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
기타노 다케시 지음, 권남희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09년 5월
절판


정자에도 각기 다른 역할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한다. 먼저 '난자잡이'라는 정자가 있다. 이것은 말 그대로 난자를 차지하는, 요컨대 수정을 목적으로 하는 정자다.
그리고 그 난자잡이를 덮쳐서 죽이는 '킬러 정자'라는 게 있다. 자연계는 반드시 일부일처제는 아니므로, 암컷의 자궁에는 다른 수컷의 정자가 들어있을 가능성도 있다. 킬러 정자는 다른 수컷의 정자를 죽임으로써 자신들의 난자잡이 정자를 유리하게 만들어준다. 더욱이 적의 킬러 정자에게서 난자잡이 정자를 방어하는 정자도 있다.
생명은 정자 단계에서부터 적군과 아군으로 나뉘어 맹렬히 싸우면서 난자를 찾아간다. 난자에 도착하여 살아남은 것은 그런 싸움을 거친 몇억 개의 정자 중에 단 한 마리에 불과하다.
산다는 것은 죽이는 것이다.-108쪽

바람을 피우는 상대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애인을 한 명만 만드니까 삼각관계가 되어 모가 난다. 둘이라면 사각 관계, 셋이라면 오각 관계......,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원에 가까워져서 모가 없어진다. 그러면 풍파도 일지 않게 될 거라고 했더니 나더러 역시 미친놈이라고 화를 냈다.
그 무렵의 이야기인데, 어떤 여자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요즘 왜 만나자는애길 안 해요? 다른 애인이라도 생긴 거 아니에요?"
"무슨 소릴 하는 거야.네가 그 다른 애인이잖아.그러니까 넌 그런 말은 하면 안 되지."
그렇게 말했다가 또 된통 욕먹고말았다.-113쪽

누군가와 친구가 되려면 처음부터 손해를 각오해야 한다. 좋은 기억만 갖겠다는 태도는 상대에게 확실하게 민폐를 끼치는 것이다.
"네가 곤란하면 나는 언제든지 도와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곤란할 때 나는 절대로 네 앞에 나타나지 않을 거다."
이런 자세가 옳다. 서로에게 그렇게 생각할 때 비로소 우정이 성립한다.
'옛날에 나는 너를 도와주었는데 너는 지금 왜 날 도와주지 않는거야'
하고 생각한다면, 그런 건 처음부터 우정이 아니다. 자신이 정말로 곤란할 때 친구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것이 진짜 우정이다.
요컨대 우정은 내가 저쪽에다 일방적으로 주는 것이지, 저쪽에서 얻을 수 있는 뭔가가 아니다. 우정이란 상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다.
-1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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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2009-08-31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바람을 피우는 상대가 많으면 많을수록 '원'에 가까워지는군요. 재밌어요ㅋ 기타노 다케시의 책 읽어봐야겠네요.

다이조부 2009-09-02 21:14   좋아요 0 | URL
5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이 책 읽는 재미가 쏠쏠해요.

 
무례한 복음 - 이택광의 쾌도난마 한국문화 2008~2009
이택광 지음 / 난장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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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친박 연대'라는 당명은 확실히 징후적이다. 정말이지 특정 정치인에 대한 친근감을 근거로 당명을 결정했다는건 세계 정당사에 남을 일이다. 정책도 이념도 없이 오직 개개인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이합집산하는 것이 한국 부르주아 정치의 종착역이라는 사실을 친박연대라는 당명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꼴이다. -37쪽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은 "한국 남성의 대표로 국위선양을 하기 위해 9개국 여성과 데이트를 했다. 즐기기 위해 데이트를 한 것은 아니고, 대한민국 대표 선수라는 생각으로 한국 남성의 위상을 세우기 위해 만났다"고 발언을 했다. (.....)이들은 자신의 쾌락에 대한 표현을 '국가와 민족'에 빗대어 억압한다.-57쪽

도대체 촛불집회가 원했던 건 뭔가? (.....) 촛불집회가 원했던 건 계속 촛불집회가 열리는 것이다. 그래서 촛불은 결코 꺼질 수가 없다. 왜냐하면 누군가 강제로 촛불을 끌수는 있겠지만, 말 그대로 그건 상징적 차원에서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자본주의의 모순이 해결되지 않는 한, 촛불은 끊임없이 불려나와 함께 즐길 권리를 박탈당한 이들에게 대안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촛불집회는 지금과 다른 삶에 대한 정치적인 이념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촛불의 정치학이라고 하겠다.-124쪽

숭례문 화재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건, 너무도 허약한 한국 사회의 공공의식이다. 숭례문이 불에 타서 사라져버린 건 이게 '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국인에게 내 것이 아닌 건 '공짜'다. 공공의 것을 가장 많이 '내 것'으로 만들 수 없는 건 그냥 방치될 뿐이다. 숭례문은 그렇게 버려졌던 것이다.-1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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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진실
데이비스 구겐하임 감독, 앨 고어 출연 / 파라마운트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영화를 보는데 일반관객 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재미 라는 기준이 단연 중요하다. 

그 기준에서 보자면 이 다큐처럼 느껴지는 영화는 낙제에 가깝다. 하지만 시간이 아깝지 않다. 

 많은 영화들이 볼때는 즐거웠으나, 끝나고 나서는 에이 남는게 없어 라고 흉보는데, 그런 영화의 

대척점에 있는게 이 슬라이드 쇼다.  

 이 영화의 주연인 앨 고어는  기후와 관련된 강연을 1000회 이상 했다. 그 압도적인 횟수에 믿음 

이 보태진다. 한때는 대통령에 근접했던 유력 정치인 이었지만, 지금은 노벨평화상 까지 수상한 

 환경운동가 인 이 양반의 모습에서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자의 열정을 본다. 

 지금까지 본 수백 편의 영화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엔딩크레딧 도 좋다. 시시하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유심히 보면 이 영화에서 하고 싶은 말을 보통사람이 할 수 있는 실천에 관한 구체적인 

예를 나열하면서, 이 영화를 만든 스탭 들의 이름과 보기좋게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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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는 소녀 (3disc) - 3디스크디지팩, 스틸북, 필름컷, PVC케이스
호소다 마모루 감독, 이시다 타쿠야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누구나 한 번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이렇게 소박한 희망이 

현실에서 이루어진다. 이 영화에서 절반 정도 지나면 반전 이라고도 볼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됨. 

 그 설정이 밋밋하고 지루해질 수 있는 이 영화를 지탱해 주는 힘이 된다.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인 <귀를 기울이면>이 떠오르는 풍경세밀 묘사는 정말 눈이 호강 한다는 

게 이런거구나 싶다. 주인공의 집도 멋지고, 길거리의 나무 들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 라는 평가를 받는 이 감독의 앞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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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콩을 들다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뭐 이런 류의 제목으로 길바닥에서 싸게 파는 시디 들을 종종 

본다. 이 영화도 한국인이 좋아하는 감동모드의 영화다. 

 별점 평가를 처음으로 나름 고심했다. 3개를 줄 것인가, 2개에 그쳐야 하는가 하고 말이다. 

마음 가는대로 별점을 클릭했다. 아무튼 정확한 평점을 매길 수 있었다면, 2개 반 을 줬을텐데. 

확실히 이런 뭉클한 영화는 취향은 아니다. 같이 영화 본 동생 말 대로 이범수의 대사 전달력은 

일품이다. 조안은 좋은 연기를 보여줬고, 6명의 역도부원 들도 고른 연기력을 드러낸다.  

 영화에서 가장 악질로 선보이는 이범수 후배인 폭력교사는 미스캐스팅이 아닌가 싶다. 악역으로 

나와서 그런건 물론 아니고, 연기가 입체감을 살리지 못하고, 평면적인 감이다. 진짜 악당이라면 

 선과 악의 틈바구니에서 가끔씩 위장된 모습일지라도 착한척이라도 할텐데, 이 양반은 그저  

주먹질 밖에 할 줄 모른다. 깝깝한 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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