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그에다 커피한스푼 넣고 뜨거운 물 그득히 부어서 저었더니 머~얼건 커피가 되었네요..

생긴것만 원두커피모냥을 하고서 말이에요.ㅎㅎㅎ...

이 커피를 들여다 보고 있으려니 요즘 제생활이 이 멀건 커피같다 생각됩니다..

하루가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하고..

멍하니 앉아있다가 흔들리는 대나무에 제 마음도 갈가리 찢기는것 같기도 하고..

높고 푸르디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보면 예전에 우리 아가들 걸음마뗄때가 생각나기도 하구요.. 

남들은 이런걸 가을탄다고 하나요? 그럴지도 모릅니다.. 가을찬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들이 벌써 거리 가득 흩어져 있더랬어요..

가을엔 산엘 좀 다니자고 흘리듯 말했더니 남편이 흔쾌히 그러마 하더군요..이젠 아이들도 제법 잘 오르리라 확신하구요..같이  산을 오르려구요...

어제는 난편이랑 조조할인영화를 보러갔어요..일본영화라고 늘 서정적인 일본영화가 진짜지 이런생각만 가지고 있다가 본 그영화는 이것도 저것도 안되는 지리한 내용이었지요..그저 헐리웃의 재난영화를 흉내내어본.... 안그래도 일본배우는 하나도 모르는지라...생소하게 바라보고 나왔답니다..

우리영화각설탕을 볼때처럼 깊은 감동도 없구요..잠시나마 두근거림은 영화가 끝나자마자 끝나버렸답니다..

그냥 차없는 거리를 걷기로 했어요..길가에서 파는 피자도 하나씩 입에 오물거리면서요..딸아이에겐 절대로 비밀입니다..아마 입냄새 제거도 해야할거에요..얼마나 눈치가 빠른지.ㅎㅎㅎ요즈음 고기와 피자같은걸 금하고 있거든요. 제지갑이 닳아서 하나 사볼까...구경도 한번 해보구요..결국 사지는 못했지만...이런시간이 좋습니다..

남편은 기어코 딸아이의 맘에 쏙 들만한 분홍반지를 사더군요.. 남편손에 쥐어진 그 작은 반지를 보고 있으려니..아빠들은 다 저러고 사는거지... 우리친정아부지도 나를 저리 생각하셨지...뭐 그런 짧은 생각이 나더랬죠..이글을 쓰는 지금 유난히 단지우유가 먹고싶은건 그것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ceylontea 2006-09-06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시간들이 행복인거죠.. 이런 작은 소중함을 잊지마세요~~!! ^^

치유 2006-09-06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용하면서도 행복한 시간 보내셨군요..두분이서 그렇게..전 오늘 아이들 오면 각설탕 보러 가려 했더니만 수욜이네요..ㅠ,ㅠ

해리포터7 2006-09-06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 그렇지요..늘 다시한번 기억해야지요...
배꽃님.. 네 조용히 보냈어요..

달콤한책 2006-09-06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가을 타시는군요^^ 즐기세요....이뻐요^^

똘이맘, 또또맘 2006-09-06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여 마시고 힘내셔요

날개에 힘을 비축 하셔야죠~

힘내셔요~


반딧불,, 2006-09-06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멀건커피라...공감가는걸요!
그나저나 딸내미 애쓰는군요.

건우와 연우 2006-09-06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이지요....^^
조조할인영화도 보시고, 산에도 가시고...허전한 마음이 넉넉해지시면 또 좋은 글 올려주세요...^^

비자림 2006-09-06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 저도 일부러 시간 내서 산을 만나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거기 가면 제 친구들도 많아서리. ㅎㅎ

해리포터7 2006-09-06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콤한책님...님두요.
똘이맘님 어찌 이런걸 다.... 제 어린시절을 촉촉히 적셔주던 바나나맛 우유에요..님 감사해요..이우유가 지금의 남편과도 인연이 되게 해줬답니다.ㅎㅎㅎ
반딧불님.. 요즘 저도 커피를 자제하고 있어서요...멀건커피만 한잔씩 마시고 있답니다.
건우와 연우님.... 가을은 마음을 비우라고 하네요..그리곤 또 채워지겠지요..
비자림님 ㅎㅎㅎ 가을산이란 말만들어도 설레어지네요^^

진/우맘 2006-09-06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 타는 모양새는 다 각각이라도, '나 가을 타나 봐~'라고 되짚게 되는 그 순간은, 모두 같네요. ㅎㅎ

해리포터7 2006-09-06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그렇네요..정말...

마노아 2006-09-06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침몰 보셨나봐요. 안 보셨다면 "천하장사 마돈나"추천이에요. 따뜻한 유머가 있고, 또 깊이 생각할 여운도 주거든요. ^^

내이름은김삼순 2006-09-06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을을 이리 애타게 기다려놓구선,,막상 가을이 오고 보니 마음 한 구석에 뭔가 모를 감정이 요동을 치고 있어요,,

<멍하니 앉아있다가 흔들리는 대나무에 제 마음도 갈가리 찢기는것 같기도 하고..>
이 대목,,공감 100% ㅎㅎ 괜시리 마음이 시려오기도 하네요,,찬바람이 옷깃을 스쳐서 그런가?? 그런데 바나나우유와 옆지기님과 얽힌 사연,,듣고 싶어랏^^


해리포터7 2006-09-06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저도 그영화 보고픈데 울남푠이 그런장르를 별로 안좋아해요.ㅎㅎㅎ
삼순님 님엽서 좀전에 받았어요..초록색 바람처럼 우편함에 들어있더군요.감사해요..

로드무비 2006-09-06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가을 초입에 벌써 이러시면 어떡한답니까?ㅎㅎ
산에 다니시는 것 찬성입니다.
저도 그럴 생각이거든요.^^

해리포터7 2006-09-06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글쎄말입니다.ㅎㅎㅎ 와 가을되니 산에 오를분들이 많네요^^

모1 2006-09-06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행복해보이십니다. 딸내미에게는 완벽 비밀이 됬나요? 일본침몰인가보군요. 일본영화는 관심이 안 생겨서리..하하..

2006-09-06 2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꽃임이네 2006-09-06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해 보입니다 .^^&좋은 시간 보내 셨네요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