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을 샀어
p. 16 니체의 생활신조, 가볍게 잠을 자고 편안하고 여유로운 자세로 걸으며 술을 마시지 않고 명예를 탐하지 않는 것, 그리고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서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비상하려고 하며 자신에게는 야박하게, 다른 삶들에게는 부드럽게.
p. 19 언어가 진실을 확인시키기도 하지만 때로는 오해와 불행으로 몰고 가기도 하는 법이다.
p. 22 니체는 우리에게 더 나은 가능성을 제시할 수 인물로 세 가지 예를 들었다. 첫째는 인간이 자연과 화해하게 했고 문명이 자연으로 회귀해야 한다고 주장한 루소적 인간이며, 둘째는 사려가 깊고 현명한 절제를 통해서 삶의 여러 가지 조건들과 갈등 없이 지내는 괴테적 인간, 그리고 셋째는 인간의 모든 질서가 비극적이며 일상적인 삶은 분열 그 자체라는 쇼펜하우어적 인물.
p. 24 다른 사람과 친밀해지려고 애쓰는 사람은 대체로 자신이 상대방의 신회를 얻고 있는지에 대해서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신뢰를 확신하는 사람은 친밀함에 큰 가치를 두지 않는 편이다.
p. 26 나는 피곤한 것 같다.
그럼 좀 낫니? 뭘? 우울한 걸 피곤하다고 하면 말이야.
p. 29 이 자연스럽고 필요한 욕망 때문에 어쩐지 약간은 울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p. 37 그리고 불안이나 두려움 같은 것이 혹시 지금의 나를, 너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말도. 그래서 J, 나는 너가 순조롭게 회복되길 바라지 않는다. 두려움이 다 사라지고 나면 그건 진짜 너의 삶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때로 우리는 건강한 삶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에 관해 에피쿠로스처럼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p. 39 위로라든가 호의를 베푸는 법이라든가 하는 것들은 역시 젊었을 때부터 배워야 한다.
p. 48 뿌리를 돌보듯 자신의 불행과 어려움을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이 정원사의 경험을 통해서 니체가 남긴 철학이었다. 이성의 명령에 귀 기울여라. 니체가 나에게 말했다.
형란의 첫 번째 책
p. 120 그가 맨 처음 글을 쓰기로 했을 대, 그것은 삶을 위해서였다는 걸 부디 잊지 말아달라고 말입니다.
버지니아 울프를 만났다
p. 129 ......책을 읽고 있어.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평생 읽기만 하면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까. 나는 그것을 벌써 오 년째 하고 있었다. 나는 학교에 가서 교육을 받지도 않아도 친구도 없었다. 책을 읽는 것. 그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일처럼 느껴진다. 그것 이외에 나에게는 그럴듯한 인생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흔에 대한 추측
p. 229 만약 H가 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라고 생각한다면, 나는 H가 왜 그때 기르던 고양이를 포기했었는지도 기억하고 있어야 했다. 설령 그것이 나에게는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해도 말이다. 그러니까 나는 H의, 내게 필요한 부분만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4번 타입, 즉 개인주의자라는 수형의 말은 사실일 가능성이 큰 것 같아 보인다.
p. 239 나는 무엇을 피하고 싶은가?
p. 241 내 나이에 다른 사람들은 뭘 하고 있을까?
나는 밤늦도록 마작을 두었다. 패를 읽거나 패를 숨기는 것은 여전히 잘하지 못했지만 마작을 하고 있는 이 순간, 내 손에 쥐고 있는 이 패가 지금 이 순간으로서는 가장 현실적이며 가장 난처하기도 하고 가장 힘들고 그리고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지나간 패에 미련이 남아 뒤돌아보는 순간,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것을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만약 내가 이 순간을 즐기고 싶다면 지금 내 앞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날 밤, 나는 이제 더 이상 마작을 두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바로 마작의 즐거움을 깨닫는 그 순간에 말이다. 테이블을 치운 수형의 거실 바닥에 흩어져서 모두 잠이 들었다. 잠결에 문득 무거운 책 하나가 가슴에 올려져 있는 것 같다 눈을 떠보았다. 주원이 아직 깁스를 풀지 않은 오른팔을 내 가슴에 척 올려놓고 잠들어 있었다. 나는 힘을 빼고 주원의 오른 팔에 몸을 맡겨보았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기다리고 있는 사람.
p. 244 "그런데 위기에 빠졌다고 느낀 순간, 무력감과 권태가 슬그머니 사라지는 걸 느꼈어요.”
“흠, 어째서요?”
“저 자신한테 질문을 했죠.”
“어떤?”
“그렇다면 나의 무력감과 권태는 목적의식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온 것일까?”
“아무튼 작가들이란.”
“아이러니컬하게도 위기에 빠지자 나를 보존하고 나를 지켜야겠다는 절박함을 다시 느끼게 된 거예요.”
달걀
p. 274 그러다가 너는 네가 무엇을 원했는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조차 잊어버리게 될 거야. 결국 너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르게 될 거야, 가비.
"그러다가 너는 네가 무엇을 원했는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조차 잊어버리게 될 거야. 결국 너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르게 될 거야."
책 한 권을 너무 길게 읽고 있는 요즘.
그저 연말이라서 그렇겠거니.