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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에서 찾은 복음
마틴 로이드 존스 지음, 안보현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14년 10월
평점 :
구약성경에 복음이 있을까요? ‘없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구약성경은 오직 율법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말예요. 하지만 구약성경 자체가 은혜의 복음입니다. 구약성경의 창세기부터 말라기까지 그 중심에 인간의 죄로 인한 타락과 하나님의 심판 그리고 하나님의 긍휼과 사랑을 끊임없이 보여주기 때문이죠.
“회심을 체험한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이전과 다른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의 옛사람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습니다. 그는 자기 위에 표징을 얻게 되었고 새 생명을 갖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강하게 믿던 야곱, 그 야곱이 사라지고 하나님을 의지하는 불구의 야곱, 이스라엘이 ‘다리를 절뚝거립니다.’ 그것이 마지막 특징입니다.”(81쪽)
마틴 로이즈 존스의 〈구약에서 찾은 복음〉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야곱이 홀로 남아 씨름하던 사건’(창32:24)을 토대로 야곱의 ‘회심’에 비춰 설교한 것입니다. 야곱은 그 전에도 부모의 종교적인 형식을 갖추고 있었고, 벧엘에서 하나님을 만나 ‘흥정’한 일도 있었고, 어려울 때 도움을 청한 기도를 드렸지만, 브니엘의 체험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회심 사건이라고 설명하죠. ‘강렬한 개인적인 체험’, 하나님과 인격적인 만남의 체험, 영원한 변화가 뒤따르는 체험 말입니다.
“우리가 제삼자의 자세로 성경을 조사하는 단순한 조사원이나 검사관이라면, 절대 성경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호기심이나 불러일으키는 분 정도로 하나님을 생각한다면, 우리가 사색하고 추측해 볼 수 있는 분 정도로 생각한다면, 계속 그 분을 연구하고 조사해 보십시오. 그러나 진노 말고는 하나님에 대해 절대 알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여러분은 그 분의 생명 밖에 있게 될 것입니다.” (110쪽)
모세의 ‘떨기나무 사건’(출3:3-5)에 관한 설교로서, 하나님의 계시는 인간의 지식을 동원하여 관찰하거나 분석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복음은 곧 계시의 차원이고, 모든 계시는 기이하고 놀라운 사건일 수밖에 없고, 계시는 궁극적으로 하나님을 만나는 통로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계시를 드러내는 떨기나무와 같은 사건 앞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발에서 신을 벗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하죠.
“인간은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피조물이 아닙니다. 자기 일을 알아서 처리할 수 있는 자치적 피조물이 아닙니다. 인간은 하나님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예루살렘 성이 하나님에 의해 지어진 것처럼 오래 전에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어진 존재입니다. 인간은 하나님에 의해 그리고 하나님을 위해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본성의 법에 순종할 때, 존재의 법에 순종할 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408쪽)
구약의 이사야서를 토대로 하나님께서 앗수르 군대가 쳐들어 올 때 ‘유다 백성들의 눈을 벗겨 준 사건’(사22:8-14)을 설교한 것입니다. 그 당시에 예루살렘 성벽은 앗수르 군대가 쳐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금이 갈라져 있었는데, 그것은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 그 백성들의 교만과 탐욕이라는 영적 이기심의 산물이 빚어낸 총체라고 진단하죠.
그런데 그들은 금과 구멍들을 자기 가옥을 헐고 그 돌로 성벽 곳곳을 수축코자 했다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교육과 철학과 경제력과 정치력과 군사력으로 메우려는 것과 같다는 것이죠. 하지만 그것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들의 영적인 실체를 직시하지 않는 것이요, 결국 최후 운명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금과 구멍을 보여준 것 자체가 하나님의 계시로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인간의 본성이 회복될 수 있다는 복음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이 책에 실린 설교문은 마틴 로이드 존스 목사가 남웨일즈 아베라본의 '샌드필즈'에서 목회하던 기간에 전한 것들입니다. 이 책에 따르면, 그가 웨스트민스터 채플에서 전한 구약의 본문은 430개로 비율이 약간 낮긴 하지만, 아베라본에서 사역할 때의 구약 본문은 4분의 3이나 되었다고 하죠.
그토록 그가 구약성경 본문을 폭넓게 설교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구약성경을 통해 드러낸 하나님의 계시에 관심을 뒀던 까닭이죠. 인간의 타락으로 얼룩진 죄와 하나님의 심판을 드러내며, 그렇기에 인간의 타락한 본성을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과 그 은혜를 나타내고자 하는 것 말입니다. 한 마디로 복음 설교를 전하고자 하는 열망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메시지는 모든 설교자들이 깊이 새겨야 할 것입니다.
“복음 설교는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인으로 만들어 줄 무언가를 하라고 호소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그들을 그리스도인으로 만들어주시기 위해 무엇을 행하셨으며 무엇을 행하실지 그들에게 공표하고 선포하는 것입니다.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와 놀라운 사랑의 결과입니다. 이것이 기독교 복음의 진수입니다.”(88쪽)
복음 설교는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인으로 만들어 줄 무언가를 하라고 호소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그들을 그리스도인으로 만들어주시기 위해 무엇을 행하셨으며 무엇을 행하실지 그들에게 공표하고 선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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