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새벽 4시!

일어나자마자 눈을 비비며 차에 올랐답니다^^새벽이어서 더 차가운 바람이 몰아쳤어요..깜깜한 어둠을 헤치고 고속도로를 달리자니 비가 세차게 퍼붓는 곳도 있고 바람에 차가 기우뚱하는 곳도 있더군요..

졸음운전에 대비해 저희는 평소 다니던 국도말고 고속도로로 시댁에 가기로 했어요..역시 길은 한산하구요.. 대구쪽으로 갔더니 그냥 지나가면서도 제 고향이라 더욱 대구 속으로 들어가보고 싶었답니다..늘 지나칠때마다 우뚝우뚝 솟아나는 아파트와 고층빌딩들 땜에 낯설기도 했지만 새벽에 보니 예전생각도 나구요..

아~ 또 수니나라님과 야로님도 생각났답니다.그리고 대구의 사진을 가끔 올리신 키노님두요.ㅎㅎㅎ 모두 잘 계시리라 생각하고 따뜻한 눈길 한번 주고 지나갔드랬죠.

분명 식사때도 아닌데 사람이 일찍일어나면 배가 고픈가 봅니다. 제가 자꾸 뱃가죽이 등가죽에 달라붙을라해~~~ 하며 자꾸 보채니까 울남푠 결국 칠곡휴게소에 들리더군요..사실은 새벽운전에 졸리울까봐..투덜투덜 장난 친거지만 뭐 사먹자니까 좋더군요.ㅋㅋㅋ

조용한 휴게소에서 우동하나를 시켜서 둘이서 열심히 후루룩쩝쩝 먹었답니다..찬바람을 맞았더니 뜨뜻한국물이 끝내주더군요..애들은 차에서 그냥 잔다고 해서 놔두고 내렸답니다.그 순간에도 장난감코너에 있는 가방속에 강아지인형얼굴이 삐죽나와 있는 장난감을 보더니 딸래미에게 사주자고 자꾸 눈길을 주는 겁니다..가격을 보고오더니 빨리 가잡니다..가격이 너무 비싸다네요.ㅎㅎㅎ그건 작년부터 계속 딸아이에게 물어보곤 외면당하는 품목이랍니다..지도 이제 컸다 이거지요.뭐..이렇게 아빠들은 딸아이에게 이뿐것들을 대령하고픈 마음을 늘 같고 있나봐요.옆에서 보면 짝사랑이 아주 심한듯...ㅠ,.ㅠ&

차는 또 고속도로를 달리고, 달리고, 딸아이에게 우동먹은걸 이야기 했더니 또 저희를 들볶습니다..할머니집갈때까지 내내 지 안사줬다고요.ㅎㅎㅎ 할 수 없이 집에 돌아올때 사주었지요.

문경에 도착하니 (참 원래는 점촌시였는데 인구가 작아서 문경이랑 점촌시가 합쳐져서 문경시가 되었답니다^^) 철로바이크를 탔다고 페이퍼에 올리신 로드무비님도 생각나구요..또 얼마전에 문경에 들르셨다는 또또유스또님도 생각나구요..바보스럽게도 어째 자꾸만 그 발자취가 있지 않을까해서 문경새재에 가보고 싶었답니다..하지만 시간에 쫒겨 가보진 못했구요.ㅎㅎㅎ

7시살짝 넘어 도착하니 아버님께선 늘 저희를 기다리시던 곳 동네분들이 쉬시는 정자에 나와 계시더군요..저희가 너무 일찍 도착해서 깜짝 놀라셨나봐요.방금 아침을  지어 드셨다구요..왜 전화하지 않았냐구 나무라십니다. 전 아침드시는 시간을 맞춘다고 일찍 출발했건만 저희가 늦고 말았지요...잠을 설치실것 같아 전화도 안하고 달렸는데도요...정말 부지런하신 부모님은 그때 방청소도 다 끝내시고 저희를 기다리셨다구요. 

그렇게 또 밥을 해먹고 형님들께 두루두루 인사전화 넣었더니 두 고모님(애들고모)께서 다 놀러오라 하시는 겁니다..시간이 되면 뵙는다고 하고 짐을 정리하려니 제일 큰 애들고모님께서 어여 놀러 오라 하시네요..부모님 모시고요...다행히 부모님도 놀러가자 하시고...우물에서 덜여문 호두를 까느라 여념이 없는 애들아빠를 불렀더니 고거 다 까고 간다네요..참 저희 시댁에 들어서면 우물이 보이구요..그앞에 앞밭이 있는데 거기에 빙둘러 온통 호두나무랍니다..해마다 이맘때쯤 추석전에 저희가 이렇게 가서 덜여문 호두를 많이도 축내고 오지요..그러는걸 부모님께선 흐뭇하게 바라보곤 하십니다. 가끔 호두를 어딘가에서 아주 큰걸로 따다 주시기도 하구요.ㅎㅎㅎ

스산한 바람소리가 참 좋았답니다..호두나뭇잎들이 팔락이는것들을 보며 참매미가 울어대는 소리를 들었지요..도심속에서 기계음으로 밖에 들리지 않던 매미소리가 여기서는 아름다운 음악소리처럼 들린답니다.  우물가에서 열심히 호두알을 씻어내고 있는 남푠을 보니 남푠의 어린시절이 얼마나 풍요로왔을까하고 짐작해봅니다......

고모님댁에서 점심먹고 그 와중에도 비가 서너차례 내리구요...옥수수먹고 저녁을 또 큰집에 가서 해결했답니다..아버님께서  그러시길 거참 막내며느리가 왔는데 밥을 한번 못 얻어먹는다고 농담을 하십니다.저는 아버님의 농담을 다 이해하기에 "아버님 내일아침에 고기 많이 구워서 상에 올릴께요."하구 대답했다지요..저희시댁은 원래 아침부터 삼겹살을 구워 먹습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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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6-08-21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님들은 그저 자식들 얼굴만 봐도 행복해지시나봐요...
아무리 연세가 드셔도 늘 뭘 줄까부터 생각하시고....
남편분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미소 짓는 님 생각에 저도 웃음이..지어져요..
그나저나 제가 제일 존경하는(!!) 사람이 아침부터 삼겹살 먹을 수 있는 사람인대...울 제부가 그 중 하나이구여~~ㅋㅋㅋ

비자림 2006-08-21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추억 많이 만드셨네요. 근데 그렇게 새벽에 갔다 오셨다고 하니 무슨 작전 수행하는 가족들 같네요. 호호호
그리고, 대구가 고향이셨군요.^^

하늘바람 2006-08-21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붓하면서도 아주 정겨운 풍경이네요. 저는 그럴 일이 벼로 없어서 아쉬워요

반딧불,, 2006-08-21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오셨군요^^
그나저나 호두까는 풍경이라니...그냥 머릿속에 다 그려집니다^^

해리포터7 2006-08-21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니님 네 부모님마음은 늘 그렇지요^^ 그럼 우리가족도 존경해주셔용!ㅋㅋㅋ
비자림님 네 주로 새벽에 다녔답니다..제꿈이 미녀첩보원이었다구요.ㅋㅋㅋ
하늘바람님 네 정겨운풍경...그렇답니다^^
반딧불님 ㅋㅋㅋ 울집아들 차타고 오는데도 내내 호두 까먹으면서 왔답니다.으이그 이빨 다 상할텐데...

프레이야 2006-08-21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풋풋한 향내 가득한 시간이었네요^^ 잘 다녀오셨어요..

해리포터7 2006-08-21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배혜경님..정말 풋풋한 향내 가득 맡고 왔어요^^

sooninara 2006-08-21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삼겹살..부럽삼.ㅎㅎ
대구에 놀러 오세요. 저보다 오히려 더 잘아실텐데..
문경이 시댁이시군요. 저도 석탄박물관하며 드라마 촬영지도 궁금하고..문경새재에 놀러 가려구요^^

해적오리 2006-08-21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휴게실 우동.. 먹고 잡다..^^

점촌? 제가 아는 분이 점촌 분이 계신데...혹시?

해리포터7 2006-08-21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 이제 대구 함부로 못다니겠더군요..10년이 넘게 떠돌다보니 가끔 가는 대구는 좀 낯설어요..길도 잘 모르겠구요..아 문경놀러가시려구요? 풍경좋은 곳이니까 즐거우실거에요^^
날나리난쟁이해적님 저도 휴게소 우동 참 좋아한답니다^^

토트 2006-08-21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오셨군요. ^^
아.. 배고파졌어요. 우동 ㅠㅠ

해리포터7 2006-08-21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트님 네 ㅎㅎㅎ

또또유스또 2006-08-21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오셨군요...
문경세재에 님이 가실 줄 알았다면 뭐라도 남겨 놓고 올것을.. ㅎㅎㅎ

치유 2006-08-21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라면으로 부족해..ㅋㅋㅋ라면먹으려고 물려올려 두고서 읽으니..

해리포터7 2006-08-21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또유스또님 글게요.ㅋㅋㅋ
배꽃님 뭐좀 맛난거 많이 드셔요..저도 오늘점심 라면 먹었어요.ㅎㅎㅎ

아영엄마 2006-08-21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새벽 4시 출발이라니.... @@ 잘 다녀오셨군요. (아, 호두 먹고 싶어진당~~)

해리포터7 2006-08-21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네 워낙 멀어서요..일찍출발했다지요..그리고 얼른 시댁가고 싶어가지구요.ㅎㅎㅎ

한샘 2006-08-21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아빠들은 딸아이에게 이뿐것들을 대령하고픈 마음을 늘 같고 있나봐요.옆에서 보면 짝사랑이 아주 심한듯...
여기서 '대령하고픈 마음' 이란 말 읽으며 한참 웃었어요. 진짜 멋진 표현이어요.

우물가에서 열심히 호두알을 씻어내고 있는 남푠을 보니 남푠의 어린시절이 얼마나 풍요로왔을까하고 짐작해봅니다......
해리포터님 즐거운 시댁방문기 잘 읽고 가요. 이 대목에서 님의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어요. 아~우동도 먹구 싶구 호두도, 삼겹살도...철푸덕 쿵!^^

해리포터7 2006-08-21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샘님 네 정말요..옆에서 보면 웃기지도 않아요..어떨땐 아빠에게 너무 치댄다 생각되는데 아빠는 그게 좋은가봐요..안그러면 오늘 딸이 왜그럴까 하고 이상해 한답니다^^ 네 저두 시댁갈때마다 남편의 어린시절을 상상하곤하지요....

모1 2006-08-22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두나무잎에 눈길이 딱가면서....호두나무는 어떻게 생겼을까...궁금해지네요. 마침 지금 호두넣은 쿠키를 씹는 중인지라...후후.

해리포터7 2006-08-23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1님 저두 잘 구분을 못해요..남푠이 옆에서 이게 호두나무다 얘기해야 알지요..저같이 잘 모르는 사람은 열매가 달려야 알아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