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파의 은밀한 거래 - The Secret World Of FIFA
앤드류 제닝스 지음, 조건호.최보윤 옮김 / 파프리카(교문사)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정정당당, 스포츠의 세계는 그 어느 것보다 정직하고 깨끗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프로 축구를 몇 번만 보더라도 그러한 생각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금새 알 수 있다. 나 같은 관중 조차도 분명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렇게 오랫동안 심판을 보아 왔던 사람이 반대로 판정을 내려 버린다. 절대 정정당당하다고는 볼 수 없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곤 한다.

 

프로 스포츠는 어차피 기업의 마케팅 수단의 일종일 뿐이다.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프로 스포츠단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그 어떤 마케팅 수단 보다도 스포츠 마케팅이 사람들의 머리 속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기 때문이다. 프로 스포츠단의 목적은 좋은 성적을 거두어 보다 많은 홍보 효과를 얻는 것이다. 기업의 목적 또한 이것들을 잘 이용하여 보다 많은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절대 정정당당만으로는 성과를 이룰 수가 없다.

세계에서 성공적인 스포츠 마케팅으로 손꼽히는 아디다스, 그리고 아디다스의 성공 신화를 이끌어 낸 아돌프 다슬러. 현재 아디다스는 우리 대표팀에도 세 줄이 들어간 유니폼을 입히기 위해 온갖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가 아디다스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든 신화 이면에는 그리 아름답지 못한 모습들도 많다. 특히, 그는 FIFA에 많은 투자를 했고, 투자한만큼 FIFA에서 큰 영향력을 미쳐왔다. 그 덕분에 성공한 사람이 바로 제프 블래터이다. 1975년에 코카콜라 담당으로 FIFA에 발을 들여놓은 블래터는 다슬러와의 모종의 거래를 하며 지금의 위치에까지 오르게 된다.

이 책은 제프 블래터를 중심으로 한 FIFA의 추문 폭로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충격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동안 공공연하게 FIFA의 은밀한 거래들이 자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글을 쓰고 있는 작가에게 있는 것 같다. 그는 조사 전문 기자였다. 그래서인지 쉽게 읽혀지는 글이 아니다. 그의 글은 사실과 소설의 벽을 넘나들고 있다. 그가 하고자 했던 것이 폭로였다면 단순히 사실만 나열하는 것에 그쳤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소설에서 사용하는 기법도 사용하고 있다. 직접 보고 듣지 못했으면서도 마치 그 자리에 있었던 양 대화 내용을 언급하는 방식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블래터가 "소설 쓰고 있군요, 제닝스 씨."라고 말하게 한 것도 어느 정도 작가에게 책임이 있긴 하다. 한가지 더 아쉬웠던 점은 사진 자료가 함께 있었더라면 하는 것이다. 전직이 기자였다면 사진 자료는 충분히 가지고 있었을텐데, 그리고 사진 자료들의 필요성도 충분히 느꼈을텐데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2007/10/31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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