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 혜민 스님과 함께 지혜와 평온으로 가는 길
혜민 지음 / 수오서재 / 2018년 12월
평점 :
품절


함께 있지만 따로 있는(Alone Together) 분들에게!

    특별히 하는 일이 많은 것도 아닌데 매일이 분주한 요즘입니다. 지인들에게 근황을 물어봐도, SNS를 통해 전해져오는 소식을 살펴봐도 모두가 분주합니다. 요즘 우리는 왜 이렇게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늘 어딘가에 '연결'되어 있어서 우리는 더 바쁩니다. 끊임없이 업데이트 되는 이런 저런 일들을 확인해야 하고, 반응을 보여줘야 합니다. 또, 누군가의 반응에 즉각적인 응답도 해줘야 합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우리는 때때로 외로움을 느낍니다. 항상 '연결'되어 있지만 어딘가에 '누락'될까봐 걱정입니다.

    혜민 스님은 지금의 현상을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의 관심은 주로 밖으로 향해 있고,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분주하기 때문에 지금 나는 어떤 느낌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고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싶은지 들여다볼 겨를 없이 그냥 살아"(7쪽)가고 있다고 말이죠. 사람들은 주변이 조용할 때, 혹은 아무도 없을 때 심심해하거나 외로워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착각일 뿐입니다. 고요할수록 우리는 온전히 우리 자신을 만날 수 있고,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그렇게 해보라고 합니다.

    고요한 마음은 아무것도 없는 심심한 상태가 아니고, 고요할수록 환하게 밝아져서 내 본래 마음과 만나게 됩니다. 부디 이 책을 읽으시는 동안만이라도 마음이 편안해지시고 지혜가 밝아지시고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와 쉼을 찾으시길 기원합니다. 8~9쪽

    외로움을 토로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주변에 사람들도 많은데 자발적으로 택한 외로움이라는 것입니다. 혜민 스님은 이런 현상과 관련해 고전평론가 고미숙 선생님과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고 합니다. 선생은 연결은 되고 싶지만 상처받는 것이 싫어서라고 말합니다. 생각해보면, 저도 그런 경우가 많았습니다. 거절 당하는게 싫어서 시도 조차 하지 않았던 적이 많았죠.

    선생님은 그건 연결은 되고 싶지만 상처받는 것은 싫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람들이 서로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면 화학반응이 일어나면서 서로를 변화시킨다. 하지만 그런 공감과 성장의 경험을 하려면 반드시 수반하는 불편함과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하는데, 그것들은 하기 싫으니 상대적으로 안전한 스마트폰 뒤로 숨는 것이다. 213쪽

    항상 하는 이야기이지만 우리는 친구가 없어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아 외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먼저 다가가야 세상도 내쪽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230쪽


    이 글을 쓰기 전에 온라인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을 살펴봤습니다. 베스트셀러 1위에 랭크된 이 책을 포함해 그 밑으로 나열된 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모두 비슷비슷해 보입니다. 요즘 SNS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아포리즘 같은 짧은 호흡의 문장들과 사진들이 있는 책들, 한마디로 SNS에 최적화 된 글들입니다. (지금 제가 쓰고 있는 이 글은 그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 눈에 마음을 사로잡는 강렬한 문장이 아닌 긴 호흡으로 천천히 생각을 전하는 책들을 좋아해서 이런 책들을 읽을 때면 나름의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내 자신을 천천히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평소 내 머릿속에서 두서없이 떠올랐던 생각들인데, 누군가 깔끔하게 정리해 놓은 글을 보니 제 생각들도 함께 정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도 '이 책을 읽는 동안만'이라는 단서를 붙여놓았으니까요.

    미국 MIT 대학교 사회심리학자인 셰리 터클은 지금의 현상을 "함께 있지만 따로 있는 Alone Together" 상태라고 설명한다. 즉 같은 공간에 있긴 하지만 우리 각자의 마음은 스마트폰을 통해 모두 다른 곳에 가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경우 모여서 얼굴을 맞대고 함께 놀이를 하는 것이 아닌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게임이나 문자, SNS에 몰두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친구들과 모임을 하거나 회사에서 회의를 할 때, 하물며 함께 밥을 먹을 때도 조금이라도 지루하거나 틈이 생긴다 싶으면 스마트폰을 꺼내 메시지를 체크하거나 앱을 열어 다른 세계와 접속한다. 212쪽

    나와 맞는 부분이 하나라도 있으면

    그 친구와는 만나서 그 부분만을 함께하면 됩니다.

    내 모든 면과 맞는 친구만 사귀려고 하면 평생 외로울 수 있어요. 219쪽

    영국에 외로움을 담당하는 장관이 생겼다는 흥미로운 기사를 얼마 전에 접했다. 외로움으로 인해 고통받는 영국인이 무려 900만 명에 이른다고 하니 그런 장관이 생길 법도 하다. 외로움이 주는 정신적인 고통은 매일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정도의 해를 우리 몸에 끼친다고 한다. 2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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