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내게로 왔다 - 이주향의 열정과 배반, 매혹의 명작 산책
이주향 지음 / 시작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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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라는 단어, 내겐 참 낯설게만 느껴진다. 예전에는 소설 속 연인들이 사랑하는 모습만 봐도 행복한 상상에 빠졌었고, 그들이 이별하는 모습에 눈물을 뚝뚝 흘리곤 했었는데... 언제부터였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런 것들이 시시해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사랑에 대한 책은 멀리하기 시작했다.

   요즘 내 감정은 너무 메말라 있다고나 할까. 아무리 책을 읽고, 영화를 봐도 예전처럼 감정의 변화가 쉬이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공감할 수는 없지만 사랑에 대한 책들을 읽어보려 노력 중이다. 읽다보면 예전처럼 그 감정들이 되살아 나겠거니 생각했는데, 생각처럼 한번 읽어버렸던 감정의 감각들은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는다.

 

   이주향, 예전에 라디오를 통해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라 관심이 있었는데, 이번에 그동안 한편씩 한편씩 들려주던 이야기를 묶어서 책으로 펴냈다. '사랑'이라는 테마로 묶인 그녀의 책을 보면서 내가 아는 '사랑'은 어떤 것들이 있나 한번 생각해 봤다. 세상에서 흔하고 흔한게 사랑 이야기라는데, 또 이렇게 생각해보니 쉽게 떠오르지가 않았다.

   과연 그녀는 어떤 사랑 이야기를 들려줄까? 일단,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들려주는 사랑 이야기는 다양하다.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청춘남녀들의 사랑도 있지만, 노인과 어린 처녀, 신과 인간, 아버지와 딸, 꽃과 사람의 이야기도 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들을 사랑으로 정의 내리고 들려주는 그녀의 솜씨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그토록 시시하게만 생각했던 이야기는 단순히 청춘남녀들의 사랑에만 한정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사랑은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는데, 난 왜 한가지 모습으로 정형화시켰던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아직까지의 내 사랑들이 대체로 한가지 모습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에도 상상력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러면 어린왕자가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장미를 사랑했듯이, 그런 사랑을 할 수 있겠지.

   솔직히 말하면, 아직까지는 그 감정의 감각들이 되살아 나지는 않았다. 이제 내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았으니, 조만간 찾을 수 있겠지.   

 

2008/10/12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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