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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의 서울 - 한국문학이 스케치한 서울로의 산책 ㅣ 서울문화예술총서 2
김재관.장두식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일곱 살 되던 해에 서울을 떠나온 이후로 ‘내 속의 서울’은 항상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곳으로 가면 뭔가 특별한 일이 있을 것만 같고, 매일 매일 즐거운 일들이 가득할 것만 같았다. 또 그곳으로 가면 오랫동안 내가 열망해왔던 것들을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항상 동경의 대상이 되어온 곳이지만, 쉽게 발을 내디딜 수도 없는 곳이다. 이번에는 꼭 그곳으로 가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다가도 이내 마음을 돌려 버리고 만다. 그곳의 쓸쓸함과 치열함을 잘 견뎌낼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도 나는 여전히 틈만 나면 그곳으로 갈 궁리를 하고 있다.
내게 그곳은 그런 곳이었지만, ‘문학 속의 서울’은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아니 그 반대였다고 할 수 있다. 패티김이 부른 <서울의 찬가>에서 묘사한 “종이 울리네, 꽃이 피네, 새들의 노래, 웃는 그 얼굴”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꽃은커녕 어쩌다가 자란 꽃마저 짓밟을 모양이다.
삭막함, 치열함, 빽빽함, 쓸쓸함...
문학 속에서 묘사한 서울의 모습들은 이런 단어들만을 떠올리게 만든다.
아무리 문학이 ‘허구’의 산물이라 외쳐도 어쩔 수 없이 현실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문학 속의 서울은 내가 그토록 동경한 ‘그곳’의 현실이었다.
사실 이런 서울의 모습은 비단 서울의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서울이 우리나라의 수도이기 때문에 문학 속에서도 더 자주 등장할 것이다. 그래서 서울만이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나라 도시 어느 곳을 가든 마찬가지라고 본다. 어차피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할테니까. 다만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요즘 TV 속 서울 사람들은 아주 멋지게들 살고 있다. TV나 영화 속에서만이 아니라 사실 세계에서 10대 도시로 꼽힐 만큼 서울은 멋진 도시이다. 그런 서울의 과거와 어두운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는 것이 나는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란 물고기만큼 기억력이 나쁜 족속들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오늘의 화려한 모습에 익숙해 지다보면 이런 면들을 쉽게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너무 부정적인 것도 좋지 않지만, 이 책을 통해 가끔은 상기할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