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우스는 세상을 바꿨다 - 코로나 시대, 새로운 행복의 기준을 제시하다
최복현 지음 / 인문공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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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책 한 권을 통해 그리스 신화를 완독한 느낌이다. 물론 완전하게 꿰뚫게 된 것은 아니다. 그저 전체를 훑어본 느낌이다. 너무나 많은 신들의 이름이 등장했고, 그 신들로부터 또 다른 신들이 태어났고, 그 속에서 사랑과 배신과 질투와 갈등과 권모술수가 담겨 있었다.

 

이 책은 제우스를 최정점에 두고서 이야기를 엮어 나갔다. 그가 어떻게 다른 신들을 제압하고 최고 권위에 오르게 되었는지, 어떻게 적대적인 신들까지 자기 편으로 끌어들였는지를 일깨워 준다.

 

기존의 가치관이 붕괴된 바이러스 시대를 맞았다.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처럼 새 가치를 찾아가는 통찰은 여전히 유효하다. 제우스의 리더십 유형에서 삶의 가치를 찾아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최복현의 제우스는 세상을 바꿨다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리스 신화 속에서 제우스와 관련된 신들의 이야기를 끄집어 내서 지금의 현 시대를 읽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시대 속에서 새로운 뉴노멀을 꿈꿀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런데 나 같이 그리스 신화에 문외한인 사람한테는 그가 써 내려간 그리스 신화 자체만 해도 너무나 재밌었다. 그 속에서 제우스와 관련된 10가지 통찰은 매우 귀중한 가치였다. 균형추, 약속, 정의로운 질서, 품격, 생존, 화합, 소통, 중용, 권력 그리고 유연성이 그것이다.

 

최고의 권력을 가질 수 있었음에도, 크로노스처럼 권력을 독점할 수 있었음에도, 제우스는 권력을 나눈다. 또한 중요한 사안은 다수가 모여 결정하는 제도를 둔다. 즉 올림포스 회의로, 제우스가 창안한 올림포스 회의에 처음 구성원은 제우스, 하데스, 포세이돈, 헤스티아, 데메테르, 헤라 육남매와 선대인 아프로디테, 제우스의 자녀로 아테나, 아르테미스, 아폴론, 아레스 그리고 헤파이스토스, 총 열 두 신이다.”(55)

 

제우스가 연 민주주의를 이야기한 부분이다. 제우스는 그만큼 최고 정점에 있으면서도 권력에 대해 균형과 조화를 이루었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시대에도 그런 시대 정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헤르메스는 이제 로마 신화로 넘어가면 메르쿠리우스로 수성이란 별을 차지한다. 태양계의 행성 중 공전 주기가 가장 짧은 수성의 머큐리는 발 빠른 헤르메스의 로마신화 이름에서 유래한다. 영어의 머큐리는 수성 또는 수은으로 중화적인 의미를 갖는데, 이는 연금술로 연결되니 이 모두는 영역의 경계로부터의 자유의 원뜻에서 파생된다. 상온에서 가장 빨리 액체로 변하는 금속 수은을 머큐리라고 하는 이유다. 물질의 경계인 액체와 고체 사이의 물질인 수은으로, 경계를 넘나드는 헤르메스의 상징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텍스트를 해석한다면 이 역시 기표와 기의의 경계를 넘는 것으로 그의 이름에서 연유한 Hermeneutics, 즉 해석학으로 부른다.”(210)


제우스와 마이아의 결합을 통해 태어난 헤르메스의 이야기다. 아폴론의 소 떼까지 훔칠 정도의 지혜와 지식과 권모술수를 지닌 그였던 것이다. 그는 제우스도 가지 않은 지하세계와 올림포스까지도 자유자재로 드나들 정도였으니, 제우스에겐 없어서는 안 될 비서실장이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 헤르메스로부터 머큐리라는 말과 해석학도 나왔다고 하니, 정말로 놀랄만하다. 그만큼 헤르메스는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수완을 발취한 통섭의 귀재였던 것이다. 오늘날 리더들에게 꼭 필요한 인재상이 바로 헤르메스와 같은 인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런 헤르메스를 알아본 제우스는 더욱더 대단한 인물일 것이다.

 

칼 융이 말했듯이 본질이 변하지 않는 원형이 신화이듯,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공간이 바뀌어도 위대한 리더의 자질은 이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시간과 공간에 따라 등장하는 인물은 달라도 기본은 변한 않는 위대한 리더십의 원형이 제우스의 연애가 아니라 제우스와 여자의 관계가 아니라 상징적인 성정이다. 위대한 리더, 통찰력 있는 리더가 되려면 제우스의 행로를 상징으로 받아들이고, 상징이 담은 저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293)

 

제우스가 바람둥이나 아니냐, 제우스가 자유연애자였느나 아니냐, 하는 것보다제우스가 보여준 행보를 통해 배우고 깨닫고 적용하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뜻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코로나19시대에, 기존 가치관이 붕괴된 이런 시대에 제우스와 같은 새로운 가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말이다.

 

위대한 리더, 통찰력 있는 리더가 되려면 제우스의 행로를 상징으로 받아들이고, 상징이 담은 저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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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탄생 (양장) - 젊음의 업그레이드를 약속하는 창조지성
이어령 지음 / 생각의나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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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올 초 어느 대학 도서관에서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28살의 젊은 후배를 만난 적이 있다. 그 후배는 나와 10살 차이가 난다. 고향은 같은 곳이지만 함께 오래도록 산 것도 아니고, 고등학교 이후 10년 넘게 못 본 터라, 낯선 면도 없지 않았다.

점심을 같이 먹고 이런 저런 세월들을 이야기했다. 녀석은 군에서 장교 복역을 하다 이제 갓 전역을 한 터였다. 뜻한 바가 있어서 2년을 목표로 사법시험에 매달릴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몇 마디 말을 주고받다 보니, 나와는 지향하는 바가 너무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뭐랄까? 녀석의 생각이 너무 늙어 버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녀석은 그저 주어진 조직의 합리적인 기능만을 바라보려고 했다. 한미 FTA에 대해서도 다각적인 생각보다는 그저 세계화의 추세만을 늘어놓고 있었다. 

녀석과 헤어진 후 나는 한 참 동안이나 나를 들여다봤다. 나는 과연 젊은이인가? 생물학적인 나이로는 젊은이가 아니다. 그렇다고 늙은이도 아니다. 꼭 중간지대에 속한 기분이다. 그래도 아이들 셋을 두고 있는 삶 속에서 항상 젊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생각만큼 쉬운 것은 아니다.

"젊음은 나이가 아니라 생각이 만드는 것이다."

이어령 교수의 <젊음의 탄생> 첫 장에 나오는 경구이다. 참으로 무릎을 치게 만드는 격언이 아닐까 싶었다. 마치 여행에 대해 누군가 "여행은 장소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옮기는 것이다"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은 9개의 매직 카드를 통해 젊은이들의 지성을 업그레이드 하게 도와준다. 이를테면 '카니자 삼각형'에서 시작하여, '물음느낌표', '개미의 동선', '오리-토끼', '매시 업', '연필의 여섯모꼴', '빈칸 메우기', '지(知)의 피라미드', 그리고 '둥근 별 뿔난 별' 등의 9개 매직 카드를 통해 창조적인 발상과 역발상 등 다양하고 참신한 내용들을 정리해 놓고 있다.

그 중 내 뇌리를 크게 때렸던 것은 미국의 대통령과 우리나라 대통령에 관한 부분이었다. 버락 오바마가 미국의 44대 대통령에 당선되자 우리나라 언론은 두말할 것도 없고 세계 모든 언론들이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나왔다고 대서특필한 바 있다.

이어령 교수는 그런 관점들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한다. 이른바 흑 아니면 백이라는 흑백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유인 즉 오마바는 백인의 어머니와 아프리카 케냐의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이기 때문이란다. 그의 피에는 백인과 흑인의 두 피가 흐르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아예 한쪽을 무시하고 한쪽만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그럴듯한 지적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요즘 같은 다중복합시대로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논리로 세상을 보려는 이들이 우리나라에도 있어서 문제다. 보수와 진보의 대립관점이 그렇고, 정치판이 세상을 바라보는 대립각도 그렇다.

한편 우리나라의 이명박 대통령에 관해서는 '독창'적인 '물결'이라는 빈칸 메우기를 주문한 게 너무 신선했다. 이어령 교수는 노무현 정부가 불의 정권이었다면, 이명박 정부는 청계천 복원과 대운하 건설로 끝장을 보려는 물의 정권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진정으로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동행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로마의 아우구스투스의 좌우명인 '천천히 서둘러라'를 새기도록 주문했다. 그만큼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통치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아울러 '청계천 새물 맞이'라는 구호도 '청계천 새물결 맞이'로 바꿀 때에라야 독창적인 대통령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내다보았다. 

이 밖에도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서구적 양자택일의 방식에서 이것도 저것도의 동양적 양자병합의식으로 바꿔가야 한다는 생각을 비롯해, 기성관념에 본질적인 의문을 던지는 것이야말로 젊은이의 모든 지적활동의 출발점이라는 것, 삶에 다양한 변화를 주는 빈칸들이 있기에 젊은이들의 삶은 운명의 실로 조종되는 꼭두각시가 아니라는 것 등은 두고두고 가슴에 새길 부분이지 않나 싶다.

아무쪼록 1960년대부터 2000년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마다 새로운 키워드를 만들어 냈던 이어령 교수의 번뜩이는 지혜들이 이 책에는 색다른 카드로 그려져 있으니, 이 세대의 젊은이들이 참된 젊음을 품을 수 있었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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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 미술사 - 미드보다 재미있고 사랑보다 매혹적인 이야기 갤러리!
하비 래클린 지음, 서남희 옮김 / 리베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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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것이 삼성가(家)의 비자금 조성으로 되었다고 언론에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예술의 영역에 머물러야 할 그림이 비자금을 만드는 데 쓰였다면 그것은 미술사의 또 다른 스캔들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하비 래클린의 〈스캔들 미술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과 관련된 재미난 스캔들을 파헤쳐 준다. 화가들이 명화를 그리게 된 배경과 이유는 물론이고, 그에 따른 역사적인 사건들 속에서 펼쳐지는 심리와 갈등 등 그림의 뒷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2002년 6월 경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을 둘러 볼 기회가 있었다. 그곳에서 그 유명한 '모나리자'를 감상했다. 그때는 그 그림 속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미소의 의미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더욱이 그 그림이 도난당했다가 다시 찾게 된 그림인지도 전혀 모르는 사실이었다.

이 책에서는 그에 관한 상세한 뒷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모나리자는 1503년에서 1506년 사이에 레오나르도가 '마돈나 리자'의 초상을 그린 작품이며, 그녀는 모델이 되기 4년 전에 어린 딸을 잃는 비극을 겪었다고 한다. 더욱이 그녀의 남편은 20년 연상의 부유한 상인이요, 이미 아내 둘과 사별한 사이였다고 한다. 그러니 그녀의 얼굴 속에 미소가 담겨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 일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이 그 그림이 나폴레옹의 침실에 걸려 있다가 프랑스의 국보가 되었다는 점도 놀랍지만, 루브르 박물관에서 한때 도난당했다는 사실도 뜻밖의 일이지 싶다. 이 책에서는 도난사건에 관한 전모를 밝혀주기도 하는데, 정말로 놀라운 것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걸려 있는 모나리자가 복제품일 가능성도 농후하다는 사실이다. 

세계의 유명 화가들의 명작들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퇴색됨 없이 훌륭한 보존상태를 유지한다. 그만큼 국보급으로 존중받는 까닭일 것이다. 그런데 그 유명한 그림들이 때론 대중의 손에 테러를 당했다고 하니 전혀 뜻밖의 사실이었다. 

"20세기에 테러를 겪은 작품 중에는 1974년 피카소의 〈게르니카〉(뉴욕 시 현대 미술관에서), 1961년의 〈십자가의 성 요한의 그리스도〉(글래스고우의 켈빈 그로브 미술관), 1985년 렘브란트의 〈다나에〉(러시아의 성 페테스부르그의 헤르미티지 박물관)가 있다."(136쪽) 

크리스천인 나는 〈십자가의 성 요한의 그리스도〉를 보기 전까지는 대중의 손에 테러를 당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리스도의 머리에 가시관도 없고, 팔 다리에 못도 없고, 몸에 피 한 방울 흐르지 않는 예수의 모습을 보면서, 왜 그 그림에 위해를 가했을지는 상상하고도 남을 일이었다. 가히 종교적 열망이 지나친 관람객의 자해와 같은 일이었다.

그 밖에도 이 책에는 터너의 〈노예선〉을 통해 병든 노예들을 바다에 던지는 것이 단순히 경제적인 부담을 덜기 위한 차원보다 더 많은 보험금을 타기 위한 뒷거래에서 비롯된 이야기라는 사실을 비롯해, 로사 보뇌르가 〈마시장〉을 그리기 위해 긴 머리를 자르고 남장을 한 사실도 유명하지만 그런 헤어스타일이 그녀의 일상생활이 되었다는 뒷이야기 등 더욱 다채롭고 흥미진진한 스캔들이 잔뜩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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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더다의 고전 읽기의 즐거움
마이클 더다 지음, 이종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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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에 신영복 교수의 〈강의-나의 동양 고전 독법〉을 통해 고전 읽기의 즐거움에 빠진 적이 있다. 신영복 교수는 서양식 근대기획의 틀에 매몰돼 있는 우리들의 존재론적인 사고방식의 틀을 관계론적인 사고방식으로 재구성하려고 애썼다. 그 때문에 한자에 문외한이었지만 동양 고전의 독특한 맛에 빠져드는 나 자신을 멈출 수가 없었던 적도 있었다.

 

사람들은 왜 고전에 목말라 하는 것일까? 고전은 현재 살아가는 인생의 문제에 대해 어떠한 지혜나 통찰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대가 아무리 발전된다 하더라도 더 많은 깊이와 더 많은 해석의 여지를 남기기 때문이다. 인간이 살아온 한 시대의 가치와 고뇌가 고전의 인물들 속에 겹겹이 스며 있기 때문이다.

 

성서에도 “해 아래 새것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듯 이 시대와 오고 오는 세대의 모든 산물들은 과거의 연장물이다. 그것의 틀과 빛깔이 현대적인 감각으로 변형되고 채색될 뿐이다. 그 때문에 고전은 현재와 미래의 인생을 더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는 프리즘이다.

 

마이클 더다의 〈고전 읽기의 즐거움〉도 서양고전으로 손색이 없는 90여 작품을 골라 해설한 책이다. 다른 사람들의 서양 고전 읽기가 당대의 사회현상이나 이슈 등에 집중하거나, 작가의 일상과 일탈을 해석하는 데 그치고 있지만 더다는 그 양자를 조리있고 간결하게 버무리고 있다. 더욱이 문학 평론 부분에서 퓰리처상을 받은 그이지만 과학이나 공포, 괴기나 로망스, 아동 등의 분야도 빠트리지 않고 있다.

 

이를테면 역사와 신화, 기독교 신앙과 이교도의 운명 등이 복잡하게 뒤얽혀 있는 초기의 서사시〈베어울프〉를 비롯해서 중세의 문학 중 가장 재미있는 〈거웨인 경과 녹색의 기사〉, 10대 때부터 인간답게 사는 것을 고민하며 사실적인 작품에 매달렸다는 러시아의 위대한 작가 안톤 체호프의 〈황량한 이야기〉와〈세 자매〉에 관한 평이라든지, 소설 속 인물보다 더욱더 실제적인 인물이 되었다는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의 모험〉등이 그렇다.

 

물론 그의 고전읽기 속에도 남들처럼 뜻 깊은 교훈이 없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런 교훈과 잠언 속에는 길고 복잡한 설교조의 톤이 들어 있지 않다. 단 한 두 문장의 요약으로 끝맺는 게 특징이다. 아마도 그것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일이지 않겠나 싶다. 더욱이 워싱턴 포스트의 문화부 기자답게 작가나 작품의 인상적인 에피소드나 격언들도 빠트리지 않고 있다.

 

“이야기하기의 재주, 인물의 창조, 따뜻한 인간미 등에 있어서 체호프는 초서, 발자크, 디킨스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역시 높은 평가를 받는 그의 희곡들 〈갈매기〉, 〈세 자매〉,〈바냐 아저씨〉에 대해서는 직접 가서 연극을 보기 바란다.”(371쪽)

 

“무슨 장르가 되었든 도일은 나쁜 스토리를 써 내지 못한다. 제러드 준장의 나폴레옹적 모험을 한 번 생각해 보라. 샤키 선장의 해적 같은 모험은 또 어떤가. 〈경매 품목 249호〉,〈높은 곳의 공포〉, 〈폴스타 호의 선장〉같은 초자연적 스토리들도 음산하지만 여전히 감동적이다. 역사상 문학에서 이야기가 활짝 개화한 시대는 대략 1865년에서 1935년까지 70년 동안이다. 아서 코넌 도일 경우 알맞은 시대에 태어난 알맞은 사람이다.”(406쪽)


 

사실 이 책 속에 들어 있는 서양 고전 가운데 내가 알고 있는 작가와 책은 스무 권도 채 되지 않는다. 더욱이 어떤 책이 유희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 고전인지, 어떤 고전이 그 시대의 영웅들에 대한 괴담을 밝혀 놓은 고전인지, 사랑과 현자들의 말씀을 담고 있는 고전은 또 어떤 것들인지, 마법과 동화 속 상상의 인물들을 그려 놓은 고전은 또 어떤 책인지 좀체 감을 잡기가 어려울 뿐이다.

 

그렇지만 더다의 이 책은 그런 어려움들을 단번에 풀어준다. 이 책을 따라 읽어나가면 그런 분류쯤은 자연스럽게 해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더다의 관점이긴 하겠지만, 그렇더라도 서양 고전에 문외한인 나에게는 그의 해설이 더없이 반갑고 그의 고전 해설이 지루하지 않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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