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스무 살을 사랑하라 - 20대 여자들을 위한 자기격려서
김현진 지음 / 해냄 / 200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부터인가 이맘때만 되면 괜스레 우울해진다. 아마도 20대의 끝자락을 달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평소에는 잘 읽지도 않던 책으로부터 위로라도 받아야 힘을 낼 수 있을 것만 같다. 꼭 일년만에 다시 펼쳐든 『당신의 스무 살을 사랑하라』! 
   "20대 여자들을 위한 자기격려서"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자기계발서로 분류된다. 그러나 저자 김현진은 당돌하게 자기 계발서 같은 건 읽지 말고 진짜 자기 계발을 하라고 한다. 도대체 이 당당함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책을 읽다보면 비로소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사실 이 책은 자기 계발서라기보다는 20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 여자의 삶이 담긴 에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저자 김현진은 80년대 초반에 태어나 온갖 좌절과 산전수전을 겪으며 20대를 살아가고 있다. 흔히 말하는 엄친아가 아닌 예쁘지도 잘나지도 않은 그녀의 이야기만 읽고 있을 뿐인데, 힘이 솟고 용기가 난다. 무엇 때문일까?
   따지고 보면 그녀 또한 평범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녀에게서는 평범한 사람들이 내뿜는 사람 냄새가 난다. 아무리 발버둥치며 살아도 경제적으로는 전혀 나아지지 않는 일상, 수술비 300만원을 구할 길이 없어 좌절하고 그나마 실업급여라도 받고 있어서 다행인 그녀. 
   그래, 나도 그녀와 같았어!
   어떤 이들은 몇 푼 안되는 실업급여라고 했지만 나에겐 위안을 주는 큰 돈이었고, 낮밤도 휴일도 없이 일을 해도 겨우 88만원 세대일 뿐인데... 그런 사람이 나말고 또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반가웠다. 

   문득 얼마전 세상을 떠난 작가 이청준님의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지인 중의 한분이 이청준님께 해주신 말이라고 한다. 

"자신만이 그 어려운 어둠 속 길을 가지 않고 다른 수많은 사람도 각기 자신의 어둠 속 산길을 외롭고 힘들게 가고 있다는 사실의 인식은 우리 삶의 길에 대한 근본적 이해뿐 아니라, 그 각각의 독행자들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용기를 주는 일이냐. 네 소설은 적어도 그것을 할 수 있다."  (「귀항지없는 항로」, p280)    그렇다. 꼭 "힘내!"라는 말이 위로가 되지는 않는다. 그녀의 이야기는 20대를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커다란 위로가 된다. 아무리 힘들어도 웃어야 하고, 언젠가는 나아질거라며 긍정적인 사고로 '화이팅'해야 한다고 말하는 여느 사람들과는 다르다. 그녀는 힘들면 울어도 되고, 애써 '화이팅'하지 않아도 된다고 우리들을 토닥여 준다. 

내가 유일하게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슬퍼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이 슬퍼할 권리는 내가 유일하게 행사 할 수 있는 권리요,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는 온전한 권리입니다. (p. 41) 

몸은 자는 동안 자라고 마음은 고독한 동안 자라고, 고독한 시간이야말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기회이고 쌩얼의 자신을 만날 기회이니까요. 고독해서 마음이 괴로우면 마음의 평수가 넓어지고 있는 것이니까요. 외로워보지 않은 사람, 고독해 보지 않은 사람이 무엇을 소중히 여기고 깊이는 또 얼마나 있겠어요. 그러니 외로워서 힘들고 마음이 아프면 잘되고 있어, 하고 생각하세요. 잘되고 있어, 내가 자라고 있구나, 이 시간 동안 내 안에서 뭔가 좋은 것이 자라날 거야, 하고 말이에요. (p.148~149) 

책 보면서 버티면 훨씬 나아요. 자기계발서나 성공을 위한 처세학, 연애 비결이나 돈 모으는 비결 같은 실질적인 거 말고 뜬끔없는 책을 읽어보는 거예요. (...)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단 하나 있으니 그게 품위입니다. 품위를 살 수 있는 것은 단지 노력입니다. 인생에 대해 더 알려고 하는 의지, 세상이 원래 슬프고 불공평하다는 것을 아는 사색, 그 슬픔에 공명하는 연민과 사려, 돈 주고도 못 사는 것, 그런 게 있고 그게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순간 내 팔자에 대한 한탄은 대폭 감소했어요. 그리고 관용과 사색은 여기가 아닌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p. 271)

2008/12/31 by 뒷북소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