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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드라곤의 기적 - 행복한 고용을 위한 성장 몬드라곤 시리즈 2
김성오 지음 / 역사비평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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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가 무척 코믹스럽다. 그렇다고 리얼리티가 없는 게 아니다. 흡인력이 강한 이유는 실제상황을 보여주는 까닭이다. 천하그룹이 본부장을 내세워 적자에 허덕이는 천하메디 공장을 폐쇄하고, 해고 노동자들이 투쟁을 벌이고, 경찰의 비호를 받고 공장안으로 투입된 용역업체 직원들의 모습이 실제를 방불케 한다.

앞으로 그걸 풀어가는 과정은 어떻게 될까? 드라마 전개상 천하그룹이 언론의 포화를 맞고 사원 유방과 공장장은 신제품을 개발하여 기사회생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지 않을까. 그리하여 유방은 부사장직에 초고속 승진하고, 공장장은 다른 자리에 앉는 반전 말이다. 헌데 실제 기업경영에서는 드라마처럼 정리되지 않는다. 그룹대표와 이사회의 안건대로 밀어붙이는 게 기업의 생리인 까닭이다.
만약 적자 계열사에 대한 처리 해법을 노동자들에게 부여한다면 어떻게 될까? 드라마에서는 퇴직금과 세 달치 월급을 주겠다는 본부장 말에 몇 몇 노조원들이 투쟁을 포기했다. 그런데 노조원들이 퇴직금과 밀린 월급을 출자금으로 내서 회사를 인수하여 되살려낼 수 있는 길은 없을까? 굳이 적자 계열사를 따지지 않더라도 잘 나가는 회사를 노동자들이 경영하면 안 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경영할 수 있다.' 노동자들은 전문 경영인을 선임하여 경영진을 짜고 그들을 관리·감독하기만 하면 된다. 기술적으로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궁금한 게 있으면 외부의 경영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면 된다. 조언해 줄 사람은 많다. 하다 못해 몬드라곤 사람들한테 물어봐도 된다."(246쪽)
이는 김성오의 〈몬드라곤의 기적〉(2012·역사비평사)에 나오는 이야기로서, 노동자들이 소유하고 경영하는 몬드라곤의 실례를 들어, 한국의 기업가운데 노사관계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타협과 대화를 가장 잘 시도하고 있다는 현대자동차를 비교 분석하면서 내 놓은 사안이다. 가상의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현대자동차 노조원들도 충분히 기업경영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성오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5년간 '노동자기업인수지원센터'의 대표로 일하며 부도 기업의 노동자 인수를 자문했던 이다. 그는 노동자들의 기업경영과 참여야말로 우리나라가 보편적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확신하고 있다. 그것만이 질 좋은 고용을 위한 참된 성장의 길이라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해 얻게 되는 효율성이 있을까? 그가 하는 말에 따르면, 상명하복의 조직문화에서 민주적 조직문화로 바뀔 수 있고, 재벌 2세들의 기업승계를 위한 비자금 불법상속도 사라질 가능성이 크고, 노사간의 단체협상도 필요하지 않기에 노동생산성은 훨씬 향상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물론 약점도 있다고 한다. 가장 큰 약점은 의사결정과정이 길고 복잡해 질 수 있고, 노동자들이 일하랴 경영공부하랴 정신없이 바쁠 수 있다는 점이다. 혹시라도 노동자 내부에서 갈등이 벌어진다면 기업을 인수하기 이전보다 훨씬 더 큰 난제에 봉착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난제를 감수하고서라도 5만여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직접 경영에 참여한다면 어떤 유익이 있을까? 그는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고서도 기업의 성장 몫만큼 1만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세워나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만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고, 신규 고용창출에서도 대주주들보다 월등하게 앞설 수 있다고 내다보는 것이다.
"몬드라곤의 원칙과 가치는 200여 년 지속되어온 협동조합운동의 일반 원칙, 특히 노동자생산협동조합의 원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몬드라곤은 단지 그 원칙을 고수하는 데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출범 이후 50여 년 넘는 기간 동안 몬드라곤은 자신만의 독특한 원칙과 가치를 발전시켜왔던 것이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유럽 전역이, 그리고 199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양극화의 심화와 고용 악화라는 공동의 문제를 떠안게 되면서 몬드라곤은 이 문제의 해결에 집중했다. 몬드라곤 노동자들은 자기들의 이익을 중심에 두지 않고 언제나 미래의 조합원들을 중시하는 희생과 헌신의 태도를 보여주었다."(109쪽)
바로 이것이 1940년대 초반 스페인의 작은 도시에서 호세 마리아 아리스멘디아리에타 신부에 의해 소규모 노동자생산협동조합으로 시작하여 현재는 해외에까지 생산 공장을 갖추고, 유통과 지식과 교육부문까지 포괄하는 기업집단으로 발전한 몬드라곤의 기업 이념인 것이다. 그만큼 몬드라곤은 여러 위기와 개혁의 여파 속에서도 그 원칙을 지켜냈다는 것이다.
이 책은 20년 전에 출간되었고 이번에 개정판으로 나온 〈몬드라곤에서 배우자〉의 연속선상에서 출간한 것으로,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몬드라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도 여전히 협동조합의 원칙과 이념을 지켜내고 있는 비결을 담아내고 있고, 한국에서도 더 큰 경제발전과 공정한 부의 분배가 가능한지를 모색한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도 나온 바 있듯이, 몬드라곤 신화의 중심에는 1940년대의 호세 신부가 자리하고 있다면 1960년대 한국의 원주에는 박정희 유신독재에 저항해 수감되었다가 출감한 지학순 신부와 장일순 생명사상가가 있다는 점이다. 그들 두 사람이 밑바탕 되어, 현재 원주는 협동과 연대의 원리에 의한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가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보편적 복지국가를 꿈꾸고 있다. 진정 그 방향을 원한다면 노동자들이 기업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길로 나가야 하지 않을까? 그건 좌파의 관점이기 이전에 행복한 고용과 참된 성장을 위한 선지자적인 관점일 것이다. 그것이 세계 모든 기업들이 방문하고 또 본받으려고 애쓰는 몬드라곤이 우리사회에 던지는 화두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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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의 거짓말 - 워렌 버핏의 눈으로 한국 언론의 몰상식을 말하다
최경영 지음 / 시사IN북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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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권력은 총구에서 나왔다. 그 권력을 무력화한 것은 시민의식과 행동에 있었다. 요즘 권력은 언론에서 나온다. 언론은 권력을 제 입맛에 맞게 요리한다. 권력과 언론은 똘똘 뭉쳐 살아간다. 점점 더 공룡화 되고 있다. 돈도 그 속에서 삼각편대를 그리고 있다.

 

9시 뉴스는 어떤가? 깨어 있는 집단 지성들은 KBS와 MBC가 정권의 나팔수로 변했다고 말한다. 사실일까? 전두환 정권 시절과 현 정권, 그리고 지난 10년의 정권을 비교하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요즘은 정부의 뜻을 반영하는 보도가 많다. 그 전에는 대부분 반박하는 투였고. 전두환 정권 때는 어땠을까? '땡전뉴스'가 주류였지 않던가.

 

언론은 말 한 마디로 백성을 요리한다. 더욱이 방송 언론은 무지몽매하다는 백성을 극단적인 생각으로 치닫게 만든다. 모두가 그들이 꾸며내는 전투적인 언어나 미사여구 때문이다. 누가 뭐래도 가장 큰 것은 경제문제에 관한 것이다. 경제대통령, 서민을 위한 대통령이란 것도 그 일환이다.

 

그래서일까? 한국의 보수 언론사들이 '대량감원'이나 '대규모 실직'이란 말을 안 쓰는 게. 그 보다는 '구조조정'이란 말을 곧잘 쓴다. 왜 그럴까? '해고'와 '가난'이라는 가혹한 현실을 물타 보려는 이유일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쓰던 '세금파탄'도 이 정부 들어선 없다. 모두 언론에서 조작하고 있고, 권력에 기생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최경영의 〈9시의 거짓말〉은 워렌 버핏의 눈으로 들여다 본 한국 언론의 현 주소를 들여다 보게 한다. 주식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버핏의 발언과 9시의 뉴스 보도가 얼마나 엇갈리고 있는지 비교 분석해 준다. 그걸 통해 알리려는 게 뭔가? 한국 언론사의 심각한 상황과 그 돌파구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버핏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한국 언론은 항상 미래를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한단다. 버핏은 자신이 얼마나 모르는 것을 짐작하고 있지만, 한국 언론은 자신들이 많이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는 거다. 버핏은 이상하면 질문을 하지만, 한국 언론은 이상해도 권위를 의심하지 않는다는 거다. 버핏은 자신이 보는 재무제표도 사실이 아닐 수 있다고 말하지만, 한국 언론은 그들이 쓰는 기사는 사실만 있다고 강조한단다.

 

"도대체 무엇이 '국가의 이익'인가요? 대기업의 사주나 집권 여당의 이익이 항상 국가의 이익과 등치 관계인가요? 정부에 대한 시위는 항상 국익을 저해하나요? 그럼 1987년 6워 항쟁 역시 국익에 반했던 것이고 그로 인한 대통령 직접 선거 쟁취도 국익에 치명타였겠군요?"(36쪽)

 

어떤가? 한국의 주류 언론사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지 않는가. 요즘도 국가의 이익과 사주의 정책에 무조건 뒤따르라고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 죽음뿐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는 내 말이 아니라 이 책에서 지적하는 걸 그대로 토해 내는 것 뿐이다.

 

그런데 한국의 방송 언론들이 예전보다 더 앵무새 노릇하고 있지 않을까. 한국 방송 언론은 김탁구처럼 완연한 제빵사 보다는 노점상의 풀빵사 노릇에 더 제격이고, 기득권층의 애완견과 확성기로 확실하게 자리 잡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방송사들이 보여준 태도를 배워야 할 것 같다. 한때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는 걸 두고 미국의 방송사들이 부시 행정부의 주장을 검증하려 했다고 한다. 그가 숨겨온 것들을 파헤치려는 이유였는데, 그때 부시는 그들이 무례하다며 나가버렸다고 한다. 물론 그 방송사들은 부시의 모습을 그대로 보도했다고 한다. 얼마나 감동스런 모습이며, 또 얼마나 망신살 뻗친 노릇이라고 이야기할까?

 

그런데 더 놀라운 게 있다. 미국의 부자들이 한 해 기부하는 금액이 3천억 달러라고 하는데, 우리 돈으로 약 350조 원이라 한다. 미국의 주식부자들도 그들의 배당금에서 20%는 세금으로 내고 있고, 거기의 20%는 양도소득세로 낸다고 한다. 진짜로 멋진 부자들 아닌가. 우리나라의 주식부자가 과연 그런 정책의 동의할까? 그걸 두고 우리 방송사들은 또 뭐라 말할까? '부자세'라고 하며 야단법석이지 않을까.

 

KBS 기자 출신인 최경영은 그래서 그런 주장을 한다. 1980년대의 방송뉴스를 디지털화해서 인터넷에 공개해야 한다고. 그 때에만 일반 대중들이 한국의 방송 언론이 걸어온 길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그걸 만들려면 약 10억 정도 든단다. 그런데 그것이 있어야만 한국의 방송 언론은 권력과 분리된 바른 역사적 소임을 다할 수 있지 않을까?  

 

아울러 그는 일반 대중들이 좀 더 똑똑해졌으면 하고 주문한다. 언론사들이 선점하는 언어도단에 대중들이 놀아나지 않았으면 하는 게 그것이다. 제 아무리 똑똑한 대통령이라도 결코 한국의 경제를 예측하거나 책임질 수 없다는 것도 그런 차원이다. 그만큼 한국의 방송 언론은 대중의 필요 사안보다 대중의 관심사에 집중하고 있으니, 일반 대중들은 그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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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월스트리트 공략기 그랜드 펜윅 시리즈 2
레너드 위벌리 지음, 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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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꽁돈 60만 원이 통장에 들어와?

내가 아는 선배 목사가 있다. 그 분의 친구 목사에 관한 이야기다. 그 친구 목사는 교회를 새롭게 꾸미고 방송장비 몇 가지도 새로 구입했다. 모든 단장이 끝이 났고, 마이크 몇 개만 장만하면 됐다. 얼마 안 되겠거니 생각했지만 거래 업체에서는 그 값으로 500만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터무니없이 가격이 비싼 것 같아 그 분은 미국 현지에 있는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갔다. 당연히 한국 업체에서 요구하는 값보다는 훨씬 저렴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 하듯이 그 분은 당장 카드 결제를 해서 마이크 몇 개를 구입했다.

 

그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아 환율이 올라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 분은 미국의 그 업체에 카드 결제로 송금한 금액이 많은 손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급기야 미국 현지의 업체를 통해 주문한 마이크를 취소했고, 환불을 요청했다.

 

그런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그 분의 통장으로 60만 원의 돈이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이른바 환율이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그 차이로 그만큼의 돈을 받게 된 일이었다. 그 분은 꿈인지 생시인지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살다보면 그런 일도 다 있을까 싶다. 의도를 갖지 않고 바람직한 일을 좇아 행하는 데, 그렇게 황당할 만큼 좋은 일을 만나는 경우가 또 있을까? 예전에 나는 좋은 꿈을 꾼 덕에, 후배 하나가 로또 하나를 사 주었고, 그것으로 딱 한 번 5천원에 당첨된 경우가 있었다. 그것 말고는 아직까지 또 다른 행운은 만난 적이 없다.

 

2. 그녀가 만진 것들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줄이야?

래너드 위벌리가 쓴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월스트리트 공략기〉도 꼭 그랬다. 가난한 나라 펜윅은 양모와 포도주로 자급자족하는데, 강대국인 미국과 맺은 껌 사업이 호황을 누려 몇 년 동안 엄청난 수익금을 받게 될 상황이었다.

 

새로 구성된 의회에서는 그 돈을 국민들에게 나눠 주고, 세금도 깎아 주는 조치를 취한 바 있었다. 하지만 국민들은 돈 맛에 빠져 들어 일할 의욕도 잃었고, 더 많은 이자 빚에 시달려 경제가 파탄에 처했다.

 

다음 해에는 1000배나 많은 돈이 들어왔으니 펜윅으로서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한 셈이었다. 그때 펜윅의 공주는 미국의 주식 중 추락하는 웨스트 우드 석탄 회사의 주식에 모든 돈을 투자했다. 주가가 떨어지면 투자한 돈이 사라질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주식은 엄청난 폭등을 가져왔고, 공주는 단번에 고수익을 올리게 되었다.

 

더군다나 웨스트 우드 석탄 회사의 주식 값을 고공행진하도록 이끈 미국 월가의 큰 손이 이번에는 펜윅과 조약을 맺은 껌 회사에 직접 투자를 종용하고 나섰다. 그 일로 미국 월가의 돈이 그곳에 몰려들었고, 펜윅의 공주는 그것을 긁어모았으며, 급기야 미국의 전 금융권까지 휩쓸고 말았다.

 

사실 펜윅의 공주는 자국민을 지키려는 선한 의도에서 그 같은 일을 벌였을 뿐이다. 주식 부자는 물론이요, 미국의 월가나 미국의 경제를 주무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녀가 만진 것들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으니, 한낮 허구일지라도 얼마나 재밌고 익살맞은 이야기인가?

 

3. 꽁돈 60만원보다도 더 값진 것을 얻는 날

사람은 누구든지 뿌린 대로 거둔다고 했다. 선한 것을 심으면 선한 것을 거두고, 악한 것을 심으면 악한 것을 받게 돼 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난다. 그것이 우화나 소설 속 주된 내용이자, 만고불변의 법칙이지 않던가?

 

문득 그 생각을 떠올리자니 서울 화곡동의 한 교회가 생각이 난다. 그 교회는 새로 시작하면서부터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위해 무료 급식소를 운영했다. 새로 시작한 교회라 재정적인 여유가 없어서 일주일에 딱 두 번 정도만 실시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구청에서 조사가 나왔고, 급기야 구청으로부터 모든 지원을 받는 구청지정 무료급식소가 되었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옆에 있는 큰 교회도 당장 무료 급식소를 설치하여 주민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 교회는 자신들이 나서서 구청에 그 사실을 알렸다. 당연히 그 교회도 구청으로부터 모든 지원을 받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구청에서는 더 이상 무료급식소는 인근에 필요치 않다고 잘라 버렸다.

 

최근 나도 새로 시작한 교회의 형편이 여의치 않아 '지역아동센터'를 설치하려고 여기저기  발버둥 친 적이 있다. 솔직히 지역아동센터의 순수한 운영보다는 교회의 살림살이를 더부살이 해볼 심사가 컸다. 그래서인지 구청에서는 인근 800m 근방에 지역아동센터가 이미 설치돼 있고, 더군다나 교회 건물 내에는 그것을 설치 할 수 없다고 딱 잘라왔다.

 

그런 일을 겪고 나니 괜히 얼굴이 빨개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나 스스로를 위해서나, 새로 시작한 교회를 위해서나 모두 잘 된 일이지 싶었다. 힘들기는 하겠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더욱더 선하고 올곧은 길을 다져갈 수 있는 까닭에서다.

 

그렇기에 요즘들어 더욱 절실하게 그런 꿈을 품고 있다.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 흉내 내지 않고 지역주민들에게 좋은 유익을 끼칠 수 있을까? 나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선한 일이 무엇일까? 그런 일을 꿈꾸고 하다보면 언젠가는 꽁돈 60만원보다도 더 값진 것을 얻는 날이, 황금 알을 낳는 거위보다도 더 선한 일을 만날 날이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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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탄생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4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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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염려하듯이 우리나라 경제가 위기다. 이러다간 1980년과 1998년의 두 차례 경제공항 이후, 2016년에 다시금 대규모 경제공황을 맞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이 뒤늦게 대두되기보다는 지금 당장이라도 거대한 괴물이 나타나서 나랏돈을 집어 삼킬 태세다. 미국식 경제금융 위기가 몰고 온 여파라고는 하지만, 과연 그 괴물의 출현이 국외에서만 비롯된 일일까?

우석훈의 <괴물의 탄생>은 그것을 2003년 7월 ‘2만 달러 경제’를 국정지표로 삼던 노무현 정부의 선택과 집중에서부터 형성했다고 본다. 집권 초기만 해도 스웨덴 같은 경제모델을 선택하려 했지만 탄핵돌파 이후에는 대중적 인기를 의식한 채 미국형 모델로 급선회했고, 저금리로 성장률을 억지로 높이려는 건설경기 부양책에 올인했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뜻한 바와는 달리 빈부의 양극화가 극대화되고, 중소기업들의 빈곤적 악순환으로 인한 도산이 줄을 잇고, 자영업자들의 자금력이 위기에 봉착하고, 외국농산물의 수입으로 농업이 붕괴되는 깊은 수렁에 동시다발적으로 빠져들었으니, 결국 지역균형발전과 한미 FTA라는 극약처방을 내려 보지만 그마저도 ‘삼성공화국’과 ‘땅부자’라는 괴물의 몸집만 키웠을 뿐이란 지적이다.

그렇다면 괴물을 해체할 능력이 이명박 정부에게는 있는 것일까? 우석훈은 이명박 정부도 건설경기 부양책에 매달리고 있어서 이전의 ‘삼성+건설=노무현’에서 ‘현대+건설=이명박’으로 넘어왔을 뿐이고, 공공부문을 기업에 넘겨주는 ‘민영화’와 수도권의 땅 값을 올려주는 ‘수도권 중심의 정책’도 대기업과 토호세력들을 위하는 것 이상이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그것들은 인플레이션과 집값을 격발시킬 것이 뻔하기에 국민경제의 몰락은 초읽기에 들어간 것과 다름없다고 한다.

그럼 한국경제의 진정한 대안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우석훈은 스위스 모델에서 그 해법을 찾고 있다. 스위스야말로 이렇다 할 지하자원과 에너지자원도 거의 없고, 국토가 70%가 산이라는 것과 있는 것은 사람 밖에 없다는 것, 관광소득도 유럽 국가들의 평균보다 높지 않고, 금융부문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밖에 안 된다는 점 등이 우리의 상황과 닮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스위스는 농업을 재발견하여 식품안전의 생태적 전환을 이루고 있고, 노동자들의 지식투입을 늘리고 숙련도를 높이고 창조능력을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 노동시간의 유연성을 확보해 나간다고 한다. 이는 고용과 해고의 유연성에 치중하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더욱이 전문직과 문화계의 정규직들이 일주일에 이틀만 출근해도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사회를 만들어간다고 한다.

하지만 스위스는 전통적으로 평화외교를 모토로 고립주의 정책을 채택했다고 한다. UN도 2002년에서야 가입했고, EU는 아직 가입하지 않았고, 미국의 FTA는 국민투표로 사실상 부결시켰다고 한다. 그런데도 스위스가 탄탄하게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직접민주주의 자치에 기반한 지방 분산형 구조와, 지역공동체 혹은 지자체의 힘으로 만들어낸 제 3부분의 존재에 있다고 한다. 실업자 문제도 지역공동체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 준다고 한다.

“여기서 꼭 스위스형이 아니더라도, 그러한 특징이 생길 수 있는 일종의 지식-문화형 국민경제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세 가지 과제를 제시하고 싶습니다. 이 세 가지 문제를 푸는 것이, 실질적으로 지금 한국경제가 구현해 보이고 있는 ‘괴물’을 해체하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219쪽)

결국 우리가 스위스를 모델 삼아 취할 수 있는 것은 일종의 연방제 같은 지역정치에 의한 중앙화 구조를 보완하는 상.하원 양원제의 도입, 개인의 개성과 취향을 무시한 채 성적순으로 줄 세우기 하는 교육정책과 그것을 부채질하는 사교육의 열풍을 잠재울 수 있는 범국민적인 추진, 그리고 생활협동조합과 같은 제 3부문의 활성화 정책에 있다고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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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와 좌파의 재정립 - 보편주의적 복지국가를 향한 새로운 좌파 선언의 전략
사민+복지 기획위원회 엮음 / 산책자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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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난 10년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집권기였다. 흔히 우리사회에서 좌파라고 불리던 시기였다. 그렇지만 과연 그 시절이 진정으로 좌파의 집권기였을까?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정치를 실현하는 듯 보였지만 사회․경제적으로는 그렇지 못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IMF 구제금융을 받들어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펼쳐왔다. 자본시장 개방은 더욱 가속화시켰고, 금융기관들이 대형화하고 겸업화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었으며, 한미 FTA 체결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복지 혜택도 보편적인 복지가 아니라 선별적인 복지에 그칠 뿐이었다.

그로 인해 닥쳐온 위기는 무엇인가? 빈부격차는 갈수록 심화되고, 청년들이 대학문턱을 쉽게 넘나들지만 대학이 취업교실로 전락하였고, 대량실업의 위기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고, 물질만능 풍조가 온 사회를 휩쓸고, 한탕주의와 각종 투기가 극성을 부리고, 양극화는 극대화되고 있다.

사회․경제적으로 전혀 좌파가 아닌 지난 10년의 정책으로 인해 자유민주주의가 위기에 봉착해 있다. 시민+복지 기획위원회에서는 〈한국사회와 좌파의 재정립〉을 통해 우리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사회적 그리고 경제적 대안을 찾고 있다. 사회민주주의 정책의 실현이 바로 그것이다.

“세계 자본주의 새로운 위기 국면의 전개에 따라 한국의 국민 경제 역시 새로운 위기 국면에 빠져들고 있으며, 이 위기는 한국 자본주의로 하여금 신자유주의가 아닌 대안적 사회-경제 체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10쪽)

현재 이명박 정부는 세금을 인하하여 기업투자와 고용증대를 늘리고, 가계 소비를 활성화시킬 정책을 찾고 있다. 복지예산보다는 토지개발과 신성장동력 에너지 개발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그래서 이전의 정부를 좌파라고 차별화하고 있지만 사회․경제 부분에서는 이전과 하나도 다르지 않는 노선을 걷고 있다. 물론 양극화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핀마저도 빼버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차이가 있긴 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진정한 좌파사회는 무엇인가? 이는 사회민주주의 정책의 실현으로서, 자유민주주의와는 차별화된 것이다. 이른바 영․미식 국민의 선별적 복지국가 시스템이 아니라 스웨덴과 같은 국민의 보편적 복지국가 모델을 뜻하는 것이다. 

이는 부유한 자산 계층의 소득 중 일부를 세금으로 징수하여 제 3자에게 재분배하는 것을 사유재산권 침해로 여기는 지상자유자들의 견해와는 다른 것이다. 사유재산이 있든 없든, 많든 적든,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동등하게 활동하며 혜택을 받도록 하는 사회다. 공산주의가 아닌 자본주의 틀 내에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물론 세수확보가 관건이다. 이 책에서는 국방비와 일반 차인 등 안보 관련 예산과 경제사업 관련의 예산 비중을 줄여 그 부분을 복지예산으로 돌리고, 개인 소득세의 누진율을 도입하되 지금처럼 8,800만 원 이상의 종합 개인 소득세에 대해 일률적으로 35%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을 더욱 세분화할 필요가 있음도 제기한다. 

그렇다면 일반 영세사업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전에는 연매출 4,800만 원 이하의 영세사업자들에게는 간이영수증만 주고받도록 했다. 그렇지만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사회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들에게도 세금계산서를 주고받도록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현재 미국 발 경제금융 위기로 우리나라까지 혼란에 휩쌓여 있다. 이는 지난 10년간 좌파정권이 만들어 낸 결과라고 이야기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진정한 좌파는 선별적 기업 금융의 특혜와 선별적인 국민 복지혜택으로 인한 양극화의 극대화가 아니라, 사회․경제 전 분야에서 국민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우리나라가 더 늦기 전에, 자유민주주의 정책의 아류와도 같은 신자유주 열풍의 소용돌이 속에서 침몰하기 직전에, 하루 빨리 사회민주주의 정책을 대안 삼아 모두가 행복한 사회로 발돋움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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