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최전선에서 - 중환자실 의사가 들려주는 의학의 발전과 인간의 생존
매트 모건 지음, 한혜림 옮김 / 지식서가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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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중환자실에서 의학 컨설턴트로 일하는 매트 모건은 한때 화제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그는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게시한 중환자실에서 보내는 편지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여러 나라와 다수의 매체에 소개되었다편지의 모태가 된 것은 2019년 출간된 이 책이다원제는 Critical.

 

저자는 책에서 중환자실 전문의가 되기까지 과정과 그 속에서 환자들을 살기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경험담 그리고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한 혁신적인 기술이 어떻게 발견되고 발전해 왔는지를 들려준다.

 

“흔히들 응급실은 병원의 ‘정문’이라고 말하며 자동차나 응급 의료 헬기로 도착한 환자들이 사용하는 주 진입로이다. 응급 상황에서 직접 찾아오는 환자들도 있고, 실제로 내가 목격했던 것처럼 달리는 차량에서 뛰어내려서 응급실로 오는 환자들도 있다.” - 27쪽

 

현재 세계적으로 집중 치료를 받는 중환자는 3천만 명이 넘는다그중 20퍼센트의 환자는 끝내 회복하지 못한다과연 중환자실에서는 어떤 사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책은 총 9장으로 짜였다. 1장 중환자 의학의 세계로는 마취 전문의 비오른 입센이 6개월 동안 1500명의 의대생들과 함께 만들어낸 최초의 중환자실의 풍경을 담았다. 2장 면역계에서는 면역계 손상으로 다발성 장기부전을 일으킨 환자 이야기를 들려준다.

 

3장 피부와 뼈에서는 폭발 사고로 온몸에 심한 화상을 입은 마약 제조자의 치료 과정을 수록했다. 4장 심장은 재판 중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진 판사가 어떤 경과를 보였는지, 5장 에서는 오랫동안 담배를 피운 흡연자가 폐질환으로 어떤 고통을 받았는지 이야기한다.

 

6장 는 뇌동맥류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남자와 복싱 시합에서 뇌에 손상을 받은 소년 이야기를 들려준다. 7장 위장관은 알코올 중독으로 간이 손상돼 식도정맥류 출혈을 보이는 환자에 대해 알아본다. 

 

▲저자 매트 모건(Matt Morgan)

 

8장 혈액은 폐에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에 거대한 혈전이 생겨 심장 박동과 호흡이 약해져 응급실로 실려온 노숙자가 어떻게 회복할 수 있었는지 살펴보고, 9장 영혼은 중환자실에서 접하는 환자의 죽음을 이야기한다.

 

“생존이라는 개념은 중증 질환이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포함하며, 이를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은 의사가 아니라 환자 가족이다. 너무 오랫동안 의사들은 환자가 퇴원하는 시점에 단지 살아만 있다면 수술이 성공적이었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환자나 환자 가족은 그것을 성공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들은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고, 독립적으로 살 수 있기를 바라며, 정신적·육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삶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그들은 좁은 의미에서뿐만 아니라 넓은 의미에서 허용할 만한 삶의 질을 유지하며 살아남기를 바란다.” - 177쪽

 

의사가 환자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저자에 따르면 환자가 아프기 전에 누렸던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울러 과학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의사와 환자 사이의 유대감이 중요하다.

 

우리말로 옮긴 한혜림 번역 작가는 말미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번역하면서 일종의 위로를 받았다. 그 전에는 사전에 기술된 활자처럼 생소하게 여겨졌던 질환에 대한 설명이 환자들의 생애와 의료행위를 하게 되는 과정의 묘사를 통해 생명력을 얻어 살아났다. 마치 대본으로만 읽었던 희곡을 연극이나 영화로 보면서 생생한 감동을 하는 것처럼, 의학이라는 과학이 실질적인 삶의 경험으로 와 닿는 것과 같았다.”

 

이렇듯 매트는 오랜 경험과 해박한 지식 그리고 환자를 향한 따뜻한 시선으로 환자의 생사를 위협하는 다양한 질환을 들려준다.  가령 환자가 병원에 오기 전부터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떠난 이후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역사적으로 인류에게 큰 영향을 준 질환의 이야기병을 고치는 대혁신이 된 발견들과 의학의 진전을 이룬 이야기 등등.

 

특히 저자의 세련된 필력은 능준한 번역 솜씨에 힘입어 잘 써진 에세이 마냥 술술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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