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인간 1 - 북극성
조안 스파르 지음, 임미경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유럽 중앙의 어느 숲 속에 나무인간이 살고 있다.

그 나무인간은 목수나무로, 가구를 만들어서 선물하는 것을 좋아한다. 절대 살아있는 나무로는 가구를 만들지 않는 나무인간,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 웃긴다. 나무가 살아있든 죽어있든 그것은 상관없는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만약 인간이 살아있는 사람이든 시체든 간에 그것으로 무엇을 만들었다고 생각해보자. 두 경우 모두, 절대 사람으로서는 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지 않는가.

그 나무인간에게는 친구가 있다. 엘리아우라는 노인인데, 그는 나무인간에게 글 읽는 법을 가르쳐준 사람이다. 그는 숲속에서 책방을 운영하는데, 그의 책방에서는 오래되고 절판된 책들도 구할 수가 있다.

엘리아우 곁에는 항상 골렘이라는 덩치 큰 친구가 따라 다닌다. 골렘은 엘리아우가 만든 진흙 인형으로, 피노키오와 재패토 할아버지처럼 골렘과 엘리아우도 그런 사이다.

어느날 이 조용한 숲 속에 불청객이 찾아온다. 알리트바라이의 왕은 나무인간이 엘리아우에게 만들어 준 나무 피아노를 자신에게도 만들어 달라고 한다. 단 숲 속에 있는 가장 오래된 나무인 아틀라스 떡갈나무로 1주일 안에 피아노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숲 속을 불태우겠다고 한다. 절대 살아있는 나무로는 만들지 않는 나무인간, 그러나 온 숲이 불타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여 아틀라스 떡갈나무를 베러 간다. 떡갈나무를 베러 간 그들은 떡갈나무를 지키고 있던 땅도깨비 카카를 만나게 되고, 시간 관념이 없었던 그들에게 불 폭탄이 날아든다. 그들은 왕의 성 꼭대기에 있는 북극성보다 떡갈나무가 더 높아서 왕이 떡갈나무를 없애려 한다는 것을 알고 왕에게 맞서러 떠난다.

왕에게 맞서기 위해 떠난 그들은 감옥에 갇히게 되고 2년 동안 잠을 자게 된다. 잠에서 깨어난 그들은 세상이 재앙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카카는 그의 동족에게 죽임을 당하게 된다.

세상이 재앙으로 바뀌게 된 순간에도 잠을 자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들, 함께 길을 떠난 친구 카카가 죽임을 당할 때도 그냥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그들. 그들은 다시 그들의 보금자리로 돌아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살아간다.


나무인간과 동화 피노키오를 연상시키는 두 친구 덕분에, 게다가 책을 가득 채우고 있는 그림들 덕분에 따뜻한 동화일거라고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나무로 가구를 만드는 나무인간의 잔인함을 유머러스로 가장하여 숨겨 놓았듯이 절대 따뜻한 동화는 아니다.

이 책에는 넘치는 그림들 속에 폭력을 감추어 두고 있다. 특히 카카가 상대의 성기를 잘라 죽였던 모습이나 자신의 성기를 잘라 털보들에게 할례하려고 하다가 죽는 모습에서는 그 폭력성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게다가 성기는 남성의 폭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리라.


할례는 남성의 성기를 절개하는 의식으로, 일종의 성년식이었다 . 특히 유대교도에서는 엄격하게 행해졌는데, 이것을 어기는 사람은 계약을 깨는 사람이라 간주되어 졌다고 한다. 2년 동안 잠든 사이 성장한 카카는 규칙을 따르기 위해 스스로 할례 의식을 치른다. 그러나 카카는 바로 죽임을 당한다.

이 책에는 규칙을 따르다가 죽임을 당하는 사람이 또 있다. 살아 있는 식물을 들여오는 건 금지라고 주장하던 엔지니어는 나무인간을 태우던 병사들에게 죽임을 당한다.

그러나 유대 율법을 어기고 사슴고기를 먹은 엘리아우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살아가고 있다.


규칙을 지키면 죽고, 규칙을 어기면 살아남는다는 이야기. 이것은 현실의 반영이자 작가가 하려고 하는 이야기의 역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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