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8
에밀리 브론테 지음, 김종길 옮김 / 민음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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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처럼 휘몰아치는 이야기의 힘!

   "그 어느 소설과도 비교가 불가능하다. 세계 10대 소설로 꼽을 만하다." ─ 서머싯 몸
   "우리가 인간 존재에 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뿌리째 뒤흔든다." ─ 버지니아 울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책 중의 하나" ─ 조르주 바타유

   이것은 수많은 작가와 명사들이 『폭풍의 언덕』에게 보내는 찬사입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런 찬사를 받았던 것은 아닙니다. 『폭풍의 언덕』은 에밀리 브론테가 서른이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뒤, 50년이 지나고나서야 비로소 재조명 받기 시작했습니다. 1847년 이 소설이 처음으로 출간됐을 당시, 평론가들은 '내용이 지나치게 야만적이고 비윤리적인데다 등장인물 또한 흉칙하고 음산하다.'면서 혹평을 퍼부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에밀리 브론테를 '야수성을 지닌 작가'라고 비난했고, 어떤 사람은 '이 책에는 구원이 결여되어 있다. 어느 등장인물이나 매우 저주스럽거나, 아니면 그지없이 강렬한 인물이 아닌 자는 하나도 없다.'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폭풍의 언덕』을 읽은 독자라면 당시 평론가들이 왜 이런 평을 했는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히스클리프는 물론이고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이 얼마나 악다구니를 하는지, 저 또한 이 책을 읽는 내내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있어야 했습니다. 첫 도입부를 읽고 악몽까지 꿨다는 것은 비밀입니다.
   『폭풍의 언덕』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얼마나 강렬한지 지금부터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다행히 여러분들은 어금니를 꽉 깨물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게는 에밀리 브론테처럼 생생하고 강렬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재주가 없거든요.

   이 소설은 한적한 시골 마을에 있는 드러시크로스 저택에 '록우드' 씨가 세입자로 오면서 시작합니다. 그는 언덕 위에 있는 집주인의 집으로 인사를 하러 가는데, 그 집에는 집주인인 '히스클리프'와 그의 며느리 '캐서린', 그리고 관계를 알 수 없는 젊은 남자 '헤어튼'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한결같이 손님 접대를 할 줄 모르며 불친절하고 퉁명스럽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들끼리 대화할 때도 차갑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이 살고 있던 집은 '워더링 하이츠'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는데, '워더링'이란 폭풍이 불면 위치상 정면으로 바람을 받아야 하는 이 집의 혼란한 대기를 표현한 말이라고 합니다. 눈보라가 치는 밤에 그들의 집을 찾았던 록우드는 어쩔 수 없이 그 집에 하룻밤 묵게 되는데, 그 잠깐 사이에 악몽을 꾸게 됩니다. 록우드는 유령이 나오는 집이라며 소스라치게 놀라서 그 집을 떠나죠.
   집으로 돌아온 록우드는 눈보라 때문에 열병에 걸립니다. 드러시크로스 저택에 있던 가정부 엘렌 딘은 시간이 날 때마다 록우드에게 '워더링 하이츠'와 '드러시크로스 저택'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제서야 록우드는 이상했던 세 사람의 조합에 대해 알게 됩니다.

   지금은 히스클리프가 두 저택 모두를 소유하고 있지만 원래 폭풍의 언덕에 있는 '워더링 하이츠'는 언쇼 집안의 것이었고, 드러시크로스 저택은 린튼 집안의 것이었습니다.
   오래 전 힌들리와 캐서린의 아버지 언쇼씨는 리버풀에 다녀오면서 머리카락과 피부가 새까만 남자 아이 하나를 데려옵니다. 언쇼씨는 이 아이를 '히스클리프'라 부르며 두 남매와 마찬가지로 자식처럼 키우는데, 힌들리는 이런 아버지와 아이가 못마땅합니다. 처음에 캐서린도 히스클리프를 싫어했지만, 어느 순간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은 둘도 없는 짝이 되어버렸습니다. 캐서린은 자라면서 드러시크로스 저택에 있는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는데, 돈도 없고 교양도 없는 히스클리프 대신 신사다운 '에드거 린튼'과 결혼을 합니다. 자신을 그렇게 아껴주시던 언쇼씨는 돌아가시고, 캐서린 때문에 상처 받은 히스클리프는 집을 나갔다가 2년 후에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옵니다. 두 집안을 박살내겠다는 복수심까지 안고 말입니다.

   '그런데 사람 좋은 언쇼 어른이 데려다 길러 결국 자신의 재앙의 씨가 된 저 검은 아이는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550쪽

   히스클리프는 자신을 내쫓았던 힌들리에게 도박으로 집을 빼앗은 다음, 힌들리와 그의 아들 헤어튼 언쇼를 하인 부리듯 합니다. 갈수록 정신까지 피폐해진 힌들리는 헤어튼을 죽일 뻔까지 하는데, 아버지로부터 사랑이나 어떤 돌봄도 받지 못한 헤어튼 또한 거칠게 성장합니다.
   한편, 에드거 린튼과 결혼한 캐서린은 딸 캐서린 린튼을 낳자마자 죽습니다. 에드거의 여동생 이사벨라는 어느새 히스클리프에게 빠져 그와 함께 야반도주했다가 히스클리프의 진짜 모습을 보고는 다시 도망쳐 나옵니다. 혼자 멀리 도망친 이사벨라는 아들을 낳아 키우다가 죽습니다. 그녀의 아들 또한 에드거에게 맡기는데, 이 소식을 들은 히스클리프가 아들을 강압적으로 데려갑니다. 에드거는 딸 캐서린이 히스클리프와 에드거를 만나지 못하도록 '폭풍의 언덕' 근처도 못가게 합니다. 하지만 부모가 가지 말라고 하면 더 가고 싶은게 자식들의 마음인지라, 캐서린 또한 히스클리프 부자를 만나게 됩니다.
   야속하게도 에드거의 아버지는, 손자가 아닌 손녀에게는 자신의 재산을 물려주지 말라는 유언을 남깁니다. 만약 에드거가 죽게 되면, 그들이 살고 있는 집 또한 히스클리프 아들이 갖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히스클리프는 좀 더 합당한 이유를 만들기 위해, 병약한 아들이 병에 걸린 에드거보다 먼저 죽기 전에, 캐서린을 납치해 강제로 결혼을 시킵니다. 아들 히스클리프와 에드거가 모두 죽게 되자, 결국 히스클리프와 그의 며느리 캐서린, 그리고 헤어튼이 이상한 조합으로 함께 살게 된 것입니다.
   몇 달 뒤에 이 마을을 다시 찾은 록우드 씨는 이 세 사람의 이후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나이가 들고 태도가 바뀐 히스클리프는 어느날 갑자기 죽어버리고, 함께 살면서 전우애 같은 것을 느꼈던 두 사촌, 그러니까 헤어튼과 캐서린은 결혼을 하게 됩니다.

   "히스클리프 씨, 당신은 아무도 사랑해 주는 사람이 없잖아요. 아무리 우리를 비참하게 만든다 하더라도 말이에요. 아저씨의 그 잔인한 성격은 아저씨가 우리보다 훨씬 비참하기 때문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풀려요. 아저씨는 비참해요, 그렇지 않아요? 악마같이 외롭고 시기심이 많은 거죠. 아무도 아저씨를 사랑하지 않아요. 아저씨가 죽어도 아무도 울어주지 않을 거예요! 저는 아저씨처럼 되진 않을 거예요!" 478쪽

   이 모든 일들을 알고 있는 그들의 가정부 엘렌 딘이 세입자 록우드 씨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의 『폭풍의 언덕』은 제목 그대로 이야기가 폭풍우처럼 휘몰아칩니다. 어떤 지인은 이 책의 페이지 수를 보고는 이내 못 읽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는데, 『폭풍의 언덕』은 두꺼운 페이지 수에 연연할 필요가 없는 책입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느새 푹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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