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시대
김용규 지음 / 김영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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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코 브라헤가 될 것인가? 케플러가 될 것인가?

덴마크 천문학자 튀코 브라헤는 놀라운 인내력과 끈기로 행성들의 운행을 관찰하고 기록했다. 그가 1576년에서 1597년 사이에 수집한 행성들의 자료는 어마어마했지만, 그는 그 자료들을 통해 어떤 보편적 원리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스승의 방대한 관측 자료를 물려받은 제자 요하네스 케플러는 그 자료들을 토대로 '케플러 법칙'을 만들어 냈다.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의 상당 부분을 학교에서 배웠고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그 지식을 업데이트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평소 유학파에 스마트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한 배우는 예능에서, 자신은 어릴 적에 독일의 수도를 '본'이라고 배웠다고 하며 언제 수도가 바뀌었는지 되물었다. 1989년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이 통일을 하자 수도가 '베를린'으로 바뀌었다고 하자 89학번인 자신은 모를 수밖에 없지 않냐고 웃으며 말했다. 그만큼 예전에는 학교 교육에 의존적이었다.) 반면에 지금은 언제 어디서나 지식을 검색하고 업데이트할 수 있는 시대다. 지식에 보다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왔지만, 우리는 그저 브라헤처럼 데이터만 모으며 살고 있지는 않을까?

이제 우리의 관심은 어떻게 격변하는 환경을 꿰뚫을 수 있는 보편적이고 거시적이며 합리적인 전망과 판단을 획득할 수 있으며, 또 어떻게 그에 합당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사고 능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쏠려 있다. 한마디로, 지식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생각의 시대다! 11쪽

기원전 450년에서 322년 사이, 그리스인들은 '그리스의 황금기'를 일구며 서양문명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분명 그들보다 먼저 역사를 기록하고 문명을 이룩한 나라가 있었다. 한때 그리스인들은 이집트인들 보다 한참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고, 심지어 그들보다 1,200년이나 앞서 살았던 수메르인들에게도 미치지 못했다. 그랬던 그리스인들이 어떻게 황금기를 일구고 서양문명을 주도하기 시작했을까?

그 비밀은 일명 '축의 시대'라고 불렸던 기원전 8세기에서 기원전 5세기 사이에 있었다. 당시 그곳에서는 훗날 눈부신 발전의 토대가 되었던 '생각의 도구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리스인들은 그 '생각의 도구들'을 개발해 부지런히 갈고닦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그리스인들은 보편적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고,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황금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메타포라(은유), 아르케(원리), 로고스(문장), 아리스모스(수), 레토리케(수사). 저자는 당시 그리스인들이 갈고닦았던 '생각의 도구'를 이렇게 5가지로 정리하며 그동안 이 도구들이 어떻게 적용되고 변천되어 왔는지 소개한다. 또, 지금의 우리들이 어떻게 이 도구들을 통해 생각하는 법을 키울 수 있는지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인문교양서와 유아교육 실용서 사이!

일단 '5가지 생각의 도구'에 대한 소개는 교양 지식을 확장한다는 측면에서 유용하고 흥미롭다. 하지만 매 챕터마다 등장하는 아동심리학자 피아제의 이론들은, 이 책을 '누구에게나 필요한 인문 교양서'에서 '유아교육이 필요한 부모들을 위한 실용서'로 한정시켜버렸다. 물론 저자가 「머리말』에서 이 책의 목표는 '딱딱한 이론서'가 아닌 '실용'임을 강조하긴 했어도, 당장 '유아교육'과 같은 실용적인 측면이 필요하지 않은 나 같은 독자는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책이다. 한 권의 책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사람들에게 : 소설은 그저 줄거리만 파악하면 된다며 무협지 읽듯이 읽는 사람, 글을 쓸 때 주술 관계는 무시하고 수식만 잔뜩 늘어놓는 사람, 소설 따위는 안 읽는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는 사람, 그리고 자신은 읽지 않고 아이에게만 책을 읽어라고 강요하는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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