들썩한 두 라이벌인 삼성과 애플은 나란히 별점 3개를 받았습니다. 애플은 혁신 IT 기기를 내놓지만 직접 생산하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중국 등에 하청을 주곤 하는데, 애플의 윤리적 문제는 대부분 이곳에서 발생합니다. 적절하지 않은 임금이나 아동 노동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나마 별점 3개를 받게 된 것도 이 하청업체들을 모두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하청업체들 명단을 공개해 버리면 정부나 감시 단체들이 예전보다 더 엄격하게 감시할 수 있으니까요.

반면 삼성은 대부분의 제품을 직접 생산합니다. 그래서 애플에 비하면 하청업체 문제는 줄어들 수 있지만, 총수 일가의 윤리적인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삼성은 재벌 총수가 불법 정치 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도 곧 특별 사면이 될 정도로 파워가 막강합니다. 게다가 다른 기업들처럼 공개되어 있는 것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없어서 별점 3개를 준 이유도 있습니다.

 

저자는 독자들이 관심 있어할 만한 이름있는 기업 50곳의 윤리보고서를 이런 식으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이 윤리보고서가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깊이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 드러나 있는 부분들을 대상으로 평가를 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처럼 저자 자신의 윤리적 잣대에 따라 일종의 면죄부를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저자가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과거에 어떻게 했느냐가 아니라 앞으로 우리 인류를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입니다. 우리도 기업을 선택할 때, 또하나의 잣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양심의 가책을 받으며 살 이유가 있을까? 어차피 세상은 우리 힘으로는 바꿀 수 없는데 말이다. 개인이 무슨 힘이 있을까? 그런 재앙에 대한 책임은 결국 정치인과 기업이 져야하지 않을까?

하지만 정치인들과 기업에만 그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정치인을 뽑고 기업의 물건을 구매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탄식하는 것처럼 돈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잘사는 나라의 소비자인 우리는 누구보다 힘이 세다. 우리의 돈이 누구에게로 갈지 결정하는 사람이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한 사람이 구매 태도의 변화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많은 소비자가 힘을 합치면 세사으이 가장 거대한 경제 권력이 될 수 있다. 그것은 민주주의와 비슷하다. 투표 한 장이 선거를 결정하지는 못하지만 그 표들이 모이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따라서 우리는 정치인뿐 아니라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에도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 다시 말해 기업의 생산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제동을 걸고, 나쁜 기업과 좋은 기업을 가려내고, 기업 활동에 관심을 보이고, 목적의식을 갖고 상품을 구매하거나 소비하고, 때로는 시위나 청원 운동에 동참해야 한다. 기업은 고객이 상품 생산 방식에 관심을 보인다는 인상을 받을수록 윤리 지침을 준수해야 할 압박도 더 거세게 느끼기 때문이다.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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