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찬 여행기
류어 지음, 김시준 옮김 / 연암서가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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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해가는 세상을 향해 고군분투하는 라오찬의 활약상
   라오찬의 원래 이름은 톄잉으로, 호를 부찬이라 했다. 사람들은 그의 사람됨을 좋아해 존경하는 뜻에서 라오(老)를 붙여 '라오찬'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는 공부를 꽤 했지만 번번이 과거 시험에서 떨어져 의식을 걱정하던 중 한 도사에게 병을 고치는 몇 가지 비방을 익히게 된다.
   『라오찬 여행기』는 중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라오찬이 지방의 모습과 관리의 치정을 기록한 여행기이자 견책소설이다.
   중국의 대작가 루쉰은 『중국소설사략』에서 정치나 사회의 비리를 폭로하고 규탄한 소설들을 가리켜 '견책소설(譴責小說)'이라 했으며, 『라오찬 여행기』를 청말의 '4대 견책소설'의 하나로 꼽았다.
   류어가 『라오찬 여행기』를 썼던 1900년대는 밖으로는 열강의 침입으로, 안으로는 혁명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던 시기였다. 그는 소설 곳곳에서 당시의 상황을 비유적으로 풍자하거나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그의 소설에서 흥미로운 점은 부패한 관리뿐만 아니라 청렴결백을 강조하는 관리 또한 백성들에게는 혹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센은 도둑을 소탕하기 위해 피해자였던 백성을 공모자로 몰았고, 깡삐는 자신에게 돈을 주려했다는 이유로 무고한 백성을 살인자로 여기고 가혹한 고문을 가했다. 실제로 위센은 산동순무를 지내면서 의화단 사건 당시 다수의 기독교인을 학살한 위센을, 깡삐는 군기 대신을 지낸 만주 귀족 출신의 깡이를 모델로 한 것이라고 한다.

저 새들은 비록 춥고 배고프지만, 아무도 총으로 쏘아 죽이거나 그물로 잡지는 않는다. 잠시 춥고 배고프겠지만 내년 봄이 되면 곧 쾌활하여지리라. 조주부의 백성들은 모두가 몇 년 내내 고생만 하고 있으니, 저렇듯 혹독한 관리가 있어 움쩍만 하여도 강도로 몰려 형틀에 묶여 죽임을 당하지만 한마디 말조차 못하여, 춥고 배고픔 외에 이보다 더한 고초가 있으니 저 새들보다 더 고생스럽지 않겠는가? (p93)

   류어는 송대의 유학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고 소설 전반에는 태주학 사상이 깔려있다. 게다가 작품이 나온지 100여년이 지났으니, 당대의 사상과 문체를 잘 모르는 우리에게는 낯선 문장들이 종종 등장한다. 그러나 몇몇 문장들을 제외한다면, 비교적 속도감 있고 유쾌하게 읽힌다. 
   혹자는 라오찬을 '셜록 홈즈'라 불렀다. 몰락해가는 세상에서 고군분투하는 라오찬의 활약을 한번 만나보라.  

09-11. 『라오찬 여행기』 2009/02/01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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