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로드 - 라이더를 유혹하는 북미 대륙과 하와이 7,000km
차백성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나와 자전거의 인연은 그리 길지 않다. 누군가에게 새 자전거 한 대를 얻었고, 탈 줄도 모르고 탈 시간도 없어서 거의 일년동안 모셔뒀다가 가을 바람이 살랑거리던 어느날 무심코 타고 나갔다가 타게 됐다. 어릴적부터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세발 자전거도 제대로 못 탔던 나였다. 그랬던 내가 자전거에 앉자마자 타게 된 것이다. 덕분에 '마하의 속도로'(가네시로 가즈키의 표현을 빌린 것이다) 자전거와 친해졌지만, 30분이 한계다. 30분이 지나면 또 어딘가에 자전거를 버려두고 혼자서 도망가버리곤 한다. 김훈 작가 때문에 잠시 상상은 해봤지만, 자전거 여행? 내겐 꿈도 꿀 수 없는 이야기다.
   여기 자전거 여행에 푹 빠진 한 남자가 있다. 그의 나이 얼추 50대니, 자전거 여행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런데 자전거 여행지가 다른 곳도 아닌 아메리카란다. 자동차로도 여행하기 힘든, 하나의 대륙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 큰 아메리카를 자전거로 여행하다니. 그를 그 먼 곳으로 이끈 힘은 과연 무엇일까?
   그는 무작정 떠나지 않았다. 본 여행에 앞서 예비 여행도 떠났고, 몸 단련도 했다. 그리고 여행의 테마도 정했다. 그는 모두 세 번의 여행을 떠났다. 첫번째는 시애틀에서 샌디에이고를 잇는 서부 해안도로를 따라 도는 30일간의 여행이었고, 두번째는 아메리카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사라진 인디언을 찾아 떠난 서부 대평원으로의 여행이었고, 마지막은 지상의 낙원이라고 할 수 있는 하와이의 오아후 섬과 마우이 섬을 달리는 여행이었다.
   그는 통증과 싸우면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고, 단순히 자전거를 타고 달리지만은 않았다. 마냥 사진으로만 보아왔던 낯선 풍경에 이야기를 더해줬고, 아메리카의 광활함을 사진으로 확인시켜줬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은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 앞에서 붉은 유니폼을 입고 찍은 사진이었다. 만약 그가 설명해주지 않았다면 어느 월드컵 경기장 앞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는 인접해 있는 국경이 없기 때문에, 국경의 모습을 본 건 처음이었다. (북쪽이 인접해 있긴 하지만, 그것은 국경이라기보다는 휴전선이니까.)
   작가가 전문적으로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의 여행을 담아낸 글도, 사진도 다소 밋밋한 것이 사실이다. 분명 그의 여행은 이보다 더 힘들고 벅찼을텐데, 그 느낌을 고스란히 담아내지 못한 작가에게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가 '라이더'임음 틀림없다는 것이다. 라이더로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은 인정한다.

2008/09/21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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