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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프래질 - 불확실성과 충격을 성장으로 이끄는 힘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안세민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10월
평점 :
저자 나심 탈레브는 충격으로부터 혜택을 보는 것들을 '안티프래질(Antifragile)'이라고 부른다. 이런 것들은 가변성, 무작위성, 무질서, 스트레스에 노출될 때 번창하고 성장하며, 모험과 리스크, 불확실성을 좋아한다. 충격을 가하면 부서진다는 의미인 '프래질(Fragile)'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저자가 만든 신조어이다.
저자에 의하면 안티프래질은 회복력 혹은 강건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회복력이 있는 물체는 충격에 저항하면서 원상태로 돌아오지만, 안티프래질한 대상은 충격을 가하면 더 좋아진다는 것이다.
가령 진화, 문화, 사상, 혁명, 정치 시스템, 기술 혁신, 문화적이거나 경제적인 성공, 기업의 생존, 훌륭한 조리법, 도시의 성장, 법률 시스템, 적도 지방의 삼림, 박테리아의 저항, 심지어 지구상에서 인간의 존재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는 모든 것들의 배후에 있다. 심지어 안티프래질은 인간의 몸처럼 살아 있는 유기체(또는 복잡계)와 책상 위의 스테이플처럼 생명이 없는 물리적 대상 간의 경계를 정해 준다.
내가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프래질'과 '안티프래질'의 명확한 구분이 서지 않아 약간 혼란스러웠는데, 저자가 인용한 그리스 신화의 다음 사례를 보면서 뚜렷하게 구분가능하게 되었다.
다모클레스의 칼 (프래질의 상징) : 시칠리아의 참주 디오니시우스 2세는 아첨을 일삼는 다모클레스를 잔치에 초대하고는 천장에 말총 한 올로 매달오 놓은 칼 밑에 앉게 했다. 이런 다모클레스 처지를 '프래질'로 표현할 수 있다. 칼날의 그의 목을 향해 떨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55쪽).
히드라 (안티프래질의 상징) : 히드라는 머리를 여러 개 가지고 있는데, 머리 하나를 자를 때마다 두 개가 다시 생긴다. 히드라는 상대방이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기를 원한다.(56쪽)
우리는 주변에서 일정 정도의 스트레스나 가변성을 좋아하는 대상을 쉽게 볼 수 있다. 바로 경제 시스템, 인간의 몸, 영양(당뇨병을 비롯해 현대의 이와 비슷한 질병은 음식 섭취의 무작위성이나 간헐적인 단식과 같은 스트레스의 결여와 관련), 정신이 그렇다. 심지어 안티프래질한 금융 계약도 있다. 이런 계약은 시장의 가변성으로부터 이익을 얻도록 명시적으로 작성된다.
저자는 안티프래질의 메카니즘을 이해함으로써 비즈니스, 정치, 의학, 인생처럼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영역에서 예측을 요구하지 않는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되는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지침서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작업은 미지의 것이 지배하는 영역에서도, 그리고 무작위성, 예측 불가능성, 불투명성, 혹은 사물에 대한 불완전한 이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저자의 이런 문제의식은 지난 세계 금융 위기 때 일부 헤지 펀드 등이 다른 사람들을 손실의 위험에 노출시키면서 자신은 가변성, 변화, 무질서로부터 이익을 얻었던 사례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외친다. 다른 사람들을 프래질하게 만드는 대가로 자신이 안티프래질해서는 안 된다!
한편 저자는 우리를 프래질한 상태에 빠져들게 만드는 사람들을 '프래질리스타'로 부른다. 이는 우리로 하여금 눈에 띄는 혜택을 작지만 눈에 띄지 않는 잠재적인 부작용은 엄청나게 큰 인위적인 정책과 행위에 개입하도록 만든다. 가령 의료계 프래질리스타는 우리 몸의 자연 치유력을 부정하고 지나치게 개입함으로써 잠재적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약을 처방한다. 금융 프래질리스타는 사람들에게 은행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리스크 모델을 사용하도록 만들고, 예측 프래질리스타는 우리가 더 많은 리스크를 감수하도록 조장한다.
저자는 이처럼 프래질리스타에 의해 피해를 보는 사람과 시스템을 위해 이 책을 썼다. 즉 이 책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 또는 우리가 보지 못한 요소와 특징을 지닌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즉 불투명성을 지닌 상황에서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은 무엇일까에 대한 것이다.
이 책은 총 일곱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섹션' 혹은 '부'라고 부르기보다는 '권'이라고 부르고 싶어 한다. 왜 그럴까? 저자에 의하면 각 권이 중요한 아이디어의 응용과 함께 진화, 정치, 경영 혁신, 과학적 발견, 경제학, 윤리학, 인식론, 철학 등 다양한 영역을 더욱 깊이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여튼 저자의 의도는 각 권이 전문 저널처럼 일정 독자의 접근성을 차단하지는 않을 정도로 하되, 독립된 영역으로 다루어도 좋을 정도로 심오하게 다루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이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몫이겠지만, 내 경우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저자는 자연과 역사를 복잡계의 대표적인 주자로 바라본다. 무작위성과 예측불가능성에 내재된 시스템은 인구와 인종을 계속 변화시키면서 각 세대마다 스스로를 재창조하기 위해 강건함을 넘어서는 메커니즘을 구축한다고 본다. 가령 진화는 시스템 내에서 멸종을 불러오는 극단적인 충격이 아닌 어느 정도의 잡음과 동요가 빈번할수록 적자생존과 무작위적인 돌연변이의 효과는 다음 세대의 특징을 규정짓는 데 더 많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즉 간헐적이고 무작위적이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돌연변이 덕분에 자손들 간 다양성이 존재한다면, 가장 좋은 자손이 번식하게 되어 종 전체의 생존 적합성이 향상된다. 따라서 진화는 돌연변이의 무작위성과 환경의 무작위성으로부터 혜택을 얻는다.
"대부분의 정부 개입과 사회 정책은 약한 자에게 상처를 입히고 기존 세력을 강화시켜준다."(121쪽)
저자는 장 자크 루소의 입을 통해 마키아벨리의 지론을 옹호한다. "우리 공화국은 살인, 내전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더 강해지고, 시민들은 미덕을 쌓아가고 있다…… 약간의 동요는 정신에 자양분을 공급해 주며, 종이 번성하도록 만드는 것은 평화가 아니라 자유다."
정치 시스템 뿐만 아니다. 저자는 경기 변동을 제어하려는 시도는 모든 프래질을 낳는 근원이 되었다고 평한다. 그는 가령 2007년부터 시작된 경제위기의 주요 원인은 슈퍼프래질리스타인 앨런 그리스펀이 퍼뜨렸던 의원성(의사의 진료에 의해 질병이 초래되거나 악화되는) 질환 때문이라고 본다. 저자에 의하면 작은 산불은 인화성 물질이 누적되지 않도록 제거하는 효과가 있듯이 작은 경기 침체는 부실 기업을 정리하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이것을 인위적으로 구제 금융 등으로 살려 두면 전체 경제를 위험하는 리스크가 눈에 보이지 않게 점점 쌓여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자 탈레브가 꿈꾸는 세상은 무엇일까? 그는 "현명하고 실용적인 방법은 탐욕에도 흔들리지 않는 세상, 더 바람직하게는 탐욕을 비롯한 인간의 결점으로부터 혜택을 얻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