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의 연인 올랭피아
데브라 피너맨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마네의 《올랭피아》는 왜 센세이션이 됐을까?
   전시되자마자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화제가 된 그림이 있다. 인상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가 그린 《올랭피아》가 바로 그것이다. 이 그림이 전시되자마자 수많은 평론가들과 화가들이 그것을 비난했고, 급기야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 자리로 그림을 옮겨야 했다. 지금 이 그림이 다시 전시된다면, 예전처럼 큰 반항을 불러오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 정도의 그림이라면 흔히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달랐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그녀는 부끄러워하기는 커녕 오히려 당당하게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어떻게 발가벗은 창녀의 눈빛이 저리도 당당할 수 있는가. 또 이전까지는 누드화를 그리더라도 비너스와 같은 신의 이름을 붙여 신성시 했는데, 마네는 창녀의 이름을 떡하니 제목으로 붙여 놓았던 것이다. 《올랭피아》의 모델인 빅토린은 마네의 연인으로, 창녀이거나 귀족의 정부라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진심이 아닌 필요에 의한 사랑은 지리멸렬할 뿐!
   빅토린 로랑, 그녀의 이모들은 돈 몇 푼 때문에 그녀를 팔아 넘겼다. 그래서 그녀는 가난을 가장 싫어한다. 부모님이 누군지도 모르는 집안에서 태어나 배운 것이라고는 발레뿐인 그녀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당시 프랑스에서는 귀족이나 재력가의 정부를 공공연히 인정하는 분위기여서, 그들의 사랑만 얻는다면 창녀도 초고속 신분 상승을 할 수 있다. 
   모네의 인맥을 통해 재력가를 만나려했던 빅토린은 의외의 인물인 마네를 만나게 된다. 그는 가난한 화가였고, 그의 그림은 지금까지의 화풍과는 달랐다. 게다가 그는 바람둥이다. 그가 붓으로 훑은 여자들은 모두 손으로도 훑었지만, 한번 이상은 훑지 않았기 때문이다. 빅토린에게 마네는 쓸모없는 화가일 뿐이다. 그랬던 그녀가 그의 모델이 됐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그녀의 그림이 전시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계산에서였다. 그녀의 계산은 적중했다. 재력가, 귀족은 물론이고 황제까지 그녀를 정부로 두길 원했다. 그녀는 아파트를 선물 받아 자신의 하녀를 뒀고 고급 드레스를 맞춰 입었다. 
   그토록 싫어하던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그녀는 행복했을까? 그렇지 않다. 그녀는 그들의 돈만 사랑했을 뿐 그들은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가슴 속에는 언제나 마네가 자리잡고 있다. 마네 또한 마찬가지다. 서로를 갈망했지만 그들의 사랑은 불꽃처럼 타오르지 않았다. 서로를 갈망하지만 언제나 한 발짝씩 물러서 있고, 나머지 한 발짝은 다른 곳에 걸치고 있는 그들. 지리멸렬, 그들의 사랑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 
   끝이 보이지 않던 그들의 사랑에 반전의 기회가 찾아온다. 빅토린이 자신을 정치적인 수단으로 이용했던 필립에게 배신을 당했다.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진심으로 그녀를 위해 구명해준 사람은 마네였다. 그렇게 그들의 사랑에 다시 불이 붙는가 했지만, 좀처럼 그들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  

"에두아르, 만약 당신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당신이 전에 나는 당신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고 했잖아, 기억나? 그새 마음이 변한 거야?"
"내게 필요한 게 뭔지 그때는 몰랐어. 그때는 아는 게 하나도 없었잖아." (p369~370) 

   빅토린과 에두아르의 대화다. 이 지리멸렬한 사랑의 결론으로 생각해도 될 것이다. 19세기 프랑스 미술계에 엄청난 스캔들을 불러 일으켰던 마네의 그림과는 달리, 조금은 미지근한 그들의 사랑에 아쉬움이 남는다.

09-27. 『마네의 연인 올랭피아』 2009/03/11 by 뒷북소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