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0
허균 지음, 김탁환 엮음, 백범영 그림 / 민음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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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0권째의 주인공은 『홍길동전』
   지난 1995년, 창립 30주년을 맞은 민음사는 "새로운 기획, 새로운 번역, 새로운 편집"의 세계문학전집을 기획했다. 3년 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1998년 그 첫번째인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가 모습을 드러냈으며, 11년 만에 200권을 돌파했다. 그 200권째의 주인공은 최초의 한글 소설로 알려져 있는 허균의 『홍길동전』이 차지하게 됐다. (지난 1997년 『설공찬전』의 한글판이 발견됐고, 이는 『홍길동전』보다 100여년 앞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여러 문헌에서는 "최초의 한글 소설"을 명확하게 명시하지 않은 곳이 있다.) 

『홍길동전』 제대로 읽기 
   비록 "최초의 한글 소설"이라는 타이틀은 넘겨줬지만, 허균의 『홍길동전』은 우리 문학사에서 대표 고전으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허균은 『홍길동전』을 통해 조선 사회를 비판하고 자신의 세계관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이번에 이 책을 풀어 옮긴 김탁환은  "홍길동이라는 영웅의 출세만을 다루지 않고, 임진왜란 이후 산적해 있던 조선의 제반 문제를 폭넓게 다룬 사회소설이다. 적서 차별, 탐관오리의 횡포, 승려의 부패, 조정의 무능함 등이 적나라하게 담겼다. 홍길동은 이 문제들을 백성의 입장에서 비판하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p162)"고 말했다.
   허균은 조선이 낳은 비운의 천재 작가였다. 그는 화담 서경덕의 수제자였던 아버지 허엽과 당대 최고의 문장가로 이름을 날린 형 허봉, 누이 허난설헌이 있었지만 그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겪으며 가족을 잃었고, 광해군을 도와 개혁을 도모하려 했지만 역모 혐의로 처형당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의 사상과 세계관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홍길동전』이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 지금까지 줄곧 읽히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완벽에 가까운 번역을 표방해 온 민음사는 역사 소설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김탁환에게 『홍길동전』을 맡겼다. 김탁환은 자신의 소설 『허균, 최후의 19일』을 쓰면서 이미 허균과 그의 작품에 대해 치밀하게 연구한 적이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완판 36장본과 경판 24장본, 영인본이 함께 실려 있어 여러 판본을 비교하며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교과서는 물론이고 만화,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그려진 『홍길동전』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한번이라도 제대로 읽어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있다보면, 익숙한 이야기 속에서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 낯설음을 만날 수 있다. 그 낯설음을 몇 번 경험하고 나면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진정 『홍길동전』을 읽었노라고.
   또 하나의 매력은 백범영 화백이 그린 삽화다. 그동안 『춘향전』, 『나, 황진이』 등의 삽화를 통해 아름다운 동양화를 선보인 백범영 화백은 이번에도 그저 삽화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그림들을 그려냈다.  

   박맹호 민음사 회장은 출판기념회에서 "국내 작품도 많이 내겠다"고 했다. 가장 선호하는 세계문학전집이자, 그만큼 말도 많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0권, 400권째...의 주인공은 어떤 책이 차지하게 될지 기대된다.

09-20. 『홍길동전』 2009/02/24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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