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아릿한 우리들의 축제, 그리고 세상 속으로!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데, 난 작가 황석영도 인간 황석영도 몰랐다. 그저 『장길산』과 『오래된 정원』의 저자였으며 오래전 TV 뉴스에서 그의 얼굴을 더 많이 봤다는 것, 그래서 정치색이 강한 작가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정도였다.
   솔직히 예전 같았으면 감히 읽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남성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장길산』이나 영화의 이미지가 더 강했던 『오래된 정원』처럼 그저 언젠가는 한번 읽어보겠지, 이렇게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개밥바라기별』은 다르다고 했다. 성장소설이며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 했다. 그동안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던 대작가와 친해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믿었다.
   때마침 한 오락 프로그램에 이 대작가가 출연했다. 이미 책을 읽은 후였기 때문에, 그의 이야기에 솔깃해졌다. 책을 통해서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책 속 주인공들처럼 저돌적이지만 유쾌한 한 남자도 만났다. 나이가 들면 자신의 외모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고 했던가. 만면에 번지는 유쾌한 웃음 소리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필력 뿐만이 아니라 이젠 정말 외모까지 대작가의 면모를 띄고 있다고나 할까. 아무튼 그의 출연은 그를 이해하고 『개밥바라기별』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이제 그는 베트남으로 떠나야 한다. 떠나기 전 외출을 허락받은 준은 학창시절 친구들을 떠올린다. 공부보다는 책을 읽고 글 쓰는데 관심이 많았던 '준', 학교를 휴학하고 인호와 함께 무작정 떠난 무전여행, 시위 그리고 자살과 또 한번의 떠돌이 생활. 준은 그 시절 어느 것에도 제대로 몰두할 수 없었던 젊은이들의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비단 준 뿐만이 아니다. 책 속에서 각각의 화자로 등장하는 영길, 인호, 상진, 정수, 선이, 미아 모두 마찬가지다. 그들은 각자의 고민을 안고 때론 혼자서, 또 때론 친구들과 함께 세상 속으로 뛰어든다.
   물론 이것은 황석영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이기 때문에 지금과는 시대도 다르고, 고민거리도 당연히 다르다. 그러나 그 고민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결코 다르지 않다. 이것이 바로 독자들을 열광케하는 이 책의 힘이 아닐까. 7,80년 대 청춘 드라마 같은 이야기였다면 재미는 있을지라도 공감을 이끌어 내지 못했을 것이다. 황석영 작가는 누구에게나 있을 법했던 일이었던 것처럼 소소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마치 내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다.
   우리 한때, 아프고 힘들지 않았다면 어떻게 지난날을 '축제'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젠 어엿한 작가가 된 타블로의 평이다. 과연 내게는 어떤 '축제'가 있었을까, 기억 속을 더듬어 본다.

젊거나 나이먹거나 세월은 똑같이 소중한 거랍니다. 젊은 날을 잘 보내세요. (p.17)
누구나 삶의 고통은 몸 안의 어느 깊숙한 곳에 간직한다. (p.250)
저기…… 개밥바라기 보이지?
비어 있는 서쪽 하늘에 지고 있는 초승달 옆에 밝은 별 하나가 떠 있었다. 그가 덧붙였다.
잘 나갈 때는 샛별, 저렇게 우리처럼 쏠리고 몰릴 때면 개밥바라기.
나는 어쩐지 쓸쓸하고 예쁜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p.270)
이제 출발하고 작별하는 자는 누구나 지금까지 왔던 길과는 다른 길을 갈 것이다. (p.282)

2008/11/10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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