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버드의 어리석음 - 세상을 바꾸지 않은 열세 사람 이야기
폴 콜린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성공과 실패, 무모함과 열정, 그 모호한 경계를 지난 사람들의 이야기!

   『밴버드의 어리석음』은 기상천외한 사람들, 역사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잊혀진 사람들에 대한 책으로 '세상을 바꾸지 않은 열세 사람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역사 속에는 남들과 다른 행동과 아이디어로 주목 받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직접 달걀을 품어 병아리를 부화하겠다고 한 에디슨이 있죠. 에디슨은 어릴 때 저능아 소리까지 들으며 학교도 그만둬야 했지만, 결국은 발명가가 되어 사업가로 성공하게 됩니다. 하지만 에디슨처럼 인정 받은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얼핏 생각해 보아도 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의 타이틀 자리를 차지한 밴버드의 경우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존 밴버드는 그가 활동했던 1850년대에 전 세계에 생존한 화가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인물이었으며, 역사상 최초의 백만장자 예술가였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어릴 적부터 밴버드는 신기한 공연을 만들어 친구들에게 보여주곤 했습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본격적으로 돈벌이에 나서는데, 그가 가장 먼저 한 것이 보트를 타고 사람들에게 공연을 보여주는 일이었습니다. 쇼보트에서 일하면서 밴버드는 변화하는 강의 모습을 재빨리 스케치하고 채색하는 연습을 했는데, 그 후 쇼보트를 떠난 밴버드는 배를 타고 이동하면서 미시시피 강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그는 미시시피 강이 시작하는 지점에서 끝나는 지점까지 총 4천8백 킬로미터를 그린 후 '움직이는 파노라마'를 선보여 큰 인기를 얻습니다. 당시는 영화라는 것이 발명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그저 돌돌 감겨있는 거대한 길이의 그림을 천천히 풀어주며 미시시피 강의 모습을 보여줄 뿐인데도 사람들은 열광 했습니다. 밴버드는 일명 '3마일 그림'을 보여주면서 직접 나레이션도 넣고, 배경음악도 깔았습니다. 덕분에 음반까지 판매할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 성공하면 그대로 모방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밴버드가 '3마일 그림'으로 성공하자 더 긴 그림으로 돈벌이에 나선 사람들이 등장해서 밴버드의 수입 급격하게 줄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자신의 성을 짓는 데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어 이웃들은 그 건물을 '밴버드의 어리석음(folly)'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후에 그는 이 성을 박물관으로 개관하는데, 이것이 백만장자 밴버드가 망하게 되는 지름길이 됩니다.

 

   갈 릴레오 갈릴레이처럼 너무 시대를 앞서간 사람도 있습니다. 로버트 코츠는 엄청난 부자인데다가 그 스스로가 연극 자체를 좋아해서 연극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가 입고 등장하는 무대의상에는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고, 화려해서 사람들은 그의 연기가 아닌 무대의상이 궁금해서 연극을 보러 올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의 과장된 연기를 조롱했고, 공연 중에 야유와 오렌지 껍질을 거침없이 던졌습니다. 진정으로 무대를 사랑했던 로버트 코츠는 한번도 인정받지 못한 채 재산까지 탕진하며 쓸쓸한 말년을 맞이하게 되는데, 세월이 흐른 후 연극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어 예전에는 과장된 연기라고 깍아내렸던 것을 예술적 열정으로 인정해 주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컬트'적인 연기, 그것이 바로 로버트 코츠가 했던 연기입니다.

 

   프랑수아 수드르라는 보편 언어를 꿈 꾼 사람도 있습니다. 음악을 통해서 서로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솔레솔'이라는 보편 언어를 개발했는데, 바이올린으로 질문을 던지면 다른 사람이 피아노로 응답하고 프랑스어, 라틴어, 그리스어 등 언어를 불문하고 음악적 대화가 가능했습니다. 이 소문을 들은 빅토르 위고는 공개서한을 발표하고 그를 도와주려고 했지만, 어디서도 그의 '솔레솔'은 활용되지 못합니다. 

   쥘 베른과 에드커 앨런 포에게 영감을 줬던 몽상가도 있습니다. 존 클리브스 심스는 지구 안이 텅 비어 있고, 극지에 있는 구멍을 통해 지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의 주장에 흠뻑 빠진 쥘 베른은 『지구 속 여행』을 써내고, 포는 『남극의 신비』를 썼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줬지만 심스의 이론 또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집니다.

 

   이처럼 『밴버드의 어리석음』에는 남들과는 다른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려 했지만 결국 인정받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진 열 세 명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인정받지 못하고, 기상 천외한 사람들의 이야기니 굳이 주목할 필요가 있을까요?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따로 있습니다. 때론 무모하고 어리석게 보일지라도 무언가를 향한 열정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적어도 그것 하나 만큼은 인정해 줘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우리에겐 어리석을만큼 부족한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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