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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를 꿈꾸는 작은 거인들에게 - 대한민국 프로들에게 배우는 학교 밖 성공수업
김현태 지음 / 스마트주니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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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잘 나가는 프로들이 있다. 무모해 보이는 도전과 용기로 꿈을 이뤄낸 자들이다. 그들은 때로 좌절의 슬럼프를 겪지만 식지 않는 열정으로 그들만의 무대를 만들어낸다. 연예계를 비롯해 스포츠계와 경제계, 문화와 예술계에도 많이 포진해 있다. 그들의 면면은 다양하며, 그들의 중심 키워드도 다를 수밖에 없다. 

 

김현태의 〈프로를 꿈꾸는 작은 거인들에게〉는 그들이 지니고 있는 프로정신과 성공요인을 밝혀준다. 그들의 성공은 겉으로 드러난 남과의 경쟁에서 이긴 작고 사소한 승리가 아니다. 그들은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과의 경쟁에서 이긴 진정한 프로들이다.  

“이 프로들이 했던 빛나는 말과 그들의 삶을 통해 열정과 프로정신을 본받기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분 모두 오늘 밤에 거울 앞에 서기 바랍니다. 그래서 자기 마음속 꿈을 들여다보십시오. 미래를 내다보십시오. 그리고 해답을 꼭 찾기 바랍니다.”(머리말)


개그맨 장종철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옥동자’ 이후에는 할 게 없다고 단정했다. 그렇지는 그는 그 이후 ‘마빡이’로 거듭났다. 남들이 못할 것이라고 한 일을 해 냈다면 그것만큼 통쾌하고 유쾌한 기쁨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게 주어진 한계의 벽을 뛰어 넘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한계에는 주위의 반대세력이 가장 큰 장애물일 수 있다. 편견이라는 족쇄가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까닭에서다. 그렇다고 거기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그 모든 반대와 편견까지도 자기를 향한 사랑의 채찍으로 여기고 수용하면 될 일이다.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진정한 프로라면 그런 일들도 기꺼이 품고 가야 할 것이다.


그 모습은 아시아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의 리더인 박진영의 ‘취중토크’ 인터뷰에서도 곧잘 드러났다. 실제로 어떤 악플러가 박진영의 홈페이지에 그의 음악이 표절이라고 비꼬았다. 그 글을 읽은 박진영은 몹시도 화가 나고 괴로웠을 것이다. 그런데도 박진영은 그의 악플을 한 첩의 보약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난 안티 없으면 끝난다고 생각해요. 안티 글과 좋은 글을 모두 폴더에 스크랩해두고 그 날 기분에 따라 꺼내보거든요.”(48쪽)

 

그런데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 반대세력과 주위의 편견을 극복한다고 해서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변화에 적응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변화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끊임없는 자기의 오만을 벗고 자기 개발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는 10년 동안 씨름판에서 살아 온 인생을 마감하고 K-1으로 뛰어든 최홍만의 모습에서 엿볼 수 있고,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단 돈 2천만 원으로 휴대폰 벨소리 서비스 사업에 뛰어 들어 성공한 5425의 대표 조웅래의 모습에서도 만날 수 있다.

 

 

물론 그들은 변화라는 키워드만으로 성공신화를 이뤄낸 것은 아니다. 불철주야 피나는 연습과 훈련과 준비가 뒤따랐다. 우연한 성공이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법이다. 오직 연습과 준비만이 성공의 밑거름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엽도 그렇고, 박지성도 그렇고, 어떤 일을 진행할 때 100퍼센트의 준비를 넘어 200퍼센트를 준비한다는 피아니스트이자 예술의 전장 사장 김용배도 다르지 않았다.


“간혹 준비하는 과정을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건 성공과는 동떨어진 생각일 뿐이다. 나무꾼이 잠시 일을 멈추고 무딘 도끼날을 가는 것이 어찌 시간 낭비라 할 수 있겠는가. 무딘 도끼날로 일하는 것보다 날이 바짝 선 도끼로 일을 하는 게 오히려 시간과 노동력을 단축하고 더 많은 양의 나무를 할 수 있는 방법이다.”(73쪽)


이 책 끝머리에는 대한민국 프로들에게 배우는 28가지 성공법칙이 간단하게 나열돼 있다. 제 1법칙인 “가장 낮은 곳에서 위대한 꽃이 핀다.”에서부터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용서를 베풀어라.”는 제 28법칙까지가 그것이다. 그것들만 읽고 깨닫는대해도 이 시대에 필요한 프로정신과 성공요인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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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2008-07-28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단도서입니다.
 
사람
김용택 지음 / 푸르메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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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산천을 떠나있지만 어린 시절 소꿉장난 친구들이 가끔 떠오르기도 한다. 오줌보 친구들과 함께 수박이나 참외 서리를 하던 그때, 남몰래 보리를 꺾어 숯불에 구워 먹던 그때도 그립다. 그만그만하던 키와 몸집이지만 서로 지지 않으려고 동네 앞 너른 산소에서 코피가 터지도록 싸움을 하던 때도 엊그제만 같다.

그때는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이 지닌 성적순이나 힘꽤나 쓰던 친구들이 인생을 주름잡을 줄로만 알았다. 눈비를 맞으며 오갔던 초등학교 길목에서는 늘 그런 애들이 튀었기 때문이다. 교복자율화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힘꽤나 자랑하던 녀석들이 줄곧 그 세계를 주름잡곤 하지 않았던가.

그렇지만 나이가 들수록 인생에 대한 순위 결정이 그리 중요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어린 시절 함께 논밭에서 뒹굴던 또래 녀석들이 지닌 순진무구함만 더욱 기억될 뿐이다. 그 녀석들만 떠올리면 살벌한 이 시대 속 경쟁도 잠시 잊을 수 있고, 사람 사이에 주고받아야 하는 진정한 인정과 그리움을 다시금 정립할 수 있다.


40년 교사이자 시인으로 살아온 김용택이 사랑한 사람들과 그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사람>이란 책에서 그 진면목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에는 어린 시절 함께 자랐던 동네 또래 아이들 모습이 담겼고, 커지면서 서로 엇갈린 운명 속에서도 꿋꿋하게 사랑하고 격려해 준 깊은 인정도 담아내고 있고, 고향 동네이자 학교강단에서 어린 학생들에게 무엇을 심고 가르쳐야 하는지 진지하게 드러내고 있다.


"벌을 키우면 꿀을 외상으로 가져갔고, 염소를 키우면 염소를 외상으로 잡아갔다. 매운탕을 하면 매운탕을 외상으로 먹어대고, 뱀을 잡으면 뱀탕을 이상으로 먹어치웠다. 그리고 그만이었다. 밀물처럼 밀려왔다가 사채의 사업을 망쳐놓고 썰물처럼 쑥 빠져나가버렸다. 그는 도대체 계산을 못하는 인간이었다." (56쪽)

이는 김용택의 소꿉친구 '양사채'를 두고 하는 이야기다. 그 친구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약삭빠르지도 않고, 매몰차지도 않고, 그저 모든 사람들에게 호인으로 살았다고 한다.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 인생을 그저 흐르는 물처럼 사는 친구였단다. 그 까닭에 염소를 키우고, 벌꿀 장사를 해도, 다른 몇 가지 장사를 해도 이익을 남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그를 두고 친구 김용택은 "그의 몸과 마음은 우리 농촌 현실이다"면서 "그에게 들씌워진 농촌정책은 그의 농사처럼 하나도 성공한 것이 없다"고 한다. 가히 농촌 사람들이 지니고 살아가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과 아픔을 우회하여 토해낸 것이다.

"지금 우리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무엇을 가르치는가.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어떻게 살아가라고 우리들은 가르치는가. 무엇이 되라고 우리들은 지금 날마다 우리 아이들을 학교로 학원으로 외국으로 몰아대는가. 늘 1등 하라고 몰아붙이고, 닦달하고, 새파란 아이들의 생각을 눌러 죽이는 짓만 되풀이해오지 않았던가." (177쪽)

대도시 아이들이야 학문으로 인생을 배우려 하겠지만, 농어촌 시골 아이들은 다르다. 시골에서 자란 아이들은 인생살이를 몸으로 배우고 체득하기 때문이다. 땅과 밭, 들판에서 움직이고 부딪히고, 또래 아이들끼리 싸우고 터지고 넘어지고 그리고 풀어야 하는 것도 스스럼 없이 풀고 나간다. 그를 통해 인생을 배워나가는 것이다. 교실과 학원 속 건물에 갇혀 지내기보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아이들 몸짓이 세상과 주고받는 통로인 셈이다. 

그보다 더 귀한 인생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인정을 어디서 그토록 살갑게 배울 수 있겠는가. 김용택 선생은 그래서 "몸으로 하는 교육은 아름답고 성스럽기까지 하다"고 했던 것이리라. 그 교육은 오늘도 존중되어야 함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도 현실에 몰아쳐 오는 교육바람은 엉뚱한 데로 흘러가고 있으니 어찌 안타깝지 않겠는가.

이 세상은 시골 오지가 아닌 바에야 결코 나 홀로 살아갈 수가 없다. 누군가와 손을 맞잡고 살아야 되고, 누군가의 도움 주고받고, 또 인정과 그리움도 쌓으며 살아가야 한다. 이 책에 담겨 있는 여러 사람들을 통해 그들이 나누고자 했던 몸살이 교육을 우리의 삶 속에 다시금 정립하며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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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김앤장 - 신자유주의를 성공 사업으로 만든 변호사 집단의 이야기 우리시대의 논리 10
임종인.장화식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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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세무조사를 한단다. 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란다. 언론에서는 그 일을 호외나 되는 것처럼 발표했다. 이유가 뭘까? 김앤장이 법조계의 삼성처럼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고, 국세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정관계의 전 현직 고위관료들과 깊은 연줄이 있으니, 제대로 된 조사가 가능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임종인·장화석의 〈법류사무소 김앤장〉은 그와 같은 사실을 꼼꼼하게 다룬다. 김앤장의 역사적 연원에서부터 시작해 누가 김앤장을 움직이고 있는지, 법률 서비스의 대가로 얼마나 수익을 올리는지, 다른 로펌들과 얼마큼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우리사회에서 올바른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지 파헤쳐 준다.

김앤장은 1972년 12월 하버드 로스쿨 법학박사 출신인 김영무 변호사가 서울 광화문 구세군빌딩에 사무실을 연 것에 기원을 둔다. 다음해에는 판사 출신의 장수길 변호사가 합류하면서 김앤장이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김영무의 '김'과 장수길의 '장'이 결합해 만든 서양식 작명법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초기 김앤장을 만는 나머지 한 사람은 1979년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그만 두고 합류한 서울고등법원 판사 출신의 이재후 변호사다. 그는 1997년과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핵심적인 법조 인맥으로 분류된다. 

김앤장이 오늘날 법조계의 대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부터다. 당시 부실기업 정리, 외자유치, 해외매각 등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수많은 기업에 대한 매각과 인수합병이 일어났다. 김앤장은 그들 투기자본의 이익과 재벌 총수의 변호를 통해 막강한 권력과 엄청난 부를 거머쥔 것이다. 더이상 김앤장은 법률사무소가 아니라 기업 경영회사와 다름없는 존재가 됐다.

더욱이 그곳의 고문만 해도 2006년 10월 말 현재 19명 정도, 변호사 숫자는 253명, 외국 변호사는 84명에 달한다. 이들은 주식회사처럼 각자 업무 영역을 나누어 전문 부문별로 일하고 있다. 그 밖에도 변리사 100명, 공인회계사 46명, 세무사 13명, 노무사 6명 등 총 150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법무법인 중에서 최고다. 

놀라운 것은 그곳의 고문들이 행정 부처의 국장급 이상, 금융업계의 임원급 이상 고위직 출신들이란 사실이다. 이헌재 전 부총리나 서영택 전 국세청장을 비롯해 전직 국세청 간부들과 새 정부의 국무총리 내정자인 한승수씨도 김앤장의 고문을 역임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화려한 인맥들을 내세워 방패막이로 삼고 있고, 로비스트로 삼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이 책에 따르면 대한변호사협회에는 김앤장이 법무법인으로 등록돼 있지 않다고 한다. 더욱이 4차례나 '성실납세자'로 표창을 받았다고 한다. 표창을 받을 때마다 2년간 세무조사가 면제된다는 규정 덕분에 한 차례도 조사를 받은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법적인 근거도 없는 조직 형태를 유지하면서 법률을 무력화했던 것이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정부는 1인당 연간 116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사법시험 합격자들을 연수시킨다. 연수생 신분이지만 별정직 공무원 5급 1호봉에 해당하는 급여도 제공한다. 그렇지만 회계사나 변리사, 감평사나 노무사 등은 연수제도가 없다. 불공평한 일이다. 더욱이 국민의 세금으로 변호사 연수를 시켜 김앤장 같은 법률 사기업에 공급하는 구조는 국민으로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정부의 주요 공직자가 퇴직한 후 일정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금하는 <공직자윤리법>도 있다. 그런데도 고위직 공무원들이 법률회사에 마구잡이로 들어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 5년간 우리나라 16개 중대형 로펌이 영입한 퇴직 후 3년 이내의 판사와 검사 161명 중에서 142명이 퇴직한 지 3개월 이내에 영입돼 들어갔다. 공직자윤리법은 있으나 마나한 것이다. 일반시민들이 보면 환멸을 느낄 일이요, 노블리스 오블리제 의식은 제로인 상태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 인수 주도로 국민적 지탄을 받아 온 김앤장이 삼성의 각종 불법 행위에도 핵심적으로 관여했고, 그 대가로 막대한 수임료를 챙겼다는 의혹은 김앤장이 다수 시민의 이익과 사회정의를 위해서 반드시 조사받아야 할 대상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 손에는 투기자본을 또 한손에는 재벌을 떠받들고 있는 김앤장을 수사하는 일은 더 이상 미뤄질 수 없다."(257쪽)

처음으로 돌아가, 국세청이 무소불위의 권력과 막대한 자금을 쥐고 있는 김앤장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인다고 하니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김앤장을 조사한다고 해도, 국회에서 과세 자료를 공개토록 요구해도 국세청은 개인의 사생활 침해와 영업 비밀보호나 개인 정보 보호를 내세워 거절하는 마당인데, 어찌 정확한 세무조사가 이뤄지겠는가? 눈 가리고 아웅하지나 말았으면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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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두콩 씨앗이 큰 열매로 부활

지난 4월 부활절 때 교회에서 계란을 나눠 줬다. 부활을 상징하는 계란이었다. 하지만 예전처럼 찐 계란을 나눠 준 것은 아니었다. 계란 속에는 예쁜 작두콩 씨앗이 들어 있었다. 이른바 봄철에 싹을 틔우고, 여름과 가을철을 잘 견디면 튼실한 열매로 거듭난다는 교훈을 안겨주는 셈이었다. 

교우들은 의심 반 기대 반으로 각 가정당 하나씩을 받아들었다. 물론 한 가정에 두 개씩을 받아 든 집도 있었다. 교회학교 아이들이 있는 집이 그랬다. 그래서 서로들 그 계란 속에 든 씨앗을 바라보며 나름대로 정성껏 물을 주었다. 물론 퇴비도 준 가정도 있었고, 깻잎을 덮어 준 가정도 있었다. 그 모두가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한 일이었다.

그렇게 많은 가정들이 그 계란을 받아 갔지만 튼실한 열매를 맺은 집은 그리 많지 않았다. 겨우 몇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그 가운데 가장 풍성하게 열매를 맺은 한 곳을 찾았다. 한 줄기에 족히 30개나 되는 열매가 맺혀 있는 집이었다. 강동구 암사동 양지마을에 사는 우리 교회 권사님 한 분이 그 주인공이었다.

“권사님. 대문이 열려 있네요?”
“그냥 열어 놓고 살아요.”
“그러다가 다 따 가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세요?”
“그렇잖아도, 누가 와서 몇 개 따 갔더라구요.”
“속상하셨겠네요.”
“아니에요. 신기하기도 하고 또 심으려고 그랬겠지요?”
“그래서 그냥 놔두시는 거예요?”
“그럼요. 다들 나눌 수 있어 좋잖아요.”
“권사님 마음이 참 아름답네요.”

정말로 마음씨 고운 권사님이었다. 주렁주렁 매달린 작두콩들이 하나 둘 없어져도 오히려 좋아하시는 분은 처음 본 것 같다. 이 분은 본래 비닐하우스로 온갖 작물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 작두콩도 다른 집들보다 더 풍성하게 가꿨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작물만 그렇게 정성스레 가꾸는 분은 아니었다. 동네 사람들을 비롯하여 집안 식구들까지도 온 정성을 다해 사랑으로 품는 분이었다. 

사실 권사님에게는 아들 셋에 딸 하나가 있다. 물론 아들들은 자신의 몸으로 낳았지만 딸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본래 그 딸은 14살 전까지는 친부모 아래서 살았다. 하지만 갑작스런 부모의 사망과 함께 어린 그녀는 충격에 빠졌다. 그 무렵 권사님이 그녀를 자신의 수양딸로 삼아 아들들 못지 않게 온갖 사랑을 다해 돌보았다. 

그리고 20살이 되자 그 딸을 독립시켰고, 시집 갈 무렵엔 그 권사님이 친어머니가 되어 주셨다. 혼인식 때 장성한 그녀가 권사님 앞에서 주르륵 눈물을 흘렸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얼마 전에는 그녀가 낳은 아들이 백일이 되었다니, 그 권사님을 향해 얼마나 고맙고 감사히 여기겠는가. 그 까닭인지 그녀는 다른 아들들보다 지극정성으로 권사님을 찾아 뵙는다고 한다. 이 세상에 아름다운 일이 많이 있지만 그보다 더 아름다운 일도 없을 듯 하다.

그래서 그랬을까. 그 권사님께서 운영하시는 비닐하우스 속에 자라는 온갖 작물들은 해마다 풍성한 열매를 맺는단다. 그러니 그 계란 속에 든 씨앗이 추수감사주일인 오늘 완연한 작두콩으로 부활한 것은 당연한 결과이지 않나 싶다.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둔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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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너희가 별이야 - 세상의 문을 여는 그대에게 들려주고 싶은 여덟 가지 이야기
김택환 엮음 / 삼인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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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은 꿈 많은 나이다. 대학에 들어가 자기만의 분야를 전공하든지, 아니면 직장에 뛰어들어 세상의 갖가지 내공을 쌓던지 하는 나이다. 그 나이가 되면 대부분은 세상이 앞서 열어 놓은 길을 따라가지만 남다른 젊은이들은 자기만의 길을 내기도 한다.

이른바 눈 덮인 산에 자기만의 신발도장을 찍기 위해 온 산야에 파묻힌 산사람이 된다든지, 잘못된 정보들로 인해 편향된 시각을 갖게 한 언론을 바로잡기 위해 평생을 그 바다에 뛰어든다든지, 비록 자신이 하는 일이 돈이 되지 않을지언정 정말로 그 일을 하지 않고는 미칠 것 같은 그런 일들에 목숨을 거는 젊은이들이다.

그렇듯 자기만의 길을 향해 세상의 창문을 열고 나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있다. 김택환의 <스무살, 너희가 별이야>(삼인·2007)가 그것이다.

이는 8명의 젊은이들이 각기 다른 일들을 갖고서 나름대로 푹 빠져 있는 모습을 스케치 한 책이다. 그야말로 스무 살에 접어든 젊은이라면 한 번쯤 헤아려 봐야 할 귀한 참고서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이름 빛나는 이들이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찾아 오로지 그 길을 가는 사람들이다. 금기를 넘고, 저항하고, 소통하고, 도전하고, 나누면서 더불어 살고,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이다."(머리말)

여기에는 우선 팔레스타인 평화 운동가로 살아가는 '안영민'이 있다. 35살 꿈 많은 나이에 그는 왜 팔레스타인에 목숨을 걸고 뛰어다니는가?

그것은 우리나라 언론들이 미국의 일방적인 정보만을 접수한 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전혀 다르게 보도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이스라엘은 평화의 사도요, 팔레스타인은 깡패라고 떠들어대는 게 그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 바로 그와 같은 것들을 바로 잡고자 팔레스타인 평화 운동가로 투신하게 된 것이다.

사실 1948년 이스라엘이 독립할 때만 해도 세계인들 대부분은 정말로 감동을 받았다. 그야말로 하나님의 은총을 덧입은 선택된 민족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영민이 전하는 이스라엘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이 독립할 무렵 그들은 팔레스타인들을 총칼로 협박하여 요르단이나 시리나, 레바논 등지로 팔레스타인들을 추방시켜 버렸고, 그 숫자만 해도 무려 90~100만 명이었다.

왜 그는 그 같은 사실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있는가? 그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제의 식민지 생활을 했고 지금 팔레스타인들이 그 같은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란다. 그들의 문제가 곧 우리의 문제고, 그것은 곧 세계평화와 직결된다는 이유에서다. 그 까닭에 그는 평생을 걸어도 될 필(feel)이 꽂혔던 것이다.

또 다른 한 사람의 여성이 있다. 영화계의 모든 잡다한 일들을 도맡아 하는 '이하영'이 바로 그녀다. 그녀는 영화제작 스태프로서 6년간 일해 왔다. 그녀가 맡아 하는 일이란 그야말로 잡부와 다름없다. 영화중에 발생되는 각종 소음이나 사람들까지도 통제해야 한다. 더욱이 눈이 필요하면 살수차를 동원해 눈을 만들어 뿌리고, 비가 와야 한다면 비를 만들어 뿌려야 한다. 촬영 중 배우와 스태프들의 배고픔까지 도맡아서 처리하는 게 그녀의 몫이다.

그런데 그녀는 그 일의 대가로 도대체 얼마나 받는가? 한 작품 당 100만원에서 200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한 작품을 촬영하는데 짧게는 3~4개월, 길게는 1년을 감안한다면 그야말로 '연봉 1백 만 원'도 안되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왜 그녀는 굳이 그와 같은 일에 뛰어들어 몸과 세월을 혹사시키는가? 그것은 영화 끝부분 자막에 나오는 '크레디트 한 줄' 때문이다. 그 한 줄만 보면 모든 고생과 모든 배고픔도 다 잊을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이 영화를 만드는 일에 몸을 사리지 않고 뛰어든 이유이다.

물론 한 가지 다른 이유도 빠트릴 수 없다. 그것은 자신이 겪은 설움들을 자신의 대에서 끝내고픈 열망 때문이다. 이른바 영화 한 작품을 만드는데 모든 스태프들의 몸값을 합쳐도 주연급 배우 하나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바로 그와 같은 어긋난 관행들을 고쳐 보고픈 바람 때문에 그녀는 쉽게 그곳을 떠나지 않는 것이고, 자신이 성공할 때가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 밖에도 이 책에는 사진작가가 아닌 '사진하는 사람'으로 남기를 바라는 '임종진', 춤테라피 강사로 나눔의 삶을 베푸는 '신차선', 그리고 참나무청소년배움터의 교사로서 그곳의 아이들을 참된 예수로 생각하며 돌보는 '윤용희' 등 8명의 인생살이가 담겨 있다.

그렇듯 색다른 발로 써나가는 그들의 인생살이는 줄 세우기식 직업교육에 찌든 우리사회에 크나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나름대로 창조적인 이력서를 써나가는 그들의 삶이야말로 이 땅의 스무 살 젊은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인생 교본으로 남지 않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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