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타고 날아온 메리 포핀스 네버랜드 클래식 14
파멜라 린든 트래버스 지음, 메리 쉐퍼드 그림, 우순교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뱅크스씨네 유모가 갑자기 일을 그만두었다. 제인, 마이클, 쌍둥이 존과 바브라는 유모가 필요하다. 뱅크스씨는 ‘돈은 되도록 적게 받고 일은 아주 잘 하는 유모’를 구한다는 신문광고를 낸다.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많은 유모들이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찾아온 유모는 『우산 타고 날아온 메리 포핀스』 한 명 뿐이었다.


우리가 만화영화에서 흔히 보아왔던 상냥하고 넉넉해 보이는 유모와는 달리 메리 포핀스는 아이들에게는 불친절하고 집주인에게는 언제나 말대꾸를 하는, 그야말로 “불친절한 메리 포핀스씨” 되겠다. 그녀의 주특기는 무슨 말에든 ‘흥’하고 내뱉는 콧방귀이며 취미는 찌푸린 모습을 유리창이나 거울에 비춰보며 자아도취에 빠지는 것이다. 한가지 특이사항은 동물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마음만 먹는다면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불친절한 메리 포핀스씨”와의 만남에서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제인과 마이클이다. 처음에는 그녀의 불친절함에, 그녀의 콧방귀에, 그녀의 엄포에 겁을 먹기도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제인과 마이클은 그녀의 희한한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제인과 마이클의 쌍둥이 동생인 존과 바브라는 갓난아기이다. 어른들은 존과 바브라가 말은 할 줄 모르고 단순히 울고 보채기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존과 바브라는 메리 포핀스처럼 동물들과의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어른들의 말과 행동에 웃음을 날리기도 한다. 한때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병아리 유치원”의 재우와 그의 일당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하지만 존과 바브라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바보가 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고 자신은 절대로 바보가 되지 않을 거라며 슬퍼한다.


그렇게 “불친절한 메리 포핀스씨”와 아이들은 친절한 금자씨도 부러할 정도로 멋진 날들을 보낸다. 하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동화가 있으면 그렇지 않은 동화도 있는 법이다. 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날아온 “불친절한 메리 포핀스씨”는 계절이 바뀌어 바람의 방향도 바뀌자 하늬 바람을 타고 훌쩍 날아가 버린다. 언젠가 바람이 바뀌면 다시 돌아올 것처럼 말이다.


『우산 타고 날아온 메리 포핀스』의 명장면 하나.

그녀에게는 웃으면 공중을 둥둥 떠다니는 삼촌이 한명 있다. 제인과 마이클과 함께 그녀의 삼촌에게 초대를 받아 갔던 날, 그날도 삼촌은 둥둥 떠있었다. 그녀와 아이들을 만날 생각에 웃음 가스가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원래 전염성이 강한 웃음은 이내 아이들에게도 전염되어 공중에 둥둥 떠있는 상태로 함께 차를 마신다. 그러나 “불친절한 메리 포핀스씨”가 “이제 돌아갈 시간이야”라는 말을 내뱉자마자 그들의 웃음가스가 몸 안에서 빠져나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우산 타고 날아온 메리 포핀스』의 명장면 둘.

공원을 산책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나침반 하나. 그녀와 아이들은 나침반 하나로 세계 여행을 나선다. 나침반의 바늘을 돌리면 ‘순간이동’ 기능이 작동하여 북극곰이 사는 북극이든 열대우림이든 어디든지 갈 수 있다. 하지만 나침반으로 세계 여행을 할 때는 반드시 “불친절한 메리 포핀스씨”를 동반해야 한다는 것, 한밤중에 몰래 나침반을 들고 세계 여행을 떠난 마이클은 동물들에게 봉변을 당할 뻔 한다.


『우산 타고 날아온 메리 포핀스』의 명장면 셋.

잠을 자다가 제인과 마이클은 동물원에 가는 꿈을 꾼다. 하지만 그 동물원은 여느 동물원과 달랐다. 인간들이 우리 안에 갇혀있고, 그런 인간들을 구경하는 것은 바로 동물들이었던 것이다. 인간들이 우리에 갇힐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말하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같은 인간인 나조차도 “그래, 그랬을거야”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돼 온몸이 오싹할 정도였다. 그날은 “불친절한 메리 포핀스씨”의 생일이어서 제인과 마이클이 특별 초대된 것이었다.


『우산 타고 날아온 메리 포핀스』의 명장면 넷.

아직 말조차 할 수 없는 갓난아이 존과 바브라가 아주 능숙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어른들의 말을 알아들을 뿐만이 아니라 동물들과도 이야기를 나눈다. 존이 발가락을 입에 물고, 바브라가 양말을 벗어던지는 것은 그렇게 하면 어른들이 좋아해서 서비스해 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똑똑했던 갓난아이들이 점점 나이가 들면 바보가 된다는 것이다. 걸음을 한발자국 떼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말하는 법을 잊어먹고, 동물들과 이야기도 나눌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만은 절대 나이가 들어도 그런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으리라 울며 슬퍼하는 존과 바브라에게 난 너무 바보일 정도로 어른이라서 어떻게 위로의 말을 건네야할지 모르겠다.


불친절과 자만심이 가득한 메리 포핀스지만 그녀에게서는 남들이 갖지 못한 “꾸미지 않음”을 발견할 수 있다. 싫으면서 겉으로는 좋은 척하기, 겉으로는 안 그런척, 자신은 보잘것 없다고 말하면서 속으로는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기, 그녀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덕목(?)이지만 그런 그녀의 “꾸미지 않음”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냉정해 보이지만 따뜻하고 포근함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보면 볼수록 정이 드는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불친절한 메리 포핀스씨”에게는 그런 매력이 가득하다.

이 책이 나온 후에 영국에서는 “유모를 찾습니다”라는 광고 대신 “메리 포핀스를 찾습니다”라는 광고가 실렸다고 한다. 나도 이렇게 광고를 내고 싶다.

“우리 집에서도 메리 포핀스를 찾습니다. 유모가 아닌, 우리의 친구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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