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드라곤의 기적 - 행복한 고용을 위한 성장 몬드라곤 시리즈 2
김성오 지음 / 역사비평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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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가 무척 코믹스럽다. 그렇다고 리얼리티가 없는 게 아니다. 흡인력이 강한 이유는 실제상황을 보여주는 까닭이다. 천하그룹이 본부장을 내세워 적자에 허덕이는 천하메디 공장을 폐쇄하고, 해고 노동자들이 투쟁을 벌이고, 경찰의 비호를 받고 공장안으로 투입된 용역업체 직원들의 모습이 실제를 방불케 한다.

앞으로 그걸 풀어가는 과정은 어떻게 될까? 드라마 전개상 천하그룹이 언론의 포화를 맞고 사원 유방과 공장장은 신제품을 개발하여 기사회생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지 않을까. 그리하여 유방은 부사장직에 초고속 승진하고, 공장장은 다른 자리에 앉는 반전 말이다. 헌데 실제 기업경영에서는 드라마처럼 정리되지 않는다. 그룹대표와 이사회의 안건대로 밀어붙이는 게 기업의 생리인 까닭이다.
만약 적자 계열사에 대한 처리 해법을 노동자들에게 부여한다면 어떻게 될까? 드라마에서는 퇴직금과 세 달치 월급을 주겠다는 본부장 말에 몇 몇 노조원들이 투쟁을 포기했다. 그런데 노조원들이 퇴직금과 밀린 월급을 출자금으로 내서 회사를 인수하여 되살려낼 수 있는 길은 없을까? 굳이 적자 계열사를 따지지 않더라도 잘 나가는 회사를 노동자들이 경영하면 안 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경영할 수 있다.' 노동자들은 전문 경영인을 선임하여 경영진을 짜고 그들을 관리·감독하기만 하면 된다. 기술적으로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궁금한 게 있으면 외부의 경영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면 된다. 조언해 줄 사람은 많다. 하다 못해 몬드라곤 사람들한테 물어봐도 된다."(246쪽)
이는 김성오의 〈몬드라곤의 기적〉(2012·역사비평사)에 나오는 이야기로서, 노동자들이 소유하고 경영하는 몬드라곤의 실례를 들어, 한국의 기업가운데 노사관계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타협과 대화를 가장 잘 시도하고 있다는 현대자동차를 비교 분석하면서 내 놓은 사안이다. 가상의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현대자동차 노조원들도 충분히 기업경영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성오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5년간 '노동자기업인수지원센터'의 대표로 일하며 부도 기업의 노동자 인수를 자문했던 이다. 그는 노동자들의 기업경영과 참여야말로 우리나라가 보편적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확신하고 있다. 그것만이 질 좋은 고용을 위한 참된 성장의 길이라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해 얻게 되는 효율성이 있을까? 그가 하는 말에 따르면, 상명하복의 조직문화에서 민주적 조직문화로 바뀔 수 있고, 재벌 2세들의 기업승계를 위한 비자금 불법상속도 사라질 가능성이 크고, 노사간의 단체협상도 필요하지 않기에 노동생산성은 훨씬 향상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물론 약점도 있다고 한다. 가장 큰 약점은 의사결정과정이 길고 복잡해 질 수 있고, 노동자들이 일하랴 경영공부하랴 정신없이 바쁠 수 있다는 점이다. 혹시라도 노동자 내부에서 갈등이 벌어진다면 기업을 인수하기 이전보다 훨씬 더 큰 난제에 봉착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난제를 감수하고서라도 5만여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직접 경영에 참여한다면 어떤 유익이 있을까? 그는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고서도 기업의 성장 몫만큼 1만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세워나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만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고, 신규 고용창출에서도 대주주들보다 월등하게 앞설 수 있다고 내다보는 것이다.
"몬드라곤의 원칙과 가치는 200여 년 지속되어온 협동조합운동의 일반 원칙, 특히 노동자생산협동조합의 원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몬드라곤은 단지 그 원칙을 고수하는 데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출범 이후 50여 년 넘는 기간 동안 몬드라곤은 자신만의 독특한 원칙과 가치를 발전시켜왔던 것이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유럽 전역이, 그리고 199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양극화의 심화와 고용 악화라는 공동의 문제를 떠안게 되면서 몬드라곤은 이 문제의 해결에 집중했다. 몬드라곤 노동자들은 자기들의 이익을 중심에 두지 않고 언제나 미래의 조합원들을 중시하는 희생과 헌신의 태도를 보여주었다."(109쪽)
바로 이것이 1940년대 초반 스페인의 작은 도시에서 호세 마리아 아리스멘디아리에타 신부에 의해 소규모 노동자생산협동조합으로 시작하여 현재는 해외에까지 생산 공장을 갖추고, 유통과 지식과 교육부문까지 포괄하는 기업집단으로 발전한 몬드라곤의 기업 이념인 것이다. 그만큼 몬드라곤은 여러 위기와 개혁의 여파 속에서도 그 원칙을 지켜냈다는 것이다.
이 책은 20년 전에 출간되었고 이번에 개정판으로 나온 〈몬드라곤에서 배우자〉의 연속선상에서 출간한 것으로,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몬드라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도 여전히 협동조합의 원칙과 이념을 지켜내고 있는 비결을 담아내고 있고, 한국에서도 더 큰 경제발전과 공정한 부의 분배가 가능한지를 모색한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도 나온 바 있듯이, 몬드라곤 신화의 중심에는 1940년대의 호세 신부가 자리하고 있다면 1960년대 한국의 원주에는 박정희 유신독재에 저항해 수감되었다가 출감한 지학순 신부와 장일순 생명사상가가 있다는 점이다. 그들 두 사람이 밑바탕 되어, 현재 원주는 협동과 연대의 원리에 의한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가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보편적 복지국가를 꿈꾸고 있다. 진정 그 방향을 원한다면 노동자들이 기업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길로 나가야 하지 않을까? 그건 좌파의 관점이기 이전에 행복한 고용과 참된 성장을 위한 선지자적인 관점일 것이다. 그것이 세계 모든 기업들이 방문하고 또 본받으려고 애쓰는 몬드라곤이 우리사회에 던지는 화두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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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하라 - 황광우와 함께 읽는 동서양 인문고전 40
황광우 지음 / 생각정원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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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점점 존재 자체가 가벼워지고 있다. 지식도, 정보도, 문화도 인터넷과 스마트폰 하나로 가볍게 해결한다. 고전 중의 고전으로 불리는 성경도 점점 더 스마트하게 읽힌다. 세상에 비난을 받을지언정 제 욕망에 따라 철새처럼 가볍게 날라 다닌다. 시대변화에 잘 대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얄팍함만 난무한다면 결국은 그 존재 자체를 가볍게 하고 만다.

세월이 흘러도 묵직한 고전이 빛나는 이유도 그것이다. 고전은 스스로 남다른 혜안을 제시하지만 모두가 보편적인 가치를 제공한다. 비록 동양과 서양고전이 다른 견해차를 보일지라도 그 근본은 인류의 역사와 자유와 평등과 정의와 도덕을 떠받치는 주춧돌과 같다. 그것이 버티고 서 있는 한 그 어떤 외투를 갈아입어도 결코 가볍게 보이지 않는다.

요즘처럼 경제가 암울한 때에도 고전은 귀한 버팀목이 된다. 작금의 경제는 단순한 경제논리가 아니라 정치논리에 따라 움직인다. 그에 춤추듯 소인배들은 정권의 시녀역할을 자처하며 불나방 춤을 춘다. 하지만 진정으로 존경받는 인물은 어떤 상황에서도 가볍게 움직이지 않는 군자의 모습이다. 난세에 난 영웅들과 혁명가들은 모두 그 속에서 배태된 인물들이다. 그들에게 고난은 또 다른 세상을 꿈꾸게 한 디딤돌이었다.

황광우의 〈철학하라〉는 고전의 깊이를 통해 존재의 무거움을 다시금 생각토록 하는 책이다. 불확실성이 판을 치는 시대에 진정으로 흔들리지 않고 깊은 안목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혜안은 고전을 통해 스스로 사유하는 길 밖에 없다는 뜻이다. 돈과 명예와 권력의 노리개 감으로 전락하는 소인배들이 들끓는 시대에 진정한 군자의 길이 무엇인지 깨닫도록 일깨워 준다.

"사람들은 권위를 숭배하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위대한 사상가들이 뱉어 놓은 말을 쉽게 믿어 버린다. 그런데 '모든 이론은 회색이며 푸르른 것은 저 영원한 생명의 나무'라는 말처럼 현실은 끊임없이 이론의 변화를 요구한다.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길 싫어하는 사람은 훌륭한 신앙인은 될 수 있어도 세계를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는 주체적인 인간은 될 수 없다."(서문)

바로 이것이 그가 동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스스로 철학하고 사유하기를 바라는 이유다. 아무리 위대한 소크라테스와 공자와 석가모니가 한 말이라도 각 개인 스스로가 그 말을 되짚어보고 곱씹어 보지 않는 한 그들의 삶을 몸소 체득하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말이 힘이 있는 이유는 단순한 공기의 진동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삶을 변화시키는데 있는 까닭이다. 그걸 위해 독자들 스스로가 동서양 고전으로 철학하고 사유하길 원하는 것이다.

황광우는 이 책에서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했을까? 그는 우선 이 책을 통해 동서양 고전 40선을 선정하여, 동양편에서는 자아와 정체성에 관한 심연을 드러내고, 서양편에서는 정치·경제·철학·심리·법·과학 등 외부세계에 대한 지평을 넓혀준다. 물론 초보자들도 각각의 고전에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각 장마다 개괄적인 안내를 빠트리지 않고 있다. 나 같은 고전에 대한 초짜들에게도 매우 유익한 부분이 그것이다.

"어떤 나라도 영원히 강할 수 없고, 또 영원히 약할 수도 없다. 강함과 약함은 그 나라의 법을 받드는 자에게 달려 있다. 그가 강하고 곧으면 그 나라는 강해지지만 그 사람이 그렇지 못하여 법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못하면 그 나라는 약해진다. 《한비자》〈유도(有度〉"(168쪽)

이는 강력한 지도자가 강대한 나라를 만들기를 원했던 한비자(韓非子)의 원문을 직접 인용한 글귀다. 한비자는 왕의 권력이 하늘에서 부여한 것도 아니고, 그가 군자라서 주어진 것도 아니라, 단지 '왕의 자리'에 있기 때문에 왕권을 쥔 이라고 내다본 이였다고 한다. 그는 왕에게 필요한 것은 포괄적인 법치로 나라를 다스리는 것, 다시 말해 누가 봐도 명확하고 분명한 법 적용을 행사하는 지도자란 뜻이다. 그런데 그걸 요구한 한비자에게 진시황은 죄를 묻고 사약을 보내 자살케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흐름이 대명천지 21세기에도 비슷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이 책을 쓴 황광우도 실은 1980년대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을 하다 옥살이한 인물이었으니, 그 어찌 한비자의 원문을 읽으며 땅을 치고 하늘을 향해 분노하지 않았으랴? 하지만 옥중에서 고전과 씨름하고 성경으로 사색한 고뇌의 편린(片鱗)들은 그의 존재감을 더 무겁게 드러내게 한 주춧돌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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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탁샘 - 탁동철 선생과 아이들의 산골 학교 이야기
탁동철 지음 / 양철북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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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분교였다가 지금은 폐교가 된 백련초등학교. 그곳은 어린 시절 내가 배우고 자란 초등학교였다. 지금은 학교 운동장도 좁디 좁은 논밭과 같지만 그때는 월드컵 운동장만큼이나 컸다. 체육대회 때가 되면 왜 그렇게 운동장이 길던지, 이어달리기를 해도 좀체 끝나지 않았고, 기마전을 해도 적벽대전을 방불케 하는 광활한 대지였다.

그곳에서 함께 배운 아이들 이름이 떠오른다. 기현이, 상운이, 행용이, 성수, 길배, 인갑이, 치권이. 또 정순이, 영금이. 다들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모르지만, 모두들 그 운동장에서 배우고 자랐다. 학교 운동장 아래는 논두렁길이 나 있었고, 학교 옆 동산에는 대낮에도 무서운 묘지와 비석들이 서 있었다.

백련초등학교에서 잊지 못할 게 있다면 우리들을 동무처럼 대해 준 선생님들이지 않을까? 그 중에서도 내게 또렷하게 기억 속에 남는 선생님 한 분이 있다. 문성화 선생님이 바로 그 분이다. 그 분은 무척이나 잘 생겼다. 미남형이라 여학생들에게는 인기 짱이었다. 나도 그 분이 잘 생겨 내심 질투심도 났지만 내 노래 솜씨하나만큼은 인정해 주셨다. 더욱이 꾀꼬리처럼 목소리도 좋고 얼굴도 예쁜 혜련이 누나와 함께 학교를 대표해서 듀엣으로 졸업식을 부르게 한 건 더 가슴에 남는 추억이다.

탁동철 선생님과 아이들의 산골학교 이야기 묶음집인 〈달려라, 탁샘〉(양철북 펴냄)도 어릴 적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책이다. 그 선생님은 아버지가 졸업한 학교를 다녔고, 이제는 그 모교에서 아들딸들과 함께 공부하고 씨름하고, 산과 들판을 누비고, 운동장 구석에 작은 논도 만들어 모도 심고, 심지어 닭장도 짓고 토끼도 키우며 아이들과 동무가 되어 살고 있다.

"손바닥만 한 논에서 하는 모심기지만 흉내는 다 낸다. 작대기 두 개에 끈을 묶어 만든 못줄을 두 아이가 양쪽에서 잡아 줄을 맞추고, 다른 아이들은 허리 숙여 모를 심었다. 교장 선생님이 보시고는 거 되지도 않을 걸 뭣하러 하냐고 했다. '안 되어도 좋아요. 살아 있는 모를 구경만 해도 그게 어디에요.' 5학년 아름이는 벌써 '선생님, 우리 나중에 이걸로 떡 해 먹어요.' 한다. 논두렁을 만들고 콩도 심었다. 일기장을 보니 모를 심는 날이 5월 31일이었다."(67쪽)

농촌에서 자란 아이들은 알고 있다. 어린 시절에 가장 바쁠 때가 모내기를 할 때라는 것 말이다. 경운기가 나오지 않던 그 시절에 나도 손모내기를 직접 했다. 그때만 되면 아이들이 학교를 빼 먹고 부모님들을 도와 직접 모내기를 도와야만 했다. 물론 힘이야 들지만 학교를 빼 먹는다는 건 그 시절엔 재미난 일이었다. 더욱이 배불리 먹었던 모내기 밥은 잊지 못할 추억이다.

그런데 탁동철 선생님은 거기에다 한 술 더 뜨는 것 같다. 이 책을 보니 모내기 할 때 학교에 나오지 않는 녀석이 있으면, 오전 수업을 마치고 오후엔 다른 아이들과 함께 그 녀석의 논으로 모내기를 직접 하러 가니 말이다. 아이들과 함께 줄을 띄우고 한 줄에 한 뼘씩 모를 심는 모습은 흡사 이웃집 아저씨의 품앗이 하는 모습일터다. 물론 선생님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들과 정겨운 동무로 어울린다.

탁동철 선생님이 머문 학교들은 명문이거나 도심에 있는 초등학교가 아니다. 누구나가 생각할 수 있는 그 흔한 시골 초등학교다. 가난하고, 배운 게 덜하고, 자주 싸움을 하는 그런 아이들이 자라는 학교다. 탁동철 선생님은 그 속에 공부하다 삐친 아이와 싸우기도 하고, 연극을 해서 아이들 잘못을 돌이켜보게 하고, 또 학교 급식문제에 관해서는 아이들과 함께 토론하며 길을 찾기도 한다.

요즘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하나만 낳아서 기른다. 교육비가 그만큼 만만치 않는 탓이다. 그런데 시골도 그런 흐름을 타고 있으니, 그 많던 시골 학교들이 다들 폐교가 될지 모른다. 이 책에서 '닭장'이란 시를 쓴 차정현이랑 '메뚜기 선수'를 쓴 다솔이, '거름 나르는 아저씨'를 쓴 유정이, '잡탕 떡볶이'를 슨 희영이도 먼 훗날 자기들이 배우고 자란 '오색초등학교'랑 '공수전분교'랑 '상평초등학교'를 바라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어쩌면 나 어릴 적 배우고 자랐던 백련초등학교처럼 녀석들도 그런 감회를 떠올리지 않을까? 왜 그 시절에 그토록 코피 터지며 친구들과 싸워댔는지, 왜 그토록 여학생들을 못살게 굴었는지, 왜 그토록 친구 물건을 탐하며 살았는지 말이다. 무엇보다도 그곳에서 함께 뒹굴며 자기 삶을 나누어 준 멋진 탁동철 선생님을 사무치도록 떠올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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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머 랜드 - 학교에서 절대로 가르쳐 주지 않는 영문법
M. L. 네즈빗 지음, 하정임 옮김, 조현정 그림 / 다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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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새로 시작할 즈음 친구가 집에 놀러왔다. 녀석은 대뜸 초등학교 6학년생인 자기 딸이 수학 100점을 맞았다고 자랑했다. 그 비결이 뭐냐고 물어봤을 때 자기 아내가 딸 아이를 직접 지도했다고 했다. 나는 그의 아내가 학원 강사를 해도 되겠다고 격려했다. 100% 인증을 받은 셈이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힘든 초등학교 고학년 수학을 누가 직접 가르칠 수 있으랴?

대신 녀석은 딸아이 영어는 손도 못 댄다고 했다. 그건 친구뿐만 아니라 그의 아내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친구와 친구 부인은 이과는 따라 갈 수 있지만 문과는 젬병이라고 했다. 영어는 더더욱 그런다고 했다. 하여 앞으로 어느 학원에 보내야 할지, 어떻게 영어를 가르쳐야 할지 완전 난감하다고 했다.

이때다 싶어 내가 반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영어는 그냥 영어동화책을 술술 읽어나가면 실력이 늘어난다고 했다. 옛날 대학시절 히브리어를 배울 때도 노래를 따라 배운 적이 있고, 그 즈음 영어공부도 팝송을 틀어 놓고 따라 불렀는데, 그게 어느 순간 말이 된다는 걸 느꼈다. 내가 자랑하는 걸 약간 비꼽게 듣더니만, 녀석은 정작 교재는 뭘로 해야 하냐고 따져 물었다. 사실 초등학교 영어 교재는 오십보백보이지 않던가?

그러나 M.L.네즈빗의 〈그래머 랜드〉는 다르다. 초등학생들이 손에 들고 읽어만 나가도 술술 풀리는 영문법 책이다. 이른바 9품사에 관한 이치를 판사와 그 신하들로 구성된 재판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 쓴 책이다. 일반적으로는 영어의 품사가 8품사이지만 여기에서는 관사를 품사에 포함시켜 9품사로 이야기하고 있다.

지구본에서 찾을 수 없는 나라 '그래머 랜드'(Grammer Land)는 그 어떤 요청 여왕보다도 강력한 권력을 지향하는 그래머 판사가 있고, 왕 뿐만 아니라 황제까지도 그 판사의 법을 따라야 하나는 가상의 나라다. 그 판사는 그래머 랜드 전체를 소유하고 있고, 자신의 단어를 아홉 명의 추종자들에게 나눠줬는데, 그들을 바로 9품사로 부르는 것이다.

9품사는 각기 재미난 친구로서 부유한 명사 씨, 명사 씨의 친구 대명사 씨, 누더기를 걸친 꼬마 관사, 수다스러운 형용사 씨, 늘 분주한 동사 박사와 부사, 생기 넘치는 전치사, 편리한 접속사, 가장 독특한 감탄사 등이 그들이다. 그들 가운데 몇 몇이 다른 품사들보다 더 많은 단어를 갖게 되면서 싸움이 벌어졌고, 그래머 판사는 그들이 서로 납득하여 화해할 수 있도록 재판을 진행해 나간다.

그 재판 내용은 이런 것이다. 명사 love, grace, beauty, use, home, duty에다 각각 lovely, graceful, beautifu, useful, homely, dutiful처럼 명사 끝에 형용사 어미를 덧붙인 걸 두고, 부유한 명사 씨가 수다스런 형용사 씨를 절도죄로 그래머 판사에게 고소한 사건이 그것이다.

졸지에 두 손이 꽁꽁 묶인 형용사 씨가 이번에는 명사 씨를 상대로 고발한다. 그 내용은 또 무엇인가? 절도죄로 형용사 씨를 고소한 명사 씨도 알고 보니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형용사를 가지고 명사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는 게 그것이다. happiness, prettiness, silliness, cleverness 등, ness로 끝나는 것들이 실은 모두 형용사에서 차용한 단어라는 점이다.

그래머 판사는 이 고소 고발 사건을 어떻게 처리해 나갈까? 그는 구문분석 변호사와 비평가라는 경찰들과 현실세계의 독자를 칭하는 '스쿨룸셔'(Schoolroom-shire)의 친구들을 각기 불러들여 토론을 벌인다. 그리하여 형용사 씨의 절도죄는 성립이 안 된다고 판결을 한다. 왜냐하면 명사 씨도 형용사 씨의 것들을 임의로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니 둘이 관대하게 지낼 것을 당부하고 법정 진술을 마무리 짓는다.

물론 이 모든 과정 속에 많은 단어들도 나오고 각 장의 마지막에 문제도 나오지만, 스토리 위주로 따라가면 무척이나 재미를 읽을 수 있다. 마치 동화책을 읽듯 손에 놓기가 싫을 정도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보다 조금 늦게 출간되어 140년 동안이나 영미권에서 꾸준히 사랑을 받았다는 이 책은, 겨울방학이 얼마 남지 않는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에게도 가장 좋은 영문법 친구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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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도스또예프스끼의 삶과 예술을 찾아서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도스또예프스끼의 삶과 예술을 찾아서

이병훈 (지은이) | 문학동네 | 2012-01-06

도스또예프스끼, 그는 19세기 러시아의 위대한 작가이자 인간의 정신세계를 가장 신랄하게 파헤친 잔인한 천재지만

우리 집 책장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켜켜이 먼지 쌓인 낡은 이름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구석에 처박힌 그 이름을 환생시킬 수 있을까?”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는 이런 질문에서 시작됐다.

이 책은 독자들을 도스또예프스끼의 생애, 작품, 예술 세계로 인도하는 안내서이다.

『모스끄바가 사랑한 예술가들』 『백야의 뻬쩨르부르그에서』를 통해 러시아의 대표적인 도시와

그 안에서 탄생한 찬란한 문화예술의 발자취를 폭넓게 다루었던 저자 이병훈이,

이번에는 시공을 초월한 대문호의 연대기를 축으로 그가 살아간 시대와 공간

그리고 그가 남긴 작품과 사상의 향연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세밀하게 복원해냈다.

저자가 모스끄바 국립대학 재학 시절 도스또예프스끼 세미나에 참여하면서부터 모아온 방대한 자료와 더불어,

2009년과 2010년 여름, 도스또예프스끼가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낸 모스끄바, 대부분의 작품 활동을 전개한 뻬쩨르부르그,

10년간의 시베리아 유형 중 4년간 감옥살이를 한 옴스끄,

말년에 가족과 전원생활을 즐긴 스따라야 루사 등을 직접 돌아보면서 취재한 기록으로 현장감과 입체감을 더했다.

원문에 보다 충실하게 새로 번역한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과 편지글, 주변 사람들의 회상기 등

풍부한 예문과 다양한 현장 사진 및 자료 도판을 담아,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을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독자들 또한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도스또예프스끼의 가족사와 유년 시절을 알아볼 수 있는 동생 안드레이의 회상록,

공병학교 시절 모습을 짐작케 하는 친구 뜨루또프스끼의 회상기, 일부 『작가의 일기』,

저명한 도스또예프스끼 연구가 L. 그로스만의 기록 등 그간 국내에서 접할 기회가 없었던 자료들을 처음 우리말로 소개했다.


따라서 이 책은 기존에 번역, 출간된 몇몇 평전이 가진 관점의 한계를 넘어

인간 도스또예프스끼의 삶의 여정을 가능한 다양한 사람들의 기록과 증언에 따라 복원하는 충실한 전기이자,

그가 러시아 곳곳에 남긴 흔적을 따라가는 생생한 여행기, 동시에 작가 도스또예프스끼의 문학과 예술론을 개괄하는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도스또예프스끼를 찾아 나선 길에서
그가 절망의 시대에 던지는 구원의 메시지를 발견하다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라는 제목은 장편소설 『백치』의 주인공 미쉬낀 공작이 반복하는 말로,

도스또예프스끼의 예술관을 응축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아름다움’이란 외형적이고 정형화된 것이 아니라

‘선한 정신’에 의해서만 윤리적 의미를 획득할 수 있는 불완전한 상태이다.

“도스또예프스끼는 지상의 아름다움을 선과 악의 경계선 위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았다.

그 무정형의 아름다움은 선한 정신에 의해 평정을 되찾을 때만 세상에 구원의 빛을 선사할 수 있”다.


저자는 이렇듯 도스또예프스끼의 여러 작품을 통해 그가 우리 시대에 던지는 구원의 메시지를 탐색한다.

그것은 죽은 지 130년이 지난 이역만리의 작가를 21세기 대한민국을 사는 우리가

왜 다시 주목해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특히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꼴리니꼬프는 저자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청년 시절, 산산이 부서졌다 다시 태어나는 라스꼴리니꼬프를 보며 삶의 고비를 넘긴 저자는

“우리 누구에게나 라스꼴리니꼬프―갈라놓다, 분리하다, 분리주의자라는 뜻이 있다―적인 측면이 있다.

자기 안의 라스꼴리니꼬프를 직시해야만 현대인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육체와 정신, 자기와 타자, 개인과 사회, 이상과 현실, 삶과 생존의 뿌리 깊은 ‘분리’를 극복하고

다시금 순수한 생의 에너지를 회복할 열쇠가 도스또예프스끼 작품 속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책장 구석에 방치된 도스또예프스끼를 펼쳐 들 때이다.

그 깊고 넓은 우주로 나아가기 전에 든든한 사전 지식을 제공하고 훌륭한 동기 부여가 되어줄 이 책과 함께

새해 목표로 도스또예프스끼 작품 읽기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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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두 달 동안 도스토예프스키 읽기를 했습니다.

이 책이 먼저 나와 읽은 후였다면 훨씬 많은 분이 참여하셨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만

이제라도 이 책을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가운 마음입니다.

더구나 저자인 이병훈 님은 이전에 펴낸 두 권의 러시아 문화예술기행을 읽어본 분이라면

분명 좋아하실 분이십니다.

책세이 도서로 추천하신 파니핑크 님과

지난 두 달동안 도스토예프스키에 참여하신 분들에게 우선 기회 드립니다.

우선 기회를 드리는 이유는 어떤 카테고리든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는

회원님들에게 카페 매니저로서 작은 것이나마 혜택을 드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입니다.

이런 식의 혜택은 기회가 생길 때마다 앞으로도 계속 있을 예정입니다.

신입과 오피니언에 상관 없이

카페 활동에 관심을 보여주시는 분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스크랩해주시고, 읽고 싶은 이유를 댓글로 달아주세요.

신입 회원이 안 되는 것은 아니나 카페에 책세이가 3편 이상 올라와 있어야 합니다.

선착순은 아닙니다. 신청 마감은 8일이고 책은 9일 발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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