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코 앞인지라...아침마다 구령 소리, 음악 소리는 들렸지만 그게 우리 아이가 연습하는 소리인지는 몰랐지요. 다음주 금요일에 있을 운동회에서 2학년은 소고춤을 추고 줄다리기도 합니다. 매번 엄마들 줄다리기를 시켜서 다음날 멍도 들고 삭신이 쑤시곤 했는데(미스테리 하나! 왜 엄마들은 학부형 줄다리기 나오라는 것도 빼는걸까요...) 이번엔 안 시킬까요^^
여튼 소고춤이 좋다고 매일 소고춤 이야기를 하더니 이번주 내내는 소고춤이 지겹답니다.
"왜?"
"엄마 . 매일 1교시, 2교시 소고춤 연습하고 줄다리기 연습해. 맨날 하니 지겨워."
"이런!"
벌써 이주째...다음주 운동회날까지 매일 시킬 모양입니다. 이른바 큰 일 앞둔 똥개 훈련 시작인가 봅니다. 학교 운동장이 작아 홀짝 수 학년 나누어 이틀에 걸쳐 운동회를 하는데, 교장 선생님이 이번에는 크게 하고 싶으신가 봅니다.
운동회날 급식이 아닌 집집마다 도시락을 다들 싸서 오라는 이야기까지 하셨다는데, 선생님들께서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고 애저녁에 막으셨답니다ㅋㅋ
이번 교장 선생님은 올드 미스이신대요...아이들에게 위화감 조성한다고 엄마들 급식 당번, 청소 당번 다 빼버렸고 반 전체 간식 돌리는 것도 원천 봉쇄하셨습니다. 독서를 엄청 강조하시고 아이 말에 따르면 조회 시간에 한비야 책 이야기도 아이들에게 들려주셨답니다. 자기 반에서 한비야 이야기 알아들은 사람은 자기밖에 없다고 아이는 무척 자랑스러워했지요.
지금껏 운동회는 2교시 내지 4교시만 하고 급식 먹고 끝냈는데 이번에는 2시 반까지 한다니...암만해도 예전 운동회의 향수를 그리워하시는 분인가 봅니다.
자기 연습하는 것 좀 보러 오라고 해서 그러마 해놓고는 아침에 리뷰 올리다가 1교시를 놓쳤습니다. 리뷰 올리고 나가 보니 줄다리기 연습을 하네요.
이 땡볕에 먼지 자욱한 운동장에서 깃발에 따라 앉았다 일어났다 점호하고, 만세 삼창도 연습하고, 상대방이 만세하면 박수 치기도 연습하고, 입장, 퇴장 연습하는 것을 보니...(1반인데다가 키번호도 2번이라 무지하게 학교 담장 밖이었는데도 무지하게 잘보였지요) 학교 갔다 와서 빈둥거린다고 혼냈던 것이 미안해질 정도입니다. 잘 먹여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
전형적인 가을 하늘에 여름 같은 태양 빛...날 좋다고 좋아했는데, 아침마다 2학년 꼬마들은 땡볕에 연습 중이었으니...좋았던 것도 싫어질게 당연하다 싶습니다. 아직도 우리의 학교 운동장은 그늘도 없으니 스탠드에 앉아있던 여자아이들도 벌겋게 상기되어 있습니다.
그나저나 운동회 준비한다고 월요일에는 고깔 모자 만들러 나오라고 하고 목요일에는 풍선 풀랍니다. 녹색 어머니 하면서 올해는 별걸 다합니다. 거기다 담임선생님이 학년주임이시거든요. 애는 하나이겠다, 집에만 있는거 아니 반 대표 엄마가 날 너무 좋아라하네요. 그 엄마도 억지로 떠밀려서 대표한거라 도와주는데까지 도와주려 합니다.
바야흐로 가을입니다...만국기 펄럭이는 가을 운동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