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적뒤적 끼적끼적 : 김탁환의 독서열전 - 내 영혼을 뜨겁게 한 100권의 책에 관한 기록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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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중독자 김탁환의 영혼을 뜨겁게 달군 100권의 책들 

   누군가의 독서 목록을 엿본다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특히, 그 누군가가 책과 연관있는 사람일 경우에는 더욱 설렌다. 소설가 김탁환이 『김탁환의 독서열전 : 뒤적뒤적 끼적끼적』이라는 제목으로 '내 영혼을 뜨겁게 한 100권의 책에 관한 기록'을 펴냈다. 여러 편의 소설을 발표한 소설가의 영혼을 사로잡고 살찌운 책은 무엇일까? 

   그는 100권의 책들을 열가지 테마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그는 가장 먼저 "예술이여 인생이여, 너희 얼굴 참 곱구나"라는 테마를 통해 작가로서의 고민을 보여준다. 그가 첫번째로 선택한 책은 폴 오스터의 『빵굽는 타자기』이다. 그는 이 책을 꿈을 요리하는 책이라고 하며, 이야기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항상 정독을 권한다고 한다.
   예술, 과거, 일상, 인생, 과학 등의 다양한 테마만큼 그가 읽는 책의 장르 또한 다양한다. 그는 스무 살의 아득함을 다시 느껴보고 싶을 때 김사인의 『가만히 좋아하는』을 펼쳐든다. 그는 시집을 읽은 후엔 아무것도 하지 말라(161)고 한다. 시를 옮겨 적지도 말고, 침묵을 견디지 못해 텔레비전을 켜지도 말고, 친구에게 전화 걸어 좋은 시집 읽었다 수다 떨지도 말고 가만히 눈앞의 풍경을 바라보며 살아 있음에 아득한 고마움을 느껴 보라(p162)고 한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말하는 것. 그것이 바로 예술이다. (p30)    

   책이라는 대학에 선뜻 들어서기가 겁나는 독자에게는 구입한 책을 보관하기 위해 고양이 빌딩을 만든 독서광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를 읽고 책이라는 대학이 어떤 곳인지 알았으면 한다(p388)고 말한다.
   또, 한국과학기술원에서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가르치고 있는 그는 관련 서적들을 소개하기도 한다. 그는 『영원한 제국』의 저자 이인화의 『한국형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소개하면서 이인화가 사이버공간에서는 세계 정상급의 게이머라는 사실을 깜짝 공개한다. 
   이 책에 소개된 100권의 기록을 읽다보면 그동안 역사와 과학, 비평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었던 그의 글들이 어떻게 살찌워졌는지를 엿볼 수 있다.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에도 아무런 감(感)과 동(動)이 없다면,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의 삶이 똑같다면, 그 글이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p397) 

두 철학자의 자세가 전투적일수록 어려운 전문용어와 만나기 힘든 책과 겨우 이름을 들어 본 듯한 석학들이 쏟아져 나온다. 지레 겁을 먹고 책을 덮을 필요는 없다. 그들이 철학이라는 분야에서 전문가이듯, 책을 읽고 있는 우리도 우리가 업으로 삼고 있는 분야에서는 또한 전문가일 테니까. (p430) 

   아쉽게도 그가 소개한 100권의 책들 가운데 내가 읽어본 책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다. 그러나 내가 읽지 않은 책이 나오더라도 걱정할 필요없다. 또 작가의 고차원적인 감상이 불쑥 불쑥 튀어나올까봐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뒤적뒤적 끼적끼적"이라는 제목이 말해주듯이, 그저 뒤적뒤적 넘기며 가볍게 읽으면 될 것이다. 다음에는 이 책을 읽으며 꼽아뒀던 책들을 펼쳐봐야겠다.

09-13. 『김탁환의 독서열전 : 뒤적뒤적 끼적끼적』 2009/02/07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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