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으로 분석한 춘추전국의 제자백가
신동준 지음 / 인간사랑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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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는 선진(先秦) 시대로 불린다. 선진 시대는 진시황이 중국 천하를 통일(B.C221)하기 까지를 이름이다. 즉 춘추시대 (B.C.771~B.C.453)와 전국시대 (B.C.453~B.C.221)를 아울러 춘추전국시대 (B.C.771~B.C.221)라 한다.

이 550년간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최고의 난세에 해당한다. 거의 모든 종류의 치국평천하 방략이 등장했다. 이른바 제자백가의 백가쟁명이다.

 

지은이 신동준 선생은 백가쟁명의 주요 사상가 14인과 그 책을 한 권으로 정리했다. 주요 목차는 아래와 같다.

 

제1부 호리지성을 적극 활용하라 – 상가商家
- 관중과 『관자』
- 상가와 『화식열전』

 

제2부 극기복례로 천하에 임하라 – 유가儒家
- 공구와 『논어』
- 순경과 『순자』

 

제3부 겸애교리로 공존을 꾀하라 – 묵가墨家
- 묵적과 『묵자』
- 맹가와 『맹자』

 

제4부 무위자연의 자유를 즐겨라 – 도가道家
- 노담과 『노자』
- 장주와 『장자』

 

제5부 엄법으로 천하를 평정하라 – 법가法家
- 상앙과 『상군서』
- 한비와 『한비자』

 

제6부 지피지기로 승리를 취하라 – 병가兵儒
- 손무와 『손자병법』
- 오기와 『오자병법』

 

제7부 상대의 속마음을 공략하라 – 세가說家
- 세가와 『귀곡자』
- 소진과 『전국책』

 

책 내용도 내용이려니와 선생의 필력이 만만치 않아서 읽는 재미가 그만이다. 1600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 금세 동난다. 그간 접해 왔던 제자백가의 주요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데 이만한 책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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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3일 올해 만부커상 Longlist 후보작 13선이 발표되었다. 그간 만부커상은 영연방과 아일랜드출신 작가들에게 시상되었지만, 작년부터는 미국 작가도 대상에 포함되었다. 2013년 수상자는 미국 작가 Lydia Davis.

최종 수상작은 올 10월 14일 발표 예정

 

1. Joshua Ferris (US) – To Rise Again at a Decent Hour
2. Richard Flanagan (Australia) – The Narrow Road to the Deep North
3. Karen Joy Fowler (US) – We Are All Completely Beside Ourselves
4. Siri Hustvedt (US) – The Blazing World
5. Howard Jacobson (Britain) – J
6. Paul Kingsnorth (Britain) – The Wake
7. David Mitchell (Britain) – The Bone Clocks
8. Neel Mukherjee (Britain) – The Lives of Others
9. David Nicholls (Britain) – Us
10. Joseph O'Neill (Ireland) – The Dog
11. Richard Powers (US) – Orfeo
12. Ali Smith (Britain) – How to Be Both
13. Niall Williams (Ireland) – History of the 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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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퓨징 - 분노 해소의 기술
조셉 슈랜드 & 리 디바인 지음, 서영조 옮김 / 더퀘스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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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분노란 무엇일까? 저자에 따르면 분노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때로는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생겨난 감정”이다. 태고의 인류에게 정교한 분노반응은 생존에 도움이 되었다. 분노가 가하는 위협은 영역을 지키고 먹이를 다투는 과정에서 다른 경쟁자들과 포식자들의 접근을 막아주었다.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원시적 충동은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 지금의 우리에게는 태고적 인류가 했던 방식과 반대로 분노를 직설적으로 표출하기보다 분노를 적절하게 다스리고 감정의 안정을 유지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래야 생존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분노가 생기는 상황을 파악하고 분노가 발생하면 그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분노를 다스리고 다른 사람들의 분노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분노를 ‘느끼는’ 데에서 분노에 대해 ‘생각하는’ 것으로 관점을 옮김으로써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디퓨징(Defusing)이다.

저자 조셉 슈랜드 박사는 하버드의대 정신과 교수로 있다. 공저자 리 디바인은 의학 전문 저널리스트로 이전에 슈랜드 박사와 《스트레스 사용설명서》를 공동 집필한 바 있다.

슈랜드 박사에 따르면 우리를 화나게 하는 상황에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가 있다.

1. 자산 : 음식, 돈, 유형의 재화들

2. 영역 : 주거지, 가정, 공동체, 지역사회, 직장, 안전, 평안

3. 관계 : 가족, 친구, 우정, 직장 동료

우리가 화가 나는 상황을 인지하고 분노 감정을 표출하는 데는 뇌 활동이 중요하다. 우리의정서 기억을 관장하는 변연계는 좌우로 편도체를 거느리고 있다. 일명 파충류의 뇌라고도 불리는 이 곳은 화가 나는 상황이 발생하면 과거의 경험을 떠올려 편도체가 활성화된다. 공격당할 것 같으면 몸이 반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 맞받아치거나 도망가거나 둘 중에 하나(대항-회피 반응)를 말이다.

이때 전운동피질(premotor cortex)이 작동한다. 다음 움직임을 시작하는데 도움을 주는 곳이다. 전운동피질이 우리가 어떻게 반응할지를 준비시킨다는 것은 그 자체로 상대방의 다음 움직임을 예측한 데 따른 반응으로, 이런 작용은 전전두엽이 담당한다.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은 변연계가 주도하는 분노 감정을 감시하며 갈등에서 협력으로 나아가도록 분노를 조절하고 변화시켜주는 열쇠다. 우리는 전전두엽을 잘 활용하면 분노를 순한 양처럼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초등학교 2학년 학생 257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에 의하면 화를 느끼는 유형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타났다.

유형 1. 생리적 반응 및 표정이 관리됨
유형 2. 표정만 관리됨

유형 3. 관리 안 됨

유형 4. 반응 없음

유형 5. 말로 표현 못함

 

우리가 본받아야 할 유형은 ‘생리적 반응 및 표정이 관리’되는 1번이다. 이 유형은 전전두엽을 이용하여 분노를 지혜롭게 이기는 타입이다. 저자는 반응이 없는 유형 4번을 진료실에서 상담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살다 보면 분노가 생기는 상황을 어쩔 수 없겠다. 도로 위에서 누군가 난폭하게 끼어들거나, 가게에서 누군가 새치기를 하게 되면 짜증과 분노가 치민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분노를 이해하기 위한 세 단계가 필요하다. 분노를 알아차리고, 질투에 대해 이해하며 의심의 실체를 파악해야 한다. 가령 누군가 끼어들면 기분이 나빠지는 이유도 알고 보면 자신의 운전 영역을 침범한 것에 대한 불쾌감이나 자신의 운전 능력에 도전한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고 권한다. 급히 끼어든 차에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가 타고 있을 수도 있고, 새치기한 사람은 말 못할 급한 사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필요한 것이 공감능력이다.

공감능력은 자신이 화가 나는 상황을 누그러뜨릴 수 있게 도와준다. 분노가 생길 수 있는 상황에서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리게 해 주고, 상대방의 기분과 감정을 이해하게 되면 갈등에서 벗어나 협력의 단계로 상승할 수 있다. 이처럼 이성적인 뇌를 이용하여 분노를 현명하게 해체하고 다스리는 것, 이것이 바로 디퓨징의 핵심이다.

에드워드 윌슨은 인간은 진화하면서 이기적 성향과 이타적 성향 사이에서 복잡하게 균형을 맞추었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경쟁 사회에서 한정된 자산과 자원을 놓고 갈등을 빚기 보다는 더불어 사는 공동체 속에서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이제 ‘명확하게 의사소통하기’를 통해서 상대방을 판단하기 보다는 그의 입장에서 공감하고, 존중해 주자.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잘 다스릴수록 내면의 평화가 찾아오고, 상대의 감정에 깊이 공감할수록 관계의 안정감은 더 커지게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분노를 제대로 인지하고 적절하게 다스릴 수 있는 요령을 습득하고 실천해 나간다면 분명 성공적인 삶을 누리게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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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반전을 이끌어낼 것인가 - 관성과 습관을 1˚비틀어 문제를 해결하는 패러독스 발상법
크리스티안 안코비치 지음, 박정미 옮김 / 리더스북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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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1월 11일 아침 9시가 막 지난 무렵이었다. 당시 상행 스키 열차는 승객 162명을 태우고 휴양지 키츠슈타인호른으로 향하고 있었다. 총길이가 3.3km에 이르는 터널을 5분의 1쯤 통과하는 순간 갑자기 열차가 멈춰 섰다. 맨 마지막 차량의 전기히터에서 불이 난 것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유압장치에서 오일이 사방으로 튀면서 순식간에 다른 차량에까지 불이 옮겨 붙었다. 자 당신이라면 어디로 향할 것인가? 터널 위쪽인가? 아래쪽인가?

 

사망자 150명 대부분은 불을 피하려는 본능적이고 즉각적이었던 반응으로 터널 위쪽으로 향했다. 계속 위로 올라갔던 사람들은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골짜기 측면에서 터널 안으로 공기가 유입되어 불길이 더 거세졌고 터널 안에 있던 독가스가 위쪽으로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터널 아래로 내려갔던 10명은 무사히 생명을 건졌다.

 

저자는 이처럼 평소의 습관대로 행동하는 것을 ‘루틴에 따른다’고 지적한다. 이런 무의식적인 행동은 2001년 9·11 테러 때에도 나타났다. 탈출한 사람 271명을 대상으로 인터뷰했더니 자기 책상을 정리하느라 적게는 1분에서 많게는 8분 가량을 지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는 저자가 소개한 사례를 접하고 마냥 흘려버릴 수는 없었다.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해 있었다면 다르게 행동했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우리 뇌 속에 깊숙이 저장된 루틴은 의식적인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단단히 벼려서 행동한다면 루틴을 극복할 수는 있다. 하지만 호랑이와 맞닥뜨렸거나 건물이 무너지는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심사숙고해서 이성적인 판단으로 모면하고자 한다면 십중팔구 실패할 것이다.

 

인류는 재빠르게 반응하는 행동 습관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을 체득했고, 오랜 기간의 진화 과정에서 DNA에 각인시켜 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반전을 이끌어 낼 것인가?”

 

우리는 하지 말라면 꼭 더 하고 싶어진다. 우리가 음향이 차단된 캄캄한 방에 놓여지거나, 구름 위에 둥둥 떠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매트 위에 누워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한두 번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모든 감각이 사라지거나 환각 등 이상 감각을 느끼게 된다. 왜 그럴까?

 

저자는 인간이 생존하려면 스트레스와 저항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맥락으로 어떤 규제나 슬로건을 보면 그에 순응하기보다는 반대로 자신의 능력과 자율성을 입증하려는 식으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폐업 광고나 절약 슬로건은 고객의 지갑을 열게 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런 전략을 확장해 보면 상대방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싶다면 ‘무시 전략’이 소용이 닿을 데가 있고, 진짜 컨설팅을 받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망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 효과적일 때가 있다. 저자는 관철시키고 싶은 일이 있다면 오히려 그 일을 금지시켜 보라고 조언한다. 금지는 때로 “독려의 채찍이자 유혹의 미끼”가 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나는 금연 캠페인을 돌이켜 본다. 금연 로고가 찍힌 스티커가 이곳저곳에 붙어 있지만 어딘가 식상해 보인다. 대신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흡연, 행운을 빕니다! (Smoking, Good Luck!)”.

 

저자의 주장은 때론 통념에 맞서고 때론 적극 이용하는 '상식과 법칙의 패러독스'다. 이 둘의 균형을 맞추기는 절벽 사이 놓인 줄을 타는 것처럼 아슬아슬한 모험일 수 있겠지만. 아울러 뭔가를 하면서 그것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해리 전략이나, 원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부정 전략이 효과를 발휘할 때도 있다. 일종의 반어법이나 반전이 되겠는데, 우리는 이를 더 강하게 인식할 수 있다.

 

가령 마라톤 선수가 남은 거리를 생각하는 것 보다는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 달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아우슈비츠 같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의 운명과 거리를 둔다는 것은 생존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

 

당신은 어째서 이 구절을 읽고 있나요? 이렇게 줄을 그어놓았는데도 말입니다! 줄을 그어놓았다는 것은 통상적으로 읽지 말라거나 무시하라는 소리지요. 그런데 당신은 어쩌고 있습니까? 그냥 계속 읽고 있네요! 내 말에 관심을 갖지 마십시오. 뭐라고요? 이 구절을 완전히 삭제해버리면 될 것 아니냐고요? 그러니까 나도 당신이 읽기를 바란 것이 아니냐고요? 정말 어이가 없군요!

 

당신이 바로 위의 문장이 던진 유혹에 빠지지 않았다면, 즉 줄을 그어놓은 문장 전체를 읽지 않았다면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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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마음을 살린다 - 행복한 공간을 위한 심리학
에스더 M. 스턴버그 지음, 서영조 옮김, 정재승 감수 / 더퀘스트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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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이나 백화점에는 창문이 없다. 고객의 동선도 상품 진열에 맞추어 빈틈없이 짜 놓았다. 이처럼 공간과 건축이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건축을 탐색하는 학문을 ‘신경건축학’이라고 한다.

 

저자는 정신과 전문의면서 신경건축학을 전공한 에스더 M. 스턴버그다. 그는 책에서 건축과 공간이 인간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힐링과 치유에 이르게 하는 과정을 다양한 사례들을 들어 소개한다.

 

우리가 특정 장소나 공간에 대해 갖는 감정과 기억은 보고, 느끼고, 냄새 맡고 듣는 모든 감각을 거쳐 만들어진다.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자연과 공간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인간은 자연을 개조하거나 공간을 형성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그는 우리의 심신을 지배하는 생물학적 작동 기전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한다. 가령 뇌의 활동과 호르몬의 영향 등에 따라 우리의 감정과 기억이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가 착안한 것은 우리의 심신이 지치고 아플 때 우리의 감정과 기억을 편안히 쉬게 하거나 회복할 수 있는 공간, 즉 치유의 공간은 없을까 하는 것이다.

 

물리적 공간이 치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견해는 약 30년 전(1984) 처음 발표되었다. 이 결과에 의하면 병실 창으로 자연풍경이 내다보일 때 환자들은 더 빨리 회복되었다. 사실 어둡고 비좁은 장소에 사람들로 가득해서 소음이 끊이지 않는 곳에 살고 있다면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친구나 가족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혼자 살아도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스턴버그는 공간과 건축이 인간의 몸과 마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면밀히 파악해서 정서적 건강과 신체적 건강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공간을 짓는 데 투자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가령 소아마비 배신을 개발한 조너스 솔크는 백신 개발이 답보 상태에 빠졌을 때, 홀연히 찾았던 이탈리아의 아시시 마을에서 얻었던 영감을 자신이 세운 솔크 연구소(Salk Institute)에 재현하고자 했다. 이 연구소는 샌디에고에서 태평양을 내려다보는 절벽 위에 세워져 나란히 서 있는 기다란 4층 건물 한 쌍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2001년에 오픈한 메이요 병원의 레슬리 앤드 수전 곤다 빌딩(Leslie and Susan Gonda Building, 사진)을 보자. 로비는 3층 높이의 아트리움으로 되어 있고 한 켠에는 그랜드피아노가 놓여 있다. 천장에는 갈색 유리로 만든 화려한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다. 로비의 벽에는 현대 화가들의 대형 그림이나 벽화가 걸려 있다. 벽 전체를 차지하는 거대한 창문으로는 일 년 내내 꽃과 식물이 자라는 테라스의 정원이 내다보인다. 유리벽을 따라 놓인 의자들은 모두 정원을 향해 있다. 환자와 가족들은 그곳에 모여 시간을 보낸다.

 

 

 

 

우리 두뇌의 기능에 도움을 주도록 병원 환경을 설계하면 몸이 원래 지닌 치유력을 빨리 회복할 수 잇을 것이다. 아니 병원뿐만 아니라 우리가 거주하거나 일하는 공간도 자연친화 설계를 한다면 안락한 환경에서 쉬거나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눈길은 병원 공간에서 도시와 지구촌으로 향한다. 그는 19세기가 도시 전염병의 시대였고 20세기 초반은 도시 전염병이 소탕된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지구온난화와 기후 변화로 전염병 확산이 증가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자연친화 설계’(biophilic design)라는 건축학의 한 분야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자연 자체에 치유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의료설계 연구의 목표는 환경에서 스트레스 요인들을 없애는 것만이 아니라 환자를 좀 더 편안하게 해주고 환자의 삶의 정신적·사회적 측면까지 고려한 요소들을 더하는 것 또한 포함한다.

 

이런 맥락에서 뜻있는 건축가, 심리학자, 의료인 등이 모여 꿈의 병원(Fable Hospital)을 만들기 위해 태동한 페블스 프로젝트(Pebbles Project)는 참고할만하다. 페블스 프로젝트는 마치 연못에 작은 자갈을 던지면 파랑이 일 듯이 하위 병원들, 가령 아동병원, 재활병원, 암동병, 중환자실 등을 병원이나 병동 특성에 맞게 재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이 책은 경쟁 사회에 내몰린 현대인들이 심신을 안정시키고 진정한 휴식을 되찾을 수 있는 공간과 건축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게다가 질병 예방과 치유까지 아우를 수 있으니 금상첨화가 아닐까. 공간과 건축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폭넓은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이 책, 일독을 권해 드린다.

 

‘공간이 마음을 살린다.’ 아니, 나는 이 말을 ‘공간이 심신을 치유한다’로 바꿔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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