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통행로 - 사유의 유격전을 위한 현대의 교본
발터 벤야민 지음, 조형준 옮김 / 새물결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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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물을 보고도 전혀 다른 깊이로, 전혀 다른 사유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19세기에는 니체가 있었다면 20세기에는 이 사람이 있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발터 벤야민, 그는 베를린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현상학, 프랑크푸르트학파, 하이데거 등과 영향을 주고 받으며 문학, 정치, 영화, 미술, 철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20세기 사상사에 한 획을 그은 사상가로 꼽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유대인이었다. 1940년 나치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가던 중 좌절되자 모르핀을 음독하고 생을 마쳤다.

발터 벤야민의 사유의 세계는 독특, 그 자체이다. 책과 매춘부처럼 어떻게 보면 상당히 이질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물들을 연관짓거나 '아하'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올 정도로 놀라운 비유법을 구사하고 있다. 그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사유에도 창의성이 얼마나 필요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솔직히 말하면, 그의 사유는 나 같은 내공의 소유자가 단번에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렵다. 그러나 좌절은 금물! 잠시 책에서 눈을 떼고 숨을 몇 번 고르고 나면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으니, 그 순간이 바로 '아하!'하는 소리를 내지를 때다.

라디오PD 정혜윤은 그녀의 저서 『침대와 책』 에서 삶이 휘청거릴 때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함께 이 책을 꺼내어 본다고 했다. 그것은 이 책들이 "반성하라고 말하는 대신 성찰하라고 말하기"(p211)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 발터 벤야민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사물들을 통해 삶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힌트들을 찾는 방법을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다. 특히 글을 쓰는 사람답게 글쓰기와 비평에 대해서는 끈질긴 사유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의 사유는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분야를 넘나든다.
아마 그도 니체의 영향을 받은 사람 중의 한명이리라. 본문 중에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터 벤야민의 벽을 넘은 사람이라면 니체에게도 한번 도전해보라. 놀라운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2007년 7월 새물결 출판사에서 나온 것과 같은해 12월에 길 출판사에서 나온 두가지 번역본이 있다. 내가 읽은 새물결 출판사의 책은 번역된 문장 자체가 바르지 못한 것이 많다. 물론 이런 책들의 번역이 까다로운 것도 사실이고, 원문 자체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번역가들이 우리말보다 외국어를 더 가까이 한다는 것도 하나의 사실이다. 그러나 독자들이 더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우리 어법에 맞게 번역하는 것도 번역자의 몫이 아닐까.

2008/07/21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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