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이이화 지음 / 열림원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학창 시절에 우리 역사에 대해 깊게 배우지 못했다. 정치, 사회, 경제, 윤리를 배우는 시간도 극히 적었지만 어차피 나도 싫어하는 과목이고 시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그다지 크지 않았기 때문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역사를 배우는 국사 시간만큼은 달랐다. 적게 편성된 수업 시간도 아쉬웠고, 국사를 가장 싫어한다는 친구도 안타까웠다. 나는 혼자서 역사 책들을 찾아보며 우리 역사를 알고자 노력했다. 내 나름대로 우리 역사에 대해 좀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고, 가끔 우리 역사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울분을 토하기도 했었다.

 

역사는 늘 새롭게 씌어져야 하며 따라서 모든 지난 역사는 현재의 역사이다.

- 칼 베커 -

 

딱딱하고 지루한 역사책의 이미지와는 달리 참 예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만만치 않은 책의 두께를 보는 순간 덜컹 겁이 나기도 했다. 한반도의 형성에서부터 6월항쟁까지 나열되어 있는 차례를 보면서 두꺼운 두께에 수긍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두꺼운 두께에 도전하면서 점점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좀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불쑥 불쑥 몰랐던 역사들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특히 근대사를 읽으면서는 곳곳이 지레밭 같았다.

오랫동안 대구에서 살아왔으면서도, 1946년 10월 1일 미군정의 폭정에 시달리다 못한 민중들이 들고 일어났던 '대구 10ㆍ1 사건'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3년 동안 벌어진 한국 전쟁에서의 인적 손실이 2차세계대전과 맞먹는 수준이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1980년 5월 18일 오전 전남대학교 정문 앞에 집결한 학생들을 공수부대원들이 가혹하게 진압한 1차 작전명이 '화려한 휴가'였다는 것도 미처 몰랐었다. 

그동안 삼국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는 여러 책들을 통해 찾아보았지만, 한번도 근현대사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1980년대에 태어난 나는 어렴풋하게나마 1980년대를 경험했었다. 어릴 적 우리집은 시장 근처에 있었다. 88올림픽을 앞두고 정부에서는 노점상들을 대대적으로 단속했고 생계가 곤란해진 노점상인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시위를 했던 것이다. 어린 나는 최루탄의 매운 맛에 눈물 콧물을 다 뺐었다. 1990년대 초도 마찬가지였다. 그 당시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맞은편에는 전문대학이 있었고 학생들이 시위에 나섰다. 그럴 때마다 시위대와 진압대들이 학교 앞에 진을 치고 있었기 때문에 수업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시위대가 해산 될 때까지 그대로 학교에 발이 묶여 있어야만 했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간접적으로나마 나도 8,90년대를 경험했었다. 그렇다면 먼 과거의 일보다는 더 관심을 보여야 했을텐데 그동안 왜 그리도 무관심했는지 모르겠다.

 

오늘날에는 나열식의 평범한 개설서보다 자기 목소리를 담은 개성 있는 내용으로 엮은 역사책이 요구되기도 한다. (p. 11)

 

이 책은 우리가 학창시절 배웠던 국사 교과서를 보다 깊고 넓게 읽는 듯한 느낌이다. 또 교과서처럼 건조한 목소리로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에게' 전하는 글에서도 밝혔듯이 작가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지금까지 그에게는 진정한 대통령이 한명도 없었는가보다. 그 어느 대통령에게도 '전(前) 대통령'이라는 칭호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임진왜란, 정유재란, 병자호란은 국가 간의 전쟁이었으므로 조일전쟁, 조청전쟁으로 불러야 바른 역사 용어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나처럼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전체적인 흐름과 개괄적인 사건을 파악하기에 적당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2007/08/12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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