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 행복한 오기사의 스페인 체류기
오영욱 지음 / 예담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즐겨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홈페이지를 예쁘게 꾸며준 오기사. 어느날 그 프로그램을 통해 오기사의 책 두 권을 선물로 보내준다고 했다. 휴가 때 읽고 싶다고 냉큼 손을 들었는데 운 좋게도 내게로 왔다. 그런데 나는 뜻하지 않게 거짓말을 하게 됐다. 휴가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서 그만 출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읽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곳을 잠시 스친 여행자와 그곳이 일상이 되어버린 자의 시선은 다르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그는 건설 역군으로 일하면서 해외 도피 자금을 마련해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바르셀로나로 훌쩍 떠났다. 왜 하필 바로셀로나였냐고? 그곳에는 가우디가 있다. 딱히 건축 공부를 하러 떠난 것은 아니었지만 그로 인해 어느 정도의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을테니까. 그가 이미 스페인 '여행기'가 아니라 '체류기'라고 했듯이 바르셀로나로 여행을 떠난 것이 아니었다. 딱히 공부를 하기 위함도 아닌데, 그는 왜 떠났을까? 그의 말을 빌리자면, 그것은 도피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한번쯤 낯선 곳에서 마음껏 즐기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떠남은 도피가 될 수 있었지만 떠나 있음은 또 다른 삶의 연속이었다."(p156) 그곳에서도 그는 서울에서와 마찬가지로 일상을 살아가야만 했다. 새로운 면도 없지 않았지만, 여전히 그는 늦잠을 잤고 청소를 미뤄뒀다.
그곳을 잠시 스친 여행자와 그곳이 일상이 되어버린 자의 시선은 다르다. 그는 그곳에서 보낸 자신의 일상을 들려주고 있다. 바르셀로나에 가면 꼭 들러야 할 명소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다. 한번 보면 절대 잊지 못할 화려한 명소가 아니라 그곳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바르셀로나하면 축구가 먼저 떠올랐는데 사람들이 축구에 열광하는 모습은 일상적인 모습이 아니라는 것, 그들도 우리처럼 아픈 역사를 품고 산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그가 너무 부지런하고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서, 그의 그림이 너무 화려하거나 섬세하지 않아서 좋다. 마치 이웃집 총각의 앨범 혹은 일기장을 엿보는 친근한 느낌이랄까. 그가 1년여간의 도피 생활을 접고 드디어 본격적으로 건축 공부를 하려고 한다. 이어질 그의 이야기들도 그런 친근한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아무런 기대 없이 그냥 편하게 스쳐 가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는 것이다. (p97)

오랜 친구와 함께하는 바다는 여유롭고 새로운 친구와 함께하는 바다는 설렌다. (p111)

떠남은 도피가 될 수 있었지만 떠나 있음은 또 다른 삶의 연속이었다. (p156)

여행을 떠나는 입장이라면 조금 더 마음을 열어도 좋을 것 같다. 멀리까지 해외여행을 가서 낯선 문화와 부딪치며 줄곧 '한국이라면 이랬을텐데……' 구시렁대는 것보다는, '이곳 사람들은 이렇게 사는구나'하고 인정하면 여행이 더 즐거울 수 있다는 말이다. (p375)
 
   

2008/08/03 by 뒷북소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