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의 맏이인 나...또 남편도 집안의 맏이이고, 자라오면서 사촌언니나 오빠가 많지도 않았기에...사촌동생 특히 남자 사촌동생이 득시글한 환경이었기에...나는 '언니'라는 말도 '오빠'라는 말도 입에서 정말 안 떨어진다.
내가 이 사람, 저 사람 사귈 때도 '오빠'라는 단어는 아마도 지금의 남편이 처음 아니면 두번째 정도라 생각되는데...그나마 많이 쓰지도 않았다. 남편이 나를 안 지 얼마 안 되어서부터 '너'라고 하기 싫다고 '당신'이라고 부르는 바람에 ㅋㅋ....그래서 우리 부부는 신혼 때부터 여보, 당신이 무지하게 잘나온 커플이다.
서울 토박이이신 시아버님은 아직도 어머님을 "엄마야"라고 부르시고 애아빠를 찾으실 때도 "오빠 있냐?"라고 하시는데, 젊은 우리는 서로 "여보"라고 부른다 ㅋㅋ
어떻튼 내가 언니, 오빠라는 말은 안 쓰지만 친숙해지면 '자기'라는 말을 쓰나 보다.
예전에 레드펜에서 논술 지도할 때 첨삭선생님 답안지 검토하면서 내가 어떤 남정네에게 '자기'라고 했단다. 그 학생이 대학교 1,2학년쯤 되었는데...아마, 내가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이건 굳이 코멘트 달 거 없잖아요. 자기는 이렇게 생각했나 본데, 얘 글에서 보면 그게 아니거든"
내가 이 말 어딘가에서 '자기야'를 넣었는지 안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그 검토가 끝난 후, 옆의 선생님이 내게 말했었다. "자기야. 저 선생님이랑 사귀니?" @.@
오늘 아이 친구 엄마가 점심 먹으러 오래서 갔다왔다. 엄마 4명이 모였다. 올해 내내 학교 일 도와주면서 알게 된 엄마인데, 저번 환경 미화 끝나고는 서로들 언니, 동생 하기로 했나보다. 그래서 딱 그 엄마들의 중간 나이이지만 언니, 동생 안하는 나로 인해 다들 말이 엉켰다.
내 친구는 '언니' 소리 못하는게 맏이의 특성이란다. 그러면서 '언니' 소리하면 나이 한, 두살 많은 엄마들이 좋아하니 하란다.
그러고보면 옆에 사는 동생도 두번째 만나면 그냥 아이친구 엄마들이랑 언니, 동생으로 말을 터버린다.
같이 밥 먹고, 쇼핑하고, 커피 마시면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나누는 것....나는 참 못한다.
어느 자리에서든 입 봉하고 있다거나, 빼거나 하지는 않지만...그런 자리가 마음 한켠에서는 늘 부담스럽고...무엇보다 재미가 없다.
거기다 동생이랑 가까이 사니 반경 안의 엄마들이 겹친다. 그 엄마들의 큰 애가 우리 애랑 동갑이면 둘째는 동생의 아이랑 동갑이니...동생의 친구도 되고 내 친구도 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중복되는 엄마들은 모두 내게 ~요를 붙인다. 말 놓으라고 해도 동생 이름을 대면서 언니인데 그럴 수 없단다. 그래서 나는 ~요를 붙였다, 반말했다 하게 된다.
누구나 나를 보면 맏이라는걸 안다. 나보다 한, 두살 어린 엄마들은 즉각 '언니'라고 해버리고 나보다 한, 두살 먹은 엄마들은 쉽게 말놓자고 안 하길래 그냥 지냈는데....자꾸 엄마들과 만나게 되니 말의 교통 정리가 필요할 때가 된 것 같다.
하긴, 내가 먼저 '언니'라고 하겠다고 해야 되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아....언니라는 소리를 어떻게 하냐고....
그나저나 오늘 점심 먹으면서 운동회 준비에 또 호출당했다...에휴...어머니회도 아닌데, 애 하나라고 100프로 맨날 호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