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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 - 제10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 수상작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5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농촌의 풍경은 비슷하다. 하나, 둘... 농촌을 떠나는 사람들. 농촌 총각과는 아무도 결혼을 하려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서 신부가 될 여자를 데려와야 한다. 무언가를 바꿔보려 해도 노인들만 가득한 농촌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일본에서도 완전 깡촌인 '우시아나'에 사는 사람들도 마을을 일으켜보려 하지만 다시 오는 사람은 없고 오히려 떠나는 사람만 늘어간다. 그 중에서도 나름 가방끈이 길다고 생각한 청년회장이 도쿄의 광고대행사를 찾아가 '마을 맹글기'를 시도한다. 유명한 광고대행사에서는 농촌 사람들의 쌈지돈을 모아 만든 턱없이 부족한 대행비로는 말조차 하지 못하게 한다. 결국 그들이 찾아간 곳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허름한 골목의 한 대행사. 그들이 기획안으로 내놓은 것이 바로 '조용한 우시아나 호수에 공룡이 되살아났다'는 사진을 뿌려 여기저기서 마을을 찾아오게 만드는 것. 마치 영국의 네스호에 살고 있는 괴물처럼 말이다.
스토리는 광고대행사에서 일을 해나가는 순서를 정직하게 따르고 있다. 각 장마다 전문적인 광고용어에 대한 설명도 간단하게 정리되어 있다. 대학 때 복수전공으로 광고학을 배운 내게는 참 반가운 용어들이었다. 때론 그 설명에서 광고업자들을 향한 적대감들(!)이 여과없이 드러나 있어서, 광고업자들과 부딪히면서 내가 겪었던 일들이 떠올라 웃어버리기도 했다. 어떻게 이렇게 정직하게 따랐을까 생각하고 있는 찰나에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를 거쳤다는 작가의 프로필이 눈에 들어왔다.
이야기의 배경인 '우시아나'는 도쿄가 아닌 시골 중에서도 아주 깡촌이다. 그래서 사투리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실제로 '우시아나'는 존재하는 마을일까? 그렇다면 어디에 붙어있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일본의 만화영화 <아즈망가 대왕>을 보면 극 중에서 '오사카'로 등장하는 소녀가 한국어 번역판에서는 '부산댁'으로 등장한다. 항구도시인 '오사카' 사람들의 억양이 억세서 '부산'으로 바꿨다고 하는데, 실제로 '부산댁'을 연기하고 있는 성우가 구사하고 있는 것은 부산보다는 대구에 가까운 사투리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투리는 이것저것이 섞여있다. 경상도 사투리가 등장하기도 하고, 충청도 사투리가 등장하기도 한다. 서울에서만 자라온 역자는 잘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은 확실하게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그래서 '우시아나'라는 마을의 지리적인 특징들이 궁금해졌다.
책을 다 읽었지만 왜 제목이 그냥 '오로로콩밭에서'도 아니고 '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다행히 역자가 그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호밀밭의 파수꾼』이 일본에서 번역되면서 '호밀밭에서 붙잡아서'라는 제목이 붙어서 소개되었다고 한다. 그 후로 이것을 패러디한 다양한 제목의 작품들이 나왔다고 한다. 어떻게보면 이 작품은 한 광고기획서의 패러디 작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2007/10/28 by 뒷북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