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침 다시 기숙사로 갑니다.

국제중 나온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자기 친구에게서 전화를 받았대요.

학교 가기 싫다고, 울면서 전화가 왔대요.

정말 그러냐고, 아, 나도 힘들어 죽겠다고, 그렇게 웃으면서 대답했는데

...저도 학교 가기 싫어요.

6시에 일어나서 밥먹고, 아침자습하고 4교시까지 하고, 밥먹고, 6교시까지 하고, 청소하고, 8교시까지 하고, 밥먹고, 야자 2시간 하고, 간식먹고, 야자 2시간 하고, 기숙사 올라가면 사감선생님 설교듣고, 방에 들어가면 12시가 다 되어있는 거 싫어요. 씻고 어쩌고 하면 1시고, 쫓기듯 자서 쫓기듯 일어나고 또 똑같은 날을 보내는 거요.

그래도 전 3년 다 채울 겁니다. '잘' 채우고 졸업할 겁니다. 그렇게 결심했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아무리 내신이 안 나와도 도망가지 않을 거예요.

어차피 다른 친구들 다 똑같이 사는 걸요 뭘.

이 학교라서 크게 다른 것도 아니잖아요.

3년밖에 안 남았어요.

그래봤자 150주 정도 되잖아요? 그정도는 금방이라구요.

 

이 학교에서 제일 좋은 게 뭔지 아세요?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고, 똑똑한 친구들이 많다는 거예요.

지금껏 주목받던 것은 항상 저였는데, 주눅드는 기분도 있어요.

그래도 좋아요.

아직 3일밖에 안 지난 걸요.

 

야자시간이면 딴 짓을 하려고 하다가도 공부하게 돼요.

모두 숨도 안 쉬고 공부를 하는 것 같다니까요.

그러니 딴짓을 하겠어요?

저 혼자 처질 것 같잖아요.

 

아, 이 학교에서 제일 안 좋은 거는요,

학교는 넓은데 학생수가 적다는 거예요.

중.고등학교 다 합쳐봤자 1000명도 안 될 걸요.

무슨 뜻인지 아세요?

수업받기 좋다는 뜻이라고요?

아이 참, 그건 좋은 점이죠.

뭐냐면요, 청소할 게 많다는 거랍니다.

 

근데 신기한 게 뭐게요?

별로 교실이 어지럽혀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중학교 땐 청소 하면 쓰레기가 산처럼 나왔다면,

이건 그냥 작은 언덕, 아니 돌부리 정도죠.

사람도 적고, 아, 이 학교의 특색 중에 하나로, 매점이 없거든요.

그래서 그런가봐요.

흠, 모르죠, 또, 1년 뒤엔 어떻게 될지.

 

이런 생각도 든답니다.

우리 모두 신입생인 게 아니라 내가 전학생같다는 생각이요.

무리도 아니에요, 국제중에서 올라온 친구들이 많거든요.

그래봤자 160명 중에 한 30명 남짓 될까 모르겠지만

그게 참 크더라구요.

하긴 한 반에 20명이니까 30명은 어마어마하죠.

 

아유, 미쳤지 미쳤어.

빨리 자야 되는데 뭘 떠들고 있담.

이제 전 자러 갑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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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5-03-07 0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란님.. 기운내세요... 잘 해낼겁니다..여기 님을 응원하는 알라딘 서재인들이 있잖아요.. ^^

날개 2005-03-07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기숙사 생활을 한번도 못해봐서 동경 비슷한 감정이 있거든요..^^
명란님의 기숙사 생활이 그리고 학교생활이 항상 즐거우시길 빌어드릴께요..^^*

울보 2005-03-07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란님 화이팅..
이글을 못읽겠네..
다음주에 보아요..

가을산 2005-03-07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열심이네요.
그런데, 청소년기에 '딴짓', '딴생각'도 필수과목 아닌가요?
명란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