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대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
윌리엄 골딩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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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인간 본성은 어두운가? 진실은 소설과 정반대였다!

만약 어린 소년들이 어른 한 명도 없는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다면 어떻게 할까? 그들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원자 폭탄이 떨어지고 전쟁이 한창일 때, 비행기 한 대가 적군에게 공격받아 태평양의 무인도에 추락한다. 살아남은 사람은 오직 다섯 살에서 열두 살에 이르는 영국 소년들뿐이다. 자신들이 무인도에 떨어졌다는 것과 어른들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을 인식한 소년들은 소라를 불어서 아이들을 모은 금발의 소년 랠프를 대장으로 선출한다.

랠프는 그들만의 규칙을 만든다. 어른들이 찾아올 때까지 신나게 놀 것. 단, 어른들이 발견할 수 있게 봉화를 올리고 소라를 가진 사람에게 발언권을 줄 것. 이것이 그들의 규칙이다. 처음에는 잘 돌아가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신나게 놀기도 하고, 당번일 때는 열심히 봉화를 피웠다.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잭이 사냥 팀도 꾸렸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내 해야 하는 일은 잊은 채 놀기만 한다. 배가 지나갈 때 봉화가 꺼져 있어서 구조 요청을 할 기회도 놓쳐 버린다. 아이들은 분열하기 시작한다. 랠프와 안경 쓴 '돼지'(피기)는 규칙을 지키길 원했지만, 잭을 비롯한 다른 아이들은 점점 더 난폭해진다. 처음에는 멧돼지조차 죽이지 못했던 아이들인데, 급기야 동료에게까지 폭력과 고문을 가하고 '돼지'를 비롯한 몇몇 아이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세 소년은 모두 잭이 어째서 죽이지 않았는가를 알고 있었다. 칼을 내리쳐서 산 짐승의 살을 베는 것이 끔찍했기 때문이었다. 용솟음칠 피가 견디기 어려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43쪽

한편 아이들은 숲속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또 다른 공포에 떨기도 한다. 그곳에 무서운 짐승이 도사리고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몰랐다. 어두운 곳에 도사리고 있는 공포가 짐승이 아닌 인간의 본성의 어두운 면이라는 것을.

그렇게 몇 주가 흐른 뒤, 아이들이 피운 연기를 보고 무인도에 도착한 해군 장교는 남아있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영국의 소년들이라면…… 너희들은 모두 영국 사람이지? …… 그보다는 더 좋은 광경을 보여줄 수가 있었을 텐데." 302쪽

이것은 윌리엄 골딩의 상상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이다. 소년들은 아직 덜 문명화된 인간이다. 랠프, '돼지', 잭은 각각 사회적 위치, 지식, 힘을 상징하는 인물들일 것이다. 결국 잭이 승리했다는 것은, 문명화되지 않은 우리 인간의 본성에는 힘, 즉 폭력이 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테다. 그는 이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가장 어두운 면을 보여주려 했고, 전쟁을 겪은 사람들은 그의 이야기를 진실처럼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 의문을 품은 사람이 있었다. 『휴먼카인드』의 저자 뤼트허르 브레흐만 "아이들이 자신들만의 힘으로 살아남아야 할 때 이런 행동을 하게 된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라며, 이 소설을 반박하기 위해 실제 사례를 찾는다. 그리고 찾아냈다. 소설 속 소년들처럼 아타섬이라는 무인도에서 발견된 소년들은 규칙을 만들고 서로 협력하며 지냈다. 소년들은 1년 이상 불이 꺼지지 않도록 잘 보살폈고, 다투는 일이 생기더라도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화해시켰다. 심지어 다른 소년이 절벽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자 절벽 아래로 내려가 소년을 구하고 부목을 대 뼈가 잘 붙도록 해주었다.

우리 인간의 본성이 선한지, 악한지에 대한 논쟁은 끊임없이 진행되어 왔지만 무엇이 진리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믿고 싶다. 우리 본성은 윌리엄 골딩이 말하는 것처럼 어둡지 않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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