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발자국 - 생각의 모험으로 지성의 숲으로 지도 밖의 세계로 이끄는 열두 번의 강의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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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 조각모음이 시급한 인공지능 컴퓨터 같은 책!
   이번에 <책중독자> 회원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눠볼 책으로 선정된 정재승 교수의 『열두 발자국』. 게다가 이 책을 함께 읽자고 추천한 사람이 바로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이라서 리뷰를 쓸 때도 말을 아껴야 하나 싶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사람의 본성이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으므로 평소처럼 솔직하지만 매우 비판적으로 리뷰를 써봅니다.

   새로고침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새로고침을 하려면 여러분의 습관을 바꿔야 합니다. 습관을 바꾸는 데는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지요. 새로운 습관을 얻기 위해 탐색해야 하고, 그것이 습관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반복적 수행을 해야 합니다. 쉬운 일이 아니죠. 그래서 여러분의 새해 결심은 번번이 실패할 수밖에 없고, 여러분의 삶은 어제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고, 작년 이맘때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겁니다. 우리는 왜 그렇게 행동하는 걸까요? 그렇게 사는 것이 우리 삶을 예측 가능하게 해주고, 안전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142쪽

   『열두 발자국』은 정재승 교수가 지난 10년 동안 했던 강의들 중에서 호응이 좋았던 강연 12개를 선별해 책으로 엮어낸 것입니다. 이 책의 특징이 되는 정보가 이 짧은 책소개에 담겨 있었는데, 이 정보를 간과하고 말았습니다. 연속으로 이어진 강연도 아니고, 호응이 좋았던 강연을 뽑은 것이니 당연히 단편적일 수 밖에 없고, 전문적인 과학 지식보다는 대중적인 내용을 담을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책소개를 통해 눈치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같은 깊이의 과학책을 기대하며 읽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의 좋은 부분보다는 좋지 않았던 부분들이 더 부각되어 읽혔는지도 모릅니다. 

   이 책을 읽고난 느낌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 책만큼은 문과가 아닌 이과생답게 표현해 보겠습니다.) "디스크 조각모음이 시급한 인공지능 컴퓨터"를 본 느낌입니다.
   각 강연마다 소개되어 있는 연구사례가 흥미롭기는 하지만 너무 단편적이어서 어떤 주제로 정리되지가 않습니다. 또, 냉철한 과학자의 시선 대신 강연을 듣는 사람들에게 늘 한곁같이 따뜻한 어조로 말하고 있어서 얼핏 자기계발서를 읽고 있다는 느낌이 반입니다. 딱 시리나 아리가 말하는 것처럼 말이죠. 시종일관 따뜻하고 공손한 인간의 어조로 말하고 있지만 단편적인 대답 밖에 하지 못하는 인공지능 컴퓨터 말입니다. 이 컴퓨터 디스크 여기저기에 널려 있는 정보 조각들을 모아서 정리를 해줬더라면 더 좋았을텐데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제가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을 먼저 봐서 그렇지, 그렇다고 좋은 점이 전혀 없는 책은 아닙니다. 다만, 책의 내용이 제가 기대했던 깊이에 도달하지 못했을 뿐 TV나 대중적인 강연의 내용으로는 흥미로운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게다가 평소에 제가 생각하고 있던 부분과 일치하는 의견이 많아서 반가웠습니다. 특히, 제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부분이 통쾌할 정도로 일치합니다. 아무리 인공지능 로봇들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 우리의 일자리를 위협하게 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인간에게는 인간 나름의 역할이 분명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간들이 데이터로만 움직일 수 있는 컴퓨터에게 그렇게 호락호락 당할 리가 없죠.

   빅데이터 전문가들은 '앞으로 미래에 사라질 직업들'을 선정하면서 우리에게 공포감을 주지만, 제 생각에 제일 빨리 사라질 직업 중 하나가 '빅데이터 전문가'입니다. (……)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공지능 전문가라는 건 '워드프로세서 자격증'만큼이나 쓸데없고 우스꽝스러운 단어가 될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누구나 사용하기 편리하게 인공지능 API가 공유될텐데, 정말 중요한 건 그걸 이용해서 실질적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냐 하는 겁니다. 이 질문에 해답을 제시하는 사람이 미래를 이끌 겁니다. 바로 여기에 미래의 기회가 있습니다. 261쪽

    정재승 교수는 어린 시절에는 칼 세이건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중적 관계 맺기를 많이 한 사람일수록 그의 학문적 성취가 과소평가되거나 폄하되기 때문입니다. 다음에는 그의 학문적 성취가 충분히 빛날 수 있도록, 좀 더 전문적인 과학지식을 요하는 독자들을 위한 책도 써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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