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9ㆍ11 테러 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내가 알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전부였다. 그들은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가해자가 되기도 했다. 과거 우리나라가 무수히 많은 침략을 당한 것은 지리적인 탓도 있다고 했다. 그제서야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르는 이 나라를 지도에서 찾아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프가니스탄은 이란과 파키스탄 사이에 있으며, 소련이 무너진 이후에는 무려 6개국과 국경을 나란히 학 있는 나라다. 수도 카불(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읽고 알게 된 사실)은 아프가니스탄의 동쪽, 그러니까 파키스탄과 가까운 곳에 있다. 지도를 보고서야 그들의 상황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아미르는 부유한 아버지를 둔 덕분에 아프가니스탄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랐다. 그에게는 자신보다 한 살 어린 하인 하산이 있었다. 부잣집 도련님 아미르가 아무리 고약한 짓을 해도 하산의 충성심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하산은 하자르인이다. 아프가니스탄은 국민의 80% 이상이 수니파로, 시아파인 하자르인은 소수민족인 것이다. 세계 역사를 살펴보면 이런 소수민족들이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 경우는 허다하다. 게다가 하산은 언청이로 태어났으며, 그의 엄마는 그를 낳자마자 도망가 버렸다. 비록 그가 부잣집 도련님을 모시고 있긴 했지만, 어른 아이할 것 없이 사람들은 하산을 놀렸다. 특히 아미르 아버지의 친구 아들인 아세프 일당이 심했다. 물론 처음부터 하산이 표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남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아미르가 당연히 곱게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아미르는 축구보다는 혼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의 아버지 바바 조차도 그런 모습을 걱정할 정도였다. 아세프 일당이 그런 아미르를 괴롭히자 하산은 자신의 특기인 새총으로 아세프를 위협했고, 아세프는 복수를 다짐하며 도망갔다.
겨울이면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연날리기 대회가 열렸다. 이 연날리기의 승자는 연을 오래 혹은 멀리 날려 보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연줄을 끊고 최후에 남는 사람이었다. 아미르의 아버지 바바는 이 대회의 승자였고, 자신의 아들도 승자가 되길 원했다. 이 대회에는 또 한가지의 선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승자가 마지막으로 끊은 연을 쫓아가 차지하는 것이다. 하산은 연이 떨어지기도 전에 떨어질 곳으로 미리 가서 기다리고 있다가 그 연을 차지했다.
아미르가 13살 되던 해, 그는 연날리기 대회의 승자가 되었고 하산은 아미르를 위해 연을 쫓아 갔다.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며 뒤늦게 하산을 따라가기 시작한 아미르는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 말았다. 막다른 골목에 하산과 연, 벗어놓은 하산의 바지, 그리고 아세프 일당이 있었다. 하산은 연을 지키기 위해 아세프의 몹쓸 짓에도 저항할 수 없었다. 아미르는 그것을 몰래 숨어서 지켜만 보았다. 그날 이후 하산은 한동안 아팠고, 아미르는 하산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하산을 보는 것이 괴로웠던 아미르는 결국 하산에게 도둑 누명을 씌우고 집에서 나가게 만들었다. 하산의 아버지 알리와 함께 자란 아버지 바바는 울면서 알리에게 애원했지만, 알리는 하산의 손을 잡고 집에서 나가버렸다.
그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있었다. 부자였던 아버지 바바는 달랑 옷가지 몇 개만 챙겨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존경받던 바바가 미국에서 한 일은 주유소 충전과 벼룩시장에서 중고물품을 파는 것이었다. 어릴적부터 아미르는 아버지가 무서웠고, 알리와 하산을 자신의 가족으로 여기는 아버지가 싫었다. 아미르는 자신이 태어남과 동시에 엄마가 죽었기 때문에 아버지가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아미르는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을 깨닫고 생활은 어려웠지만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지게 된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했던가. 아미르가 결혼하자마자 바바는 암이 전이되어 돌아가시고 만다. 다행히 그에게는 아내가 있었고 아내의 가족이 있었다. 그리고 어릴적부터 원했던 소설가가 되어 네 권의 책도 펴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15년 동안 아이가 없다는 것.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오랜 파트너인 라힘 칸으로부터 연락이 온다. 병 때문에 파키스탄의 병원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소설가가 될 수 있도록 응원해준 라힘 칸을 만나기 위해 파키스탄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라힘 칸은 그동안 숨겨 두었던 아버지 바바의 비밀에 대해 털어 놓기 시작하는데.

『연을 쫓는 아이』는 단순한 성장소설이 아니다. 그곳에는 지금도 겪고 있을 아프가니스탄 아이들 아니 모든 사람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비록 미국에서 영어로 출간된 책이기는 하지만,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는 아미드처럼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어느 나라가 가해자이고, 어느 나라가 피해자인지 직설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지는 않다. 그저 소년들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의 아름다운 모습과 전통을 담아내고 있다. 마냥 이분법적인 잣대로 탈레반 정권이 들어선 아프가니스탄은 나쁜 나라라고만 생각하고 있던 내가 얼마나 수준 미달이었는지를 깨달았다. 우리가 겪어온 과거를 알면서, 그들도 마찬가지로 우리와 같은 사람들인데 왜 한가지 밖에 보지 못했는지 미안할 따름이다. 게다가 우리와 비슷한 구석도 있지 않은가. 한 겨울에 연날리기를 하고, 간식으로 오디를 먹는 모습 말이다. 이 기회에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에 대해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역자는 후기에서 이창래의 『영원한 이방인』을 언급했다. 할레드 호세이니와 이창래는 어릴적에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공부를 하고 영어로 소설을 써냈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그러나 이창래가 미국으로 건너간 것은 할레드 호세이니보다 훨씬 어릴적, 그러니까 한국에 대한 그 어떤 기억도 가질 수 었었던 3살 때였다. 역자는 그가 소설에서 한국의 모습에 대해 잘못 묘사하고 있다고 아쉬워했지만, 그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일부러 한국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거나 조사해 볼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했다면 더 어색한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물론 나도 그 부분이 참 아쉬웠지만, 역자의 그런 언급은 나를 언짢게 만들었다.

2008/07/07 by 뒷북소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