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린 필력은 없지만 잘 쓰고 싶습니다
심원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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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을 만드는 주문, 이런 일이 있었다!

도대체 첫 문장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나는 매일 고민한다.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 첫 문장은 이미 썼지만, 이대로 써도 되는지도 고민이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도 고민되는 글쓰기.

13년간 청소년부터 직장인까지 수천 명에게 글쓰기를 가르쳐 온 심원은 첫 문장을 만드는 마법같은 주문이 있다고 한다. 글쓰기에 능숙한 사람도 첫 문장 쓰기는 어려운 법. 어차피 첫 문장을 공들여 쓴다고 해도 글을 고치는 과정이 있으니 그냥 써보라고 말한다. 그래도 첫 문장 쓰기가 어렵다면 무조건 이렇게 시작해보라고 조언한다.

독자들은 "그러니까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하라는 건가요?"하고 물을 것이다. 어떤 문장으로 시작할지 막막할 때 언제나 서공하는 방법이 있다.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나오듯, 이 문장을 쓰기만 하면 계속해서 글을 써나갈 수 있다. 일단 노트에 다음과 같이 써보자.

이런 일이 있었다.

아무리 평범한 문장이라도 글로 쓰면 힘이 생긴다. 문장은 생각을 유도한다. "이런 일이 있었다"라고 쓰면 반드시 "무슨 일이 있었지?" 묻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일이 있었다"라는 문장은 경험과 기억을 소환하는 짧은 주문이며, 무엇을 베어 물지를 결정하는 주문이다.

글쓰기 소재는 경험에서 나온다. 글쓰기를 하려면 먼저 "무슨 일이 있었지?"하고 물을 수밖에 없고, "이런 일이 있었다"하고 운을 떼면 글쓰기가 시작된다. 특별하고 충격적인 일을 떠올리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우리 삶에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날 리 없지 않은가. 대부분의 글쓰기는 아무것도 아닌 일을 기록하면서 시작한다. 19~20쪽

수많은 글쓰기 비법들에서 빠지지 않고 강조되는 것이 바로 일단 써보는 것이다. 그런데 일단 써보는 것 조차 힘들었던 우리들에게 첫 문장을 시작하는 방법을 알려줬으니 이것만으로도 큰 수확이 아닐까?

다음으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고쳐 쓰기다. 아무리 유명한 작가라도 일필휘지로 글을 써내려 가는 사람은 없다. 그들도 모두 고쳐 쓰기를 반복하면서 문장을 다듬는다. 그런데 고쳐 쓰기는 또 어떻게 해야 할까?

초고를 고칠 때는 문장이 아니라 문단 배치부터 신경 써야 한다. 문장은 여기를 고치면 저기가 문제고, 저기를 고치면 여기가 문제다. 반면 문단 배치는 더 쉽다. 문단은 결국 하나의 결론만 담고 있으므로 각 문단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을 뽑아 자연스럽게 연결해두고, 그다음에 문장을 검토하면 된다. 그러므로 글 고치기의 효율을 높이려면 문장의 배치보다는 문단 배치를 먼저 하는 게 낫다. 271쪽

대부분의 초보 글쟁이들은 글을 고쳐 쓰라고 할 때, 문장부터 다듬는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잘못된 곳이 없는지 살펴본다. 그런데 어차피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굳이 우리가 하지 않아도 편집기가 알아서 체크해 주는 것이니 쓸데없이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다.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을 때 구도를 먼저 잡듯이 글도 문장을 다듬기 전에 문장들을 배치하며 구조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한 문장도 쓸 수 없을 때가 있다. 저자는 그럴 때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글을 고치려면 고칠 글이 있어야 하고 글을 고치는 요령을 어느 정도 익히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독자 대부분은 아직 글쓰기와 글 고치기 방식에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의 글을 분해하고 재조립하면서 글쓰기와 글 고치기를 연습하자. 281쪽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 시간을 견뎌야만 뭔가 쓸 수 있지만, 도무지 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글쓰기를 포기하고 싶어진다면 다른 사람이 쓴 좋은 글을 필사하거나 재구성하는 연습을 해보라.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이제 뭔가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고, 아쉽게도 그런 순간이 당장 찾아오지 않더라도 글쓰기 훈련을 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86쪽

다른 사람의 글을 분해하고 재조립하는 방법은, 스티븐 킹과 함께 아마존에서 작법 책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작가 제임스 스콧 벨의 비법을 따르면 된다.

소설책의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왼쪽 페이지의 첫 문장을 읽어라. 그 문장을 당신의 노트에 옮겨 적어라. 그리고 그 문장에서 첫 장면을 만들어내기 시작하라. 그 장면을 다 쓰고 나면 옮겨 적은 첫 문장을 지우고 당신만의 첫 문장을 다시 써 넣어라. 제임스 스콧 벨, 『작가가 작가에게』 2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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