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경제학자
최병서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최근 모네, 마그리트, 고흐 등 유명 화가들의 초대전이 국내에서 연이어 열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설과 드라마의 영향으로 혜원 신윤복의 그림이 전시되는 곳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이런 현상은 출판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예술 작품을 대하는 관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 
   원래 예술가는 배고픈 직업이라 했던가. 그만큼 사람들은 예술을 돈과 결부시키려 하지 않았다. 예술을 돈과 바꾸는 것은 저급 취급을 당했고, 아무리 배가 고프더라도 순수하게 예술을 지향하려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이 미술사를 움직인 것이 보이지 않는 경제의 힘이라고 한다. 사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미술품들을 재테크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감히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경제학자인 저자가 책으로 펴냈다.

   얼마전 한 그림이 유명세를 탔던 적이 있다. 고흐나 렘브란트의 그림처럼 값어치가 있거나 희소성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 어떤 그림을 모 재벌가에서 수십억을 주고 구매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봐도 그만한 값어치의 그림처럼 보이지는 않았는데, 누구보다 경제 개념이 확실한 사람이 그 그림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경제학으로 다가가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림은 소량 혹은 대량 생산이 가능한 다른 재화와는 다르다. 게다가 세월이 흐른다고 해서 그 그림의 가치는 절대 떨어지지 않고, 유명한 평론가의 입만 빌린다면 천장부지로 치솟을 수 있다. 살아 생전 한 점의 그림도 팔지 못해 가난과 싸워야 했던 고흐가 보이지 않는 경제의 힘으로 자신의 그림이 엄청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귀가 잘린 자화상으로 유명한 고흐는 다수의 자화상을 남겼다. 그는 왜 자화상을 즐겨 그렸을까? 자신의 외모에 자신이 있어서? 아니면 그것이라도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어서? 여기에도 경제적인 이유가 따른다. 평소 가난해서 모델을 찾을 수 없었던 고흐는 어쩔 수 없이 모델료가 들지 않는 자신의 얼굴을 거울로 들여다 보며 그릴 수 밖에 없었다. 또 누군가의 의뢰를 받고 그려주게 되면 화가의 생각보다는 의뢰인의 마음에 들게 그려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자신의 자화상을 그리면 화가 마음대로 그릴 수도 있고, 모델료도 줄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이 책의 저자는 경제학자다. 그래서 미술을 경제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경제학을 설명하는데 미술을 빌릴 뿐이다. 즉, 미술이 아니라 경제가 주가 된다. 딱딱하고 지루한 경제를 재밌는 미술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기 때문에 다른 경제 이야기보다는 덜 지루하지만, 아무래도 경제가 주인공이다 보니 모든 이야기가 재미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요즘에는 모든 분야가 경제를 빼놓고는 설명될 수가 없다. 반대로, 경제를 강조하면서 문화적인 측면도 배제할 수는 없다. 흔히 문화산업이라고 하지 않는가.

   여기서 잠깐,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는 그동안 2차 산업으로 도시를 먹여살려 왔다. 최근 뮤지컬이나 게임, 육상 등의 축제를 개최하면서 문화도시로 발돋움하려고 노력하고는 있지만, 그나마 그것도 경제적인 측면에서 먼저 다가간 것이기에 양과 질에서 부족함이 많아 보인다. 어느 것 하나라도 좋으니, 문화적 혹은 경제적인 측면 모두에서 만족할 수 있는 문화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으면 한다.

2008/11/16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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