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1~4 세트 - 전4권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레프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전쟁과 평화』란 무엇인가?
   러시아를 대표하는 대문호 톨스토이가 쓴 『전쟁과 평화』는 1805년부터 1820년까지 약 15년 동안 러시아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과 당시 러시아 사람들의 일상을 그린 소설입니다. 원래 그는 데카브리스트(1825년 12월 러시아에서 최초의 근대적 혁명을 꾀했던 혁명가들)에 대한 장편소설을 쓰려고 했으나, 데카브리스트의 혁명을 이해하려면 그것의 원인이 되었던 1812년의 일들을 먼저 알아야 했기 때문에 이 시절의 이야기를 먼저 썼는데, 워낙 이 시절의 이야기가 방대하다 보니 정작 쓰려고 했던 데카브리스트의 이야기는 쓸 수가 없었습니다. 『전쟁과 평화』를 구상하고 완성하는데까지만 무려 13년이 걸렸으니까요.

   『전쟁과 평화』에는 무려 559명의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저마다 '전쟁'을 겪고 '평화'의 시기를 지나오면서 나름나름으로 성장합니다.
   나라를 위해 전쟁터로 향했지만 정작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은 막지 못했던
안드레이 공작은 모든 것이 부질없어 보입니다. 사람들이 그토록 위대하다고 찬양하는 나폴레옹을 봐도 "위대함의 부질없음,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삶의 부질없음, 살아 있는 자는 누구도 그 뜻을 이해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는 죽음의 더한 부질없음"(1권, 563쪽)을 떠올립니다.
   갑자기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은
피예르는 불행합니다. 피예르가 떠밀리다시피 결혼한 아내 옐렌은 사교계에서 갈수록 빛이 나는데, 그녀가 빛날수록 피예르는 그저 무능하고 방탕한 남편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립니다. 심지어 그의 아내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니, 러시아에서는 종교적으로 금지된 이혼을 그에게 당당하게 요구하기도 합니다.
   어린시절에 사랑을 약속한 한 남자만 평생 사랑할 줄 알았던
나타샤는 열정이 너무 넘친 나머지 위험한 사랑을 이어갑니다. 어린시절에 사랑을 약속했던 남자 대신 아내가 죽은 이후 지독한 허무주의에 빠져있던 안드레이를 열정 가득한 사랑으로 채워줬던 나타샤, 하지만 그를 향한 그녀의 사랑도 일년을 버티지 못하고 끝이 납니다.
   그들은
각자 '전쟁'을 경험합니다. 나타샤의 배신으로 다시 전쟁터로 떠난 안드레이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돌아옵니다. 피예르 또한 안드레이와 마찬가지로 전쟁에 참여하지만, 프랑스군에게 포로로 잡혀 죽음에 가까운 공포를 체험합니다. 나타샤는 전쟁을 피해 가족들과 함께 떠나지만 안드레이와 어린 동생의 죽음과 마주하게 됩니다.
  
삶의 부질없음, 죽음의 공포, 참을 수 없는 열정 때문에 저마다 방황하던 주인공들은 이렇게 전쟁을 겪으면서 나름나름으로 성장합니다.

  
살아 있는 동안은 살아라, 한 시간 전에 죽었을 수도 있는 것처럼 내일이라도 죽을 수 있으니. 인생이란 영원에 비하면 찰나에 불과한데, 대체 이런 것으로 괴로워할 가치가 있을까? 2권, 55쪽

왜 우리는 이 전쟁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이 전쟁의 의미 같은 것은 이해하지 못했다!
   톨스토이는 1869년에 나온 잡지 『러시아의 기록』에서 『전쟁과 평화』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전쟁과 평화』란 무엇인가? 이것은 장편소설도 아니고, 서사시도 아니고, 역사적 연대기는 더더욱 아니다. 『전쟁과 평화』는 저자가 표현하기 원했고, 표현할 수 있었던 형식으로 표현된 것이다. 4권, 536쪽

   그렇습니다. 『전쟁과 평화』는 어느 한 장르로 국한시키기에는 너무나도 방대한 이야기와 사상을 담고 있습니다. 그가 밝혔듯이, 이것은 서사시도 역사적 연대기도 아니지만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그의 역사관과 사상까지 엿볼 수 있습니다.

   이 모든 원인 ─ 수십억 가지 원인 ─ 은 사건을 유발하며 우연히 동시에 겹친 것이다. 따라서 사건의 특정한 원인이란 없으며, 일어나야 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 (…) 나폴레옹이나 알렉산드르(사건을 좌우할 수 있다고 생각되던 사람들)의 의지가 실행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상황이 겹쳐야 하고 그중 하나라도 빠지면 사건은 일어날 수 없었기 때문에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3권 16쪽

   톨스토이는 나폴레옹이나 알렉산드르와 같은, 어느 한 사람만의 의지로는 전쟁이나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날 수 없으며, 수많은 사람들의 의지와 상황이 겹쳐야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한 사람의 의지로 이뤄진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훗날 그것을 기술하는 사람들이 특정한 한 사람에게 집중해서 역사를 기술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진행중인 어떤 사건의 결과에 관해서는 늘 수많은 예상이 나오고, 그것이 어떤 결과로 끝나든 '나는 그때 이미 그렇게 될 거라고 말했다'고 하는 사람은 언제나 있는 법인데, 그들은 무수한 예상 중에 정반대되는 일도 행해졌다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3권 158쪽

   특히, 톨스토이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끝낸 뒤에 매우 긴 에필로그를 덧붙여, 훗날 사람들에게 『전쟁과 평화』의 정체성에 대한 논란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그는 이 에필로그를 통해 '자유(의지)'와 '권력'에 대해 피력합니다.
   그에 따르면, 우리 인간에게는 완전한 '자유의지'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오직 '자유의지'로 무언가를 행하려면 그 어떤 상황도 배제되어야 하는데, 우리에게서 '상황'은 어떤 경우에도 배제될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상황'이 있을 때, 인간은 100% '자유의지'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는데, 역사적 사건도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또, 권력이란 대중에 의해 선출된 통치자들에게 명시적 혹은 암묵적 동의에 의해 표명된 대중 의지의 총화(4권, 482쪽)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역사적 사건은 수많은 사람들의 의지로 일어나는 것이지만, 한 권력자가 수많은 사람들의 의지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에 그 한 사람의 의지로 역사적 사건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여지는 것입니다.

   대중 의지의 총화가 역사적 인물에게로 옮겨진다는 이론은 (…) 어떤 사건이 일어나든, 누가 사건의 주모자든, 이 이론에 의하면 항상 어떤 인물이 사건의 주모자가 된 것은 의지의 총화가 그에게 옮겨진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4권, 490쪽

   역사적 사건의 원인은 무엇인가? ─ 권력이다. 권력이란 무엇인가? ─ 권력은 어느 인물에게 옮겨진 대중 의지의 총화다. 대중의 의지는 어떤 조건에서 한 인물에게로 옮겨지는가? ─ 그 인물에 의해 모두의 의지가 표현된다는 조건 아래서다. 고로 권력은 권력이다. 고로 권력은 우리가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말이다. 4권 491쪽

   하지만 권력자 혹은 역사적 인물들이 자신에게 옮겨진 대중의 의지를 항상 잘 수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톨스토이는 대중의 의지를 표출하고 있는 권력 혹은 권력자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비록 우리는 역사적 사건의 주인공처럼 비춰지지 않지만, 우리 또한 그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 중에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거인의 어깨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 보는 기분을 직접 느껴보세요!

   "거인의 어깨 위에서 세상을 본다는 느낌을 이보다 더 확실하게 전달해주는 소설을 나는 알지 못한다. 소설가로서 톨스토이는 신이다." ─ 서평가 이현우

   "이 소설을 읽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열린 창문 너머로 현실 세계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 슈테판 츠바이크

   서평가 이현우와 슈테판 츠바이크는 『전쟁과 평화』를 이렇게 평했습니다. 삶과 죽음, 사랑, 전쟁, 종교, 권력, 자유의지 등 너무나도 방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전쟁과 평화』는 그 어떤 말로도 대신 전해줄 수 없는 작품입니다. 당신도 거인의 어깨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 보는 기분을 직접 느껴보길 바랍니다.


   우연이 상황을 만들고, 천재는 그것을 이용했다. 4권 372쪽

   이 모든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무엇이 사람들에게 집을 불태우고 자기와 같은 인간을 죽이게 했을까? 이 사건들의 원인들은 무엇일까? 어떠한 힘이 사람들에게 그 같은 행동을 하게 만들었을까?
4권 468쪽 

   이 전쟁의 의미 같은 것은 이해하지 못했다.
3권 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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