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노예 12년 - 체험판
솔로몬 노섭 지음,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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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잃어버리는 건 한순간! 모두가 함께 경계하고 지켜야 합니다!
학창시절, 50분 수업이 끝나면 주어지는 10분 휴식의 달콤함! 다들 기억하실거라 생각합니다. 다행히 시대를 잘 타고나서 대놓고 자유를 빼앗긴 적은 없지만, 잠깐씩 자유를 누리지 못하게 될 때도 우리는 못 견뎌합니다. 그런데 자유인으로 태어나 12년 동안 누군가의 소유물로 전락해 억압받는 삶을 산 한 사람이 있습니다.
『노예 12년』은 작가 솔로몬 노섭이 실제로 겪은 일들을 소설로 쓴 것으로, 그는 자유인으로 태어나 30년 넘게 자유를 누리며 살다가 누군가에게 납치되어 다시 자유인으로 돌아오기까지 12년 동안의 노예 생활과 투쟁을 담고 있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1853년 1월 20일 「뉴욕 타임스」 1면에 처음 소개되었고, 3개월 후에 책으로 나오게 됐다고 합니다. 최근에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이 사건이 다시 주목받게 되자 얼마 전에는 「뉴욕 타임스」가 당시 기사에서 노섭의 이름을 잘못 표기한 것을 161년만에 정정 보도한 적도 있었죠.
『노예 12년』을 읽기 전에 당시의 시대상을 조금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미국의 남북전쟁은 1861년에 발발하는데, 솔로몬 노섭은 1841년에 납치를 당합니다. 당시 미국은 노예제도를 두고 찬반 논쟁이 뜨겁던 때였습니다. 미국 북부는 도시 산업 혁명으로 근대화가 이뤄지고 있었지만 남부는 농업이 중심이었기 때문에 노예들의 노동력이 필요했습니다. 북부에서는 노예들에게 자유인 증서를 쥐어주며 풀어주고 있었지만 남부에서는 오히려 더 노예 거래가 성행했습니다.
"뉴욕에 사십니다."
"자네가 그곳에 살았었나?"
"네, 나리 ─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랐죠."
"그렇다면 자유인이었잖아. 이 빌어먹을 깜둥이 같으니."
그가 버럭 소리 질렀다.
"내가 널 살 때 왜 그 얘기를 하지 않았어?"
"엡스 나리."
나는 그동안 사용하던 것과는 약간 다른 말투로 대답했다.
"엡스 나리, 나리가 굳이 저한테 물어보지 않으신 거죠. 게다가, 저는 한 주인한테 ─ 저를 납치했던 사람한테 ─ 내가 자유인이라고 말했다가 거의 죽을 만큼 채찍질을 당했습니다." (p.292)
뉴욕에서 태어나 자란 솔로몬 노섭은 자유인 증서가 있는 자유인이었습니다. 노예들은 주인의 성을 따르곤 하는데, '노섭'이라는 성은 솔로몬의 아버지를 자유인으로 풀어준 주인의 성입니다. 노섭은 다른 곳으로 가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누군가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뉴욕을 떠납니다. 노예제가 있는 주에 가려면 자유인 증서가 필요하기 때문에 챙겨서 나섰는데, 누군가에게 이 자유인 증서를 빼앗기고 노예로 팔려 가게 됩니다. 그때부터 솔로몬 노섭이라는 이름 대신 플랫 포드라는 이름을 갖게 됩니다.
노예를 거느리는 주인들이 항상 악덕하지는 않지만 플랫이 만난 주인 중의 한 명은 노예를 동물보다 더 못하게 여겼고 그로 인해 플랫은 2번이나 죽을 고비를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악덕한 주인이 있는 반면, 노예들을 일꾼으로 여기며 존중해주는 주인도 있어서 플랫은 죽을 고비를 넘기고 급기야 자유인으로 풀려나기에 이릅니다.
『노예 12년』을 보면 노예들이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담보가 필요할 때 부동산에 하는 근저당 설정을 이 당시에는 동산인 노예에게도 할 수 있었습니다. 노섭은 이 저당권 설정 때문에 목숨을 살릴 수 있었지만, 인간에게 그 몫에 따라 주인이 여러 명 될 수 있다는 사실. 정말 잔인하죠? 게다가 노예들에게 흔하게 가해졌던 채찍질은 옛날 우리나라에서 범죄자에게 행해지던 수준과 맞먹습니다. 그저 목화밭에서 가지 하나를 부러 뜨렸을 뿐인데 25대의 채찍질이 가해집니다.
다른 이유도 아니고 단지 피부색 하나 다르다고 그들이 견뎌내야 하는 억압의 크기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채찍질 횟수는 사안에 따라 등급이 다르다. 25대는 그저 가벼운 벌 정도로 여겨지는데, 목화 속에서 마른 잎이나 꼬투리 조각이 발견될 때, 또는 목화밭에서 가지 하나를 부러 뜨릴 때의 벌이다. 50대는 그다음 단계로,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모든 노예들이 받는 보통의 벌이다. 100대는 심한 벌로 여겨지는데, 목화밭에서 빈둥빈둥 서 있는 심각한 죄를 저지를 때 가해진다. 150대부터 200대까지는 오두막 동료와 싸운 죄에 대한 벌이며, 500대는 개들에게 물어 뜯기는 것과 함께, 동정받지 못하는 가련한 탈주 노예를 몇 주 동안의 극심한 고통과 통증으로 몰아넣는 벌이다. (p.177)
지금은 피부색이 다른 대통령이 나올 정도로 시대가 많이 변했습니다. 사실상 노예제도도 폐지되었으니 먼 옛날의 이야기 같겠지만, 지금은 또다른 의미의 노예제도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혹은 어느 한 순간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를 빼앗기게 될지도 모릅니다.
자유, 우리 모두가 경계하고 지킬 때 누구에게나 평등한 자유가 주어지는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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