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맛 (스페셜 에디션) - 좋은 와인 맛있는 와인 제대로 즐기기
Romanee 24 지음 / 미문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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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와인을 공부하기 시작한 것은 소니의 이데이 노부유키 전 회장이 쓴 《ON & OFF》를 읽고 나서였다. 책에 이데이 회장이 칠레 대사와 업무 협의를 위해 만나면서 초면의 어색함을 풀기 위해 몬테스 알파 이야기로 시작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나는 무릎을 쳤다. 해외 출장을 가거나 낯선 사람들을 만나면 와인이 쉽게 친해지기 위한 훌륭한 매개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흔히 와인을 일컬어 ‘문화 공통어’라고 말한다. 또한 와인에서 최고의 안주는 함께하는 사람들이라고 하지 않든가. 와인과 친해지면 사람들과도 친해질 수 있다.

 

그렇게 와인을 알게 된 지도 어느듯 20여 년이 흘렀다. 처음에 김준철 선생의 와인 책으로 와인 용어를 익히면서 주요 산지와 대표 와인을 달달 외우던 때가 떠오른다.

 

10여 년 전 파사트를 몰고 프랑스 전역을 돌며 와이너리 투어를 2주간 다녀왔다. 현지 와이너리 가이드가 안내하는 투어를 하면서 까브도 구경하고, 처음 보는 와인 시음도 실컷 했었다. 맘에 드는 와인을 만나면 서너 병씩 트렁크에 채웠다. 그렇게 다녔던 투어는 내 영감을 무한대로 자극했고, 지금 소중한 정신적 자산으로 남아 있다.

 

저자 닉네임을 보니 ‘로마네24’다. 모르긴 해도 프랑스의 로마네 꽁티를 본따 만든 것이지 싶다. 개인투어 당시 나는 로마네 꽁티의 빈야드도 보고 왔더랬다. 로마네 꽁티의 빈야드는 생각보다 작았지만 트루아가 다른 곳보다 탁월해서 최고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곳이었다.

 

가만, 이 책은 기존 것들과는 사뭇 다르다. 저자는 샴페인, 리슬링, 샤르도네, 피노 누아, 네비올로, 카베르네 쇼비뇽, 시라 등 포도 품종 중심으로 서술하되,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유럽과 미국, 호주, 칠레와 같은 신대륙 산지에서 생산되는 와인들을 비교한다. 이 책은 저자가 ‘와인의 맛’을 찾아 전 세계를 누비며 발품 팔아 맛본 테이스팅 노트가 압권이다.

 

와인을 알려면 많이 마셔봐야 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시작할 수는 없지 않은가. 좋은 길라잡이가 있으면 한결 다양하게 와인을 즐길 수 있겠다. 책에는 와인 품종별로 다양한 산지의 와인에 대한 테이스팅 노트가 실려 있어 와인을 즐기기 위한 훌륭한 가이드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다양한 사진과 와인 이야기가 가득하여 읽는 재미도, 보는 풍미도 빼놓을 수 없다. 중간중간 주요 와인 산지에 대한 정보는 와인 공부를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이 책은 와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와인은 때로 사교와 소통의 매개이자, 취미와 교양의 쓰임으로도 손색이 없다. 새로운 스타일로 와인에 대해 풍성한 정보를 한아름 담고 있는 이 책은 와인을 위한 좋은 파트너가 되어 줄 것으로 믿는다. 


이번 개정판은 지난 5월 나온 것에 표지를 새로 단장하고, 줄 간격을 넓히는 등 가독성을 한층 높였다.  이런 연유로 총 페이지가 20쪽 늘었다. 와인 애호가라면 일독은 물론 소장도 적극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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